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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차입 경영’ 물려받은 밀리의서재 정재욱 속내는? [Z-스코어 기업가치 바로보기]

정채윤 기자

chaeyun@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7-13 00:00

순부채 마이너스 ‘16분기 흑자’ 행진
AI 신사업 입증·KT 의존 탈피 ‘과제’
“보수적 경영으론 성장 한계” 지적도

‘무차입 경영’ 물려받은 밀리의서재 정재욱 속내는? [Z-스코어 기업가치 바로보기]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정채윤 기자] 기업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다양하다. 객관적 평가를 위해서는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한국금융신문은 ‘알트만 Z-스코어’를 통해 기업이 현재 처한 상황과 대응, 재무건전성 등을 입체적으로 바라보고 그 속에 숨어있는 의미를 심층적으로 다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KT그룹 독서 플랫폼 KT밀리의서재(대표 정재욱·이하 밀리의서재)가 시가총액 감소와 부채 증가로 재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지만, 실제 이 회사는 이자 비용 없는 탄탄한 ‘무차입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레버리지(부채)를 배제한 보수적 기조는 인수·합병(M&A) 등 확장과 속도전에 한계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향후 자체 자금으로 추진 중인 웹소설·인공지능(AI) 등 신사업에서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자책 구독’ 개척...16분기 연속 흑자

밀리의서재는 지난 2016년 설립된 국내 최대 규모 구독형 전자책 플랫폼이다. 출범 초기 국내 도서 시장에 ‘월정액 무제한 구독 모델’을 처음 도입하며 아날로그 중심 독서 패러다임을 디지털로 전환하는 주역으로 활약했다.

플랫폼 질적 전환은 2021년 KT 산하 지니뮤직에 인수되면서 이루어졌다. 이후 2023년 코스닥 시장 상장에 성공하며 독서 플랫폼 기업 중 최초로 제도권 증시에 안착했다.

밀리의서재는 지난 5월 취임한 정재욱 대표이사가 이끌고 있다. 1972년생 정 대표는 경희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정보미디어 MBA 과정을 거쳤다. KT에서는 2020년 CEO지원담당 비서팀장, CEO지원담당 1팀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부산경남광역본부장을 지냈고, 올해 초 밀리의서재 부사장으로 합류해 경영 임원을 맡아왔다. 3월 정기주주총회를 거쳐 밀리의서재 대표이사에 올랐다.

정재욱 대표는 선임 직후 자사주 1만 주를 매입하며 책임 경영과 지속 성장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주요 비즈니스 모델은 약 16만 권에 달하는 전자책, 오디오북, 챗북 등 콘텐츠를 월정액 기반으로 무제한 제공하는 것. 특히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 3사와의 제휴를 기반으로 한 제휴고객거래(B2B2C) 채널이 핵심 성장동력으로 작동하고 있다.

밀리의서재 본업 기초체력은 견고한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회사는 매년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며 플랫폼 업계에서 보기 드문 ‘흑자형 성장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밀리의서재는 연간 누적 매출액 882억 원, 영업이익 144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1%, 31% 증가한 사상 최대 성과를 올렸다. 2022년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한 이후 4년 연속 우상향 곡선을 이어온 결과다.

이 같은 흐름은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2026년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9.6% 늘어난 239억 원, 영업이익은 4.9% 증가한 39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2022년 2분기 이후 올해 1분기까지 16개 분기 연속 흑자 기조를 지속하며 구독 모델이 완전히 안정 궤도에 진입했음을 입증했다.

이러한 호실적을 바탕으로 올해 초에는 창사 이래 첫 현금배당(주당 550원)을 결의하며 주주환원 정책을 본격화하기도 했다.

시총 감소·부채 증가가 부른 ‘착시’

탄탄한 본업 기초체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시장 일각에서는 밀리의서재 재무 지표 추세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실제 이 회사 알트만 Z-스코어는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Z-스코어는 기업 부도 가능성을 예측하는 지표다.

한국금융신문이 자체 구축한 AI 데이터 플랫폼 ‘더 컴퍼스(THE COMPASS)’에 따르면, 밀리의서재 2026년 1분기 기준 Z-스코어는 4.59로 안전 구간을 유지했다. 다만 연도별 추이를 보면 2023년 6.28, 2024년 6.60, 2025년 5.60으로 지난해부터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Z-스코어 하락에 영향을 미친 지표는 ‘시가총액/총부채’ 비율이다. 이 지표는 2023년 6.89, 2024년 6.89, 2025년 5.08, 2026년 1분기 3.64로 매년 줄었다.

