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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미술가 배수영, 23년 작업 집대성 전시

장종회 기자

jhchang@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7-20 14:45 최종수정 : 2026-07-23 15:09

“생명 흐름과 연결…인간과 기술의 화해”
‘SIGNAL FOREST:배수영 작업실 NEXT’전
성수 ‘SPACE SIM’서 7월 20일~9월 19일

작업을 하고 있는 배수영 작가

작업을 하고 있는 배수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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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장종회 기자] 성수동 한복판에 작업실 하나를 통째로 들이는 특이한 전시가 시작됐다. 캔버스도, 좌대도 아닌 20여 년간 쌓아온 창작의 시간 그 자체를 전시물로 삼은 오픈 스튜디오 프로젝트다.

지난 2003년부터 ‘생명의 흐름과 연결’이라는 주제로 설치미술을 해온 배수영 작가가 20일부터 오는 9월19일까지 두 달간 서울 성수동 ‘스페이스 심(SPACE SIM)’에서 'SIGNAL FOREST : 배수영 작업실 NEXT' 전시회를 연다.

이번 프로젝트는 완성된 작품을 전시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전시 기간에도 실제 작업과 연구가 이어지는 작업실을 함께 공개하면서 완성된 작품과 창작의 과정을 하나의 공간 안에 공존하도록 하는 흔치 않은 시도다.

대개의 전시는 완성된 작품을 벽에 걸어 보여주는 방식이지만 배 작가의 전시는 작업실이라는 공간 자체를 하나의 설치로 재구성해 특이하다. 오랫동안 배 작가 창작의 터전이던 옥수동 작업실을 이전하는 과정에서 출발한 이번 프로젝트는 축적된 작품과 재료, 도구, 드로잉, 공공미술 기록, 미완성 오브제까지 새로운 공간으로 옮겨와 하나의 유기적인 설치 환경으로 엮어 냈다. 관람객은 작가의 창작 결과물 뿐만 아니라 작품이 만들어지는 현재의 시간까지를 함께 경험할 수 있다.

Mind, Recycled parts, High glossy board, LED, Mixed Media, 60x64cm, 2015

Mind, Recycled parts, High glossy board, LED, Mixed Media, 60x64cm,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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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작가는 직물의 씨실과 날실이 서로 교차하며 하나의 구조를 이루듯 인간도 수많은 관계와 연결 속에서 존재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해, 대형 거미와 직물실을 이용한 거미줄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작업을 시작한 바 있다.

그는 이후 버려진 소파 쿠션과 직접 사용한 페트병을 활용한 설치작업을 통해 버려진 사물에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는 작업을 이어 왔다. 그 작업은 자연의 뿌리와 인간의 혈관에 대한 관심, 전자회로로 확장됐다. 지난 2007년부터 배 작가는 회로기판(PCB)을 작업의 재료이자 조형 언어로 연구하면서 회로를 생명의 흐름과 연결하는 구조로 발전시키고 있다.

배 작가에게 회로는 단순한 전자 부품이 아니다. 회로와 금속, LED, 스테인리스, 퍼포먼스, 공공미술을 인간과 기술, 도시와 감정, 상처와 회복의 관계를 탐구하는 기반이다.

산업사회에서 쓰이는 기성 재료와 폐기된 오브제를 조형 언어로 전환해온 배 작가의 작업 세계는, 최근 회로 시리즈를 바탕으로 '메타로그(Meta-log)'라는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 기술과 인간, 가상과 현실을 대립이 아닌 상호 연결의 관계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배 작가는 “회로를 따라 이어지는 선들이 인간의 감정과 기억, 관계를 은유하는 시각적 장치”라며 “회로는 단절된 존재를 다시 연결하는 신호로 작동한다”고 설명한다.이번 전시회의 타이틀인 'SIGNAL FOREST'는 배 작가의 작업 세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회로와 금속, 빛으로 구성된 대표 설치 작품과 나비·하트를 모티브로 한 조형 작업, 회로기판 오브제, 실제 작업 도구와 아카이브가 한데 어우러지며 작업실을 새로운 창작의 숲으로 확장시키고 있는 것이다.

