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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셔가 사라진다…오아시스의 AI 실험 [AI가 바꾸는 유통현장 ①]

박슬기 기자

seulgi@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6-29 00:00

바코드 찾을 필요 없다…상품 올리면 AI가 자동 인식
매장 효율 높이고 고객 경험 개선…달라진 유통 현장

인공지능(AI)이 유통산업 전반으로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과거 재고 관리나 수요 예측 등 내부 업무에 활용되던 AI가 이제는 계산, 상품 추천, 고객 응대 등 소비자 접점으로 그 영역을 넓혀가는 모습이다. 유통기업들은 AI를 활용해 운영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개인화된 쇼핑 경험을 강화하고 있다. AI가 유통 현장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그리고 그 변화가 기업과 소비자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살펴본다. <편집자 주>

▲ 오아시스마켓의 AI 무인계산기 루트 미니. 사진제공 = 오아시스마켓

▲ 오아시스마켓의 AI 무인계산기 루트 미니. 사진제공 = 오아시스마켓

[한국금융신문 박슬기 기자] 무인계산대가 국내에 도입된 지 벌써 20년이다. 2005년 홈플러스가 셀프계산대를 처음 선보인 이후 대형마트와 편의점, 슈퍼마켓 등 유통 현장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소비자가 직접 상품 바코드를 찍고 결제하는 방식은 이제 익숙한 풍경이 됐다.

오아시스마켓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기존 셀프계산대가 소비자의 스캔 작업을 전제로 했다면, 오아시스마켓의 AI 무인계산대는 상품을 계산대 위에 올려놓기만 하면 자동으로 인식한다. 바코드를 찾거나 일일이 스캔할 필요가 없다. AI가 상품의 체적과 색상, 무게, 위치 등을 분석해 실시간으로 상품을 식별하고 결제를 진행한다.

계산원이 사라진 자리에 셀프계산대가 들어섰다면, 이제는 셀프계산대마저 진화를 시작한 셈이다.

상품 올려놓기만 하면 ‘끝’…오아시스의 AI 계산 실험

오아시스마켓은 모회사인 지어소프트와 공동 개발을 통해 ‘루트 시리즈’를 선보였다. AI 비전(Vision) 알고리즘부터 하드웨어 설계까지 전 과정을 자체 기술로 구축하며 상품 인식부터 결제·운영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엔드투엔드 커머스 솔루션’을 완성했다.

첫 적용은 지난해 9월 문을 연 오아시스마켓 강남역점이다. 이곳에는 AI 무인계산시스템 ‘루트100’이 도입됐다. 레일 위에 상품을 올려놓으면 AI가 상품을 인식하고, 오아시스마켓 앱을 통해 결제까지 자동으로 이뤄진다.

이후 약 6개월 만에 신형 모델인 ‘루트 미니’가 나왔다. ‘루트 미니’는 기존 모델보다 크기를 절반 수준으로 줄였고, 상품 인식률과 처리 속도는 두 배 이상 향상됐다. 현재 ‘루트 미니’가 적용된 오프라인 점포는 상왕십리점과 등촌점으로, 오아시스마켓은 전 점포 설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오아시스마켓 관계자는 “해당 기술이 실시간 상품 인식이 가능한 세계 최초의 AI 무인계산시스템으로 2~3년에 걸친 개발 끝에 탄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국내 대규모 유통기업들로부터 기술 도입 문의가 이어지면서 향후 기업 간 거래(B2B) 사업 확대 가능성도 검토 중이다.

▲ 등촌점에 설치돼있는 무인계산대 루트미니. 오른쪽에 장바구니를 두고, 왼쪽에 상품을 두면 자동 인식된다. 사진 = 박슬기 기자

▲ 등촌점에 설치돼있는 무인계산대 루트미니. 오른쪽에 장바구니를 두고, 왼쪽에 상품을 두면 자동 인식된다. 사진 = 박슬기 기자


▲ 루트 미니가 상품을 인식하는 모습. 사진 = 박슬기 기자

▲ 루트 미니가 상품을 인식하는 모습. 사진 = 박슬기 기자


실제 써본 중장년층 “너무 편해요”

최근 루트 미니가 도입된 서울 강서구 오아시스마켓 등촌점을 찾았다. 매장 입구에는 AI 무인계산대 4대가 나란히 배치돼 있었다. 도입 초기인 만큼 직원들이 처음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사용 방법을 안내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직접 사용해보니 과정은 간단했다. 구매할 상품을 계산대 위에 올려놓자 화면에 상품명과 가격이 즉시 나타났다. 별도로 바코드를 찾거나 스캔할 필요가 없었다.