밀리의서재 시가총액은 2023년 1446억 원에서 올해 1분기 기준 1110억 원 수준으로 조정을 받았다. 반면 같은 기간 회사 총부채는 210억 원에서 305억 원으로 증가해 외형상 재무 부담이 커진 모습이다. 총부채 수치만 놓고 보면 코스닥 상장 이후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회사 실질적 현금 흐름과 부채 질적 구조를 들여다보면 본질은 전혀 다르다. 부실기업 부채 증가는 대개 이자 부담을 수반하는 금융권 대출이나 사채 발행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밀리의서재 이자 발생 총차입금은 상장 이듬해인 2024년 말 전액 상환된 이후 현재까지 단 1원도 없는 ‘제로(0)’ 상태다.

재무 건전성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순부채(총차입금-현금및현금성자산) 지표가 이를 방증한다. 이 수치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빚보다 회사가 보유한 현금이 더 많다는 뜻인데, 밀리의서재 순부채는 2022년 말 -8억 원, 2023년 말 -19억 원에서 차입금을 모두 갚은 2024년 말 -228억 원으로 크게 확대됐다. 2025년 말 역시 -169억 원으로 여전히 큰 폭의 마이너스를 유지하고 있다. 사실상 무차입 경영 체제를 굳힌 셈이다.

정재욱의 밀리의서재는?

그렇다면 장부상 총부채는 왜 늘어난 것일까. 배경에는 대출 증가에 따른 부실화가 아닌,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공세적 투자 행보에서 찾을 수 있다.

밀리의서재는 핵심축인 전자책 구독 서비스를 넘어 웹소설·웹툰 서비스 ‘밀리 스토리’ 론칭, AI 기반 독서 서비스 고도화, 기업 간 거래(B2B)·B2B2C 채널 확대 등 다각적 사업 확장을 추진 중이다.

이 과정에서 플랫폼 영업 양수에 따른 미지급금이나 사업 확장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선수금 등 ‘영업적 부채’가 늘어나면서 장부상 총부채 규모를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 빚 없이 자체 영업이익만으로 대규모 투자를 책임지는 재무 구조 건실함은 여전히 견고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 세부 재무 항목들도 탄탄하다. 단기 유동성을 나타내는 ‘운전자본/총자산’ 비율은 올해 1분기 0.64를 기록했다. 유동자산 1022억 원에서 유동부채 278억 원을 뺀 운전자본 744억 원이 총자산 1167억 원 대비 넉넉한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누적 수익성을 반영하는 ‘이익잉여금/총자산’ 비율은 오히려 개선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회사 이익이 축적되며 이 지표는 2023년 0.13에서 올해 1분기 기준 0.32까지 올랐다. 차입금 없이 영업 현금흐름만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구조가 이익잉여금 370억 원 형성으로 이어졌다.

다만 이런 실적은 박현진 전 밀리의서재 대표가 이룬 성과다. 그는 지난 2024년 밀리의서재를 이끌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최근 KT 사내이사로 선임되며 밀리의서재 대표직을 사임했다.

후임으로 밀리의서재를 이끄는 정재욱 대표는 취임하고 채 두 달도 지나지 않는 상태다.

아울러 재무 전문가들은 밀리의서재 무차입 경영이 무조건적 호재만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차입 비용이 없어 생존력이 극대화되는 장점이 있지만, 타인자본을 적절히 활용해 사업을 키우는 ‘레버리지(부채) 효과’를 배제한 보수적 경영은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시장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해 시가총액 회복이 필수적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이를 위해 AI 신사업에서 가시적 성과를 증명해 내야 한다. 밀리의서재는 지난해 AI서비스본부를 신설하고 생성형 AI 기반 콘텐츠 제작에 나선 상태다.

내부 거래도 해결 과제다. 밀리의서재 KT 대상 매출은 올해 1분기 102억 원으로 전체 영업수익(239억 원)의 42.7%를 차지했다. 지난해에도 KT와의 거래 금액이 356억 원에 달해 전체 매출의 40.4%를 기록하는 등 40%가 넘는 의존도를 보였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계열사 내부 시장은 안정적 성장 발판이 됐으나, 궁극적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독자적 외연 확장이 필수적”이라며 “생성형 AI와 독자 콘텐츠 등 신규 비즈니스에서 독자적 성장 엔진을 얼마나 빠르게 안착시키느냐가 향후 주가 향방의 척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채윤 한국금융신문 기자 chaeyu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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