전시장 초입을 장식할 대표작 '스위치 인피니티 사인(Switch ∞ Sign, 2023)'은 네온플렉스와 나무로 제작된 작업이다. 심장박동을 닮은 파형이 좌우로 흐르며 인간의 생체 리듬과 회로의 신호를 겹쳐 보여준다.
Switch ∞ Sign

Switch ∞ 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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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작 '위스퍼(WHISPER)'는 재활용 부품과 스와로브스키 스톤, LED 비즈를 유광 보드에 얹어 하트 모양으로 형상화한 작업이다. 산업 폐기물이 감정의 언어로 전환되는 배 작가 특유의 화법을 잘 드러내 준다.

이번 프로젝트는 완성된 결과물이 아니라 창작의 '과정' 자체를 전시의 일부로 끌어들였다는 게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전시 기간에 운영되는 라이브 스튜디오와 퍼포먼스를 통해 관람객은 작가의 작업 과정을 직접 목격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기존의 용접 중심 작업을 인두 드로잉으로 확장하는 새로운 회화적 실험은 물론 2027년 개인전 연구과정까지 함께 공개된다.

HOPE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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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프로젝트는 복합문화공간 ‘스페이스 심’과 반도체장비업체인 바코솔루션 공동후원으로 실현됐다. 스페이스 심 조강희 대표는 외부 임대계약을 유보하면서까지 공간을 내줘 예술적 실험을 가능케 했다. 빠르게 변하는 도시공간이 작업실과 아카이브, 라이브 스튜디오가 공존하는 창작 장소로 탈바꿈하게 된 것이다.

반도체 양산용 PVD 설비 국산화로 독자 기술을 개척해온 바코솔루션 이현종 대표도 전시물 설치와 재료 지원에 나서 산업현장의 기술과 소재를 조형 언어와 연결하는 파트너가 됐다. 반도체 소재와 기술이 배 작가가 오랫동안 탐구해온 '회로'의 조형 언어와 맞닿는다는 점에서 단순한 기업 후원을 넘어 공간과 기술, 예술이 함께 창작 환경을 만들어가는 사례로 평가해줄 만하다.

배수영 작가가 '스페이스 심'에 옮겨 놓은 작업실에서 폐반도체웨이퍼를 이용해 납땜기로 작품을 만들고 있다.

배수영 작가가 '스페이스 심'에 옮겨 놓은 작업실에서 폐반도체웨이퍼를 이용해 납땜기로 작품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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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작가는 일본 오사카예술대학교와 같은 대학원에서 예술을 전공하고, 2004년 첫 개인전 이후 20여 년간 설치미술과 공공미술, 퍼포먼스를 넘나들며 독자적인 조형 언어를 구축해왔다. 현대백화점, 갤러리1, 갤러리박영, MHK갤러리, Gallery NOW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KIAF, Art Taipei, Affordable Art Fair Singapore, LA Art Show 등 국내외 아트페어에도 꾸준히 참여해왔다. 공공미술과 기업 협업을 통해 예술의 영역을 일상의 공간으로 확장해온 이력도 눈에 띈다.

한국맥도날드 ESG 프로젝트, 'World of Street Woman Fighter' 트로피 디자인, 'Korea Grand Music Awards' 트로피 디자인, 서울시 공공디자인 프로젝트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2014년부터 이어온 공공미술 '플레이 버스(Play Bus)'도 그의 도시적 감각을 보여주는 작업으로 꼽힌다. 현대자동차, 도요타 렉서스 사카이(일본), 오사카 국제병원(일본), 알펜시아 리조트 및 컨벤션센터, 서울시청, 성동구청 등 국내외 기관과 기업, 개인 컬렉션에 그의 작품이 소장돼 있다.
서울 성수동 '스페이스 심'에서 열리고 있는 배수영 작가 전시회에 들른 관람객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서울 성수동 '스페이스 심'에서 열리고 있는 배수영 작가 전시회에 들른 관람객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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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작가는 "이번 전시는 작업실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만이 아니다"라며 “창작이 시작되는 공간과 축적된 시간, 앞으로 이어질 새로운 실험을 하나의 설치 환경으로 엮어 예술이 생성되는 과정 자체를 관람객과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수영 작가 전시회 포스터

배수영 작가 전시회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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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종회 한국금융신문 기자 jh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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