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지난 25일 이사회를 통해 미국 소재 계열사인 ‘SK하이닉스 낸드 프로덕트 솔루션(SK hynix NAND Product Solutions Corp.)’ 지분 0.9%(1198주)를 취득하기 위해 4억8000만 달러(약 7384억 원) 규모의 출자 약정을 체결했다.
해당 출자 법인은 SK하이닉스가 기존 자회사 솔리다임을 AI 투자 및 솔루션 전문 기업으로 전환해 설립한 곳이다. 향후 AI 반도체 외에도 전력, 데이터센터, 에너지 등 AI 가동에 필수적인 전방위 인프라 밸류체인 투자를 전담하는 그룹 차원의 공동 투자 플랫폼이다.
수치상 SK텔레콤의 지분율은 1% 미만이지만, 그룹의 미래 AI 핵심 자산에 주주로 참여해 비통신 성장동력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성장·안정 고려한 ‘캐피털콜’…재무 부담 분산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7000억 원을 상회하는 대규모 자금 유출에 따른 재무적 부담을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전통적인 배당 성향 유지나 본업 경쟁력 강화 대신 불확실성이 높은 기술 인프라 자산에 자본이 투입되는 점이 단기적 유동성 관리 관점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그러나 신용평가업계 분석은 다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번 출자가 SK텔레콤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이 극히 제한적일 것으로 진단했다. 자금 집행 구조가 재무적 충격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됐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출자는 자금을 일시에 투입하는 방식이 아닌, 오는 2030년 6월까지 투자 진행 상황에 맞춰 순차적으로 납입하는 ‘캐피털콜(Capital Call)’ 방식을 채택했다. 이에 따른 연평균 자금 부담 규모는 약 1845억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자금 소요는 SK텔레콤의 현재 현금창출력을 감안할 때 충분히 흡수 가능한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SK텔레콤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에비타(EBITDA·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는 1조4162억 원으로, 통신수익 대비 EBITDA 비율은 34.5%를 기록했다. 지난해 일시적 요인으로 둔화됐던 이익창출력이 과거 수준으로 회복세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결과적으로 SK텔레콤은 중장기 분할 납입 구조를 통해 연간 현금흐름에 미치는 타격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미래 성장 동력인 AI 인프라 지분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전략적 선택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기지국 재원, AI 데이터센터로 전환
이번 투자는 SK텔레콤의 자본지출(CAPEX) 구조 변화와 맞물려 있다. 지난 수년간 국내 이동통신사들의 재무제표에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했던 요인은 5G 네트워크 기지국 구축을 위한 대규모 설비투자였다.
매년 조 단위의 자금이 투입됐으나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 등 수익성 개선 효과가 정체 흐름을 보이자, 업계 전반이 비용 절감과 투자 규모 축소로 선회하는 양상이다.
실제 통신 3사의 설비투자 총액은 지난 2024년 5조7647억 원에서 2025년 5조1378억 원으로 명확한 하향세를 그리고 있다. 특히 올해 1분기 SK텔레콤 CAPEX는 370억 원으로, 경쟁사인 KT(3042억 원)나 LG유플러스(3172억 원)와 비교해도 극히 소극적인 수준에 그쳤다. 이 같은 기조가 지속된다면 올해 연간 CAPEX 역시 전년 대비 유의미하게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나이스신용평가 역시 “5G 투자 부담 완화로 설비투자가 감소한 가운데, 자체 창출 현금흐름으로 상당 부분의 자금 소요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통신망 구축 부담 완화로 확보된 풍부한 잉여현금흐름(FCF)은 AI 인프라 영토 확장으로 재배치되는 핵심 재원이 된다. 한국금융신문이 자체 구축한 AI 데이터 플랫폼 ‘더 컴퍼스(THE COMPASS)’에 따르면 SK텔레콤의 FCF는 지출 통제와 영업활동현금흐름 호조에 힘입어 지난 2024년 2조5300억 원, 2025년 1조6000억 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2조 7300억 원 규모까지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그동안 주주 환원 재원 등으로 활용되던 연간 2조 원 안팎의 FCF 중 일부가 고성장 AI 자산 취득을 위한 투자 재원으로 분산 배분되는 구조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SK텔레콤이 기존의 방어적 자본 배치에서 벗어나,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자금 운용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룹 AI 합작 플랫폼 참여…비통신 확장
SK텔레콤의 이번 출자는 그룹 차원의 AI 주도권 확보 전략과 궤를 같이한다. 해당 AI 플랫폼 법인에는 주체인 SK하이닉스가 최대 14조4000억 원을 출자하며, 지주사인 SK와 SK이노베이션도 각각 3845억 원, 5845억 원 규모로 참여한다.
그룹 주요 계열사가 참여하는 연합체에서 SK텔레콤이 7300억 원 규모의 지분을 확보한 것은 비통신 포트폴리오의 실질적 가치를 높이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SK텔레콤은 인프라 투자자 역할에 그치지 않고, AI 서비스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그룹 내 AI 생태계에서 시너지를 도모할 것으로 관측된다. 고성능 AI 반도체와 에너지·전력 인프라가 결합하는 지점에서, 대규모 AI 서비스 운영 경험과 데이터센터 효율화 기술을 접목하는 역할을 수행할 전망이다.
재무적 유동성도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3월 말 기준 SK텔레콤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조7728억 원 규모다. 여기에 장기투자자산 등 재무적 융통성까지 감안하면 자금 조달에 따른 리스크는 낮다는 게 시장 중론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익 창출에 따른 자본 축적 기조가 지속되면서 우수한 재무안정성이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출자는 단순 자출 부담이 아닌 비통신 분야의 핵심 성장동력인 AI 밸류체인의 거점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전통적 통신업 정체기를 극복하고 그룹 AI 연합체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체질 개선 노력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채윤 한국금융신문 기자 chaeyu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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