이 같은 인식이 가능한 이유는 다각도 카메라와 각종 센서, AI 비전 기술이 결합됐기 때문이다. AI는 상품의 체적과 색상, 무게, 위치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상품을 식별한다. 무인계산대 첫 화면에는 이용방법 안내 배너가 마련돼 있었고, 매장 내 디지털 사이니지에서는 사용방법 영상을 상시 송출하고 있었다.

처음 접하는 소비자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등촌점에서 근무하는 김정화 매니저는 “루트 미니가 들어온 뒤 소비자들이 계산하면서도 신기해하고 재밌어 한다”며 “5060세대 손님들도 많은데 처음에 알려드리기만 하면 그다음부터는 혼자서도 곧잘 하신다”라고 말했다.

실제 기자가 방문한 당시에도 중장년층 고객들의 이용이 적지 않았다.

등촌동 주민이라는 임모(72) 씨는 “되게 간편하고 편리하다. 오늘 처음 써봤는데, 다음에는 혼자 쓸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 못 봤던 새로운 계산대인데 너무 편리하다”고 했다.

또 다른 등촌동 주민인 박모(40) 씨는 “줄 서지 않아도 되고, 바코드를 찍지 않고, 물건만 놓으면 되니까 편리하다. 시간이 단축된 점이 가장 좋다”라고 말했다.

▲ 상품을 자동인식하는 카메라들이 설치돼있다. 사진 = 박슬기 기자

▲ 상품을 자동인식하는 카메라들이 설치돼있다. 사진 = 박슬기 기자


사라진 듯 안 사라진 계산원…업무 전환에 만족도 ↑

셀프계산대가 처음 도입됐을 당시에도 계산원 일자리 감소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적지 않았다. 최근 AI 무인계산 기술이 등장하면서 유통 현장의 직무 변화에 대한 관심도 다시 커지고 있다.

하지만 오아시스마켓 현장에서 만난 직원들의 반응은 달랐다. 계산 업무가 줄어든 대신 상품 정리와 재고 관리, 고객 응대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김정화 매니저는 “루트 미니 도입 이후 오히려 점포 매출이 늘었다”며 “직원들이 고객 응대에 집중할 수 있게 되면서 소비자 만족도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향후 루트 미니 도입이 예정된 공덕점의 한 직원은 미리 현장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이날 등촌점에 방문하기도 했다. 해당 직원은 “기존에는 회원번호와 이름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불편함을 호소하는 고객들이 많았다”면서 “루트 미니가 도입되면 이런 불편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어 “처음에는 고객에게 직접 안내하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실제로 교육을 받아보니 사용법을 안내하는 것도 간단했다. 기존 계산대에서 응대하는 것보다 훨씬 편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과거 셀프계산대가 계산 업무의 일부를 자동화했다면, AI 무인계산대는 상품 인식 과정까지 대신하고 있다. AI가 계산대를 바꾸는 동안 사람의 역할은 계산에서 고객 경험 관리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오아시스마켓은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투트랙 AI 전략’을 펼치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AI 비서 ‘메이(MAY)’를 도입했다. 고객이 상품을 검색하면 AI가 즉시 상품을 추천하고 결제를 돕는다. 레시피 관련 식재료도 한 번에 제안해 쇼핑 시간을 단축하는 방식이다.

▲ 오아시스 직원들이 소비자를 도와주는 모습. 사진 = 박슬기 기자

▲ 오아시스 직원들이 소비자를 도와주는 모습. 사진 = 박슬기 기자


오프라인에서는 AI 무인계산 시스템 ‘루트 미니’를 앞세워 AI 매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루트 미니는 계산대 크기를 줄여 매장 내 공간 활용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확보된 공간은 상품 진열대로 활용해 추가 매출을 창출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 같은 AI 전략은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1분기 오아시스마켓의 별도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한 1393억 원, 영업이익은 32.4% 늘어난 83억 원을 기록했다.

오아시스마켓 관계자는 “루트 미니 도입을 통해 고객들에게는 대기 없는 신속한 결제 환경을, 매장에는 데이터 기반의 효율적인 관리 시스템을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체 매장의 AI 혁신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후, AI 업데이트부터 유지보수까지 일괄 제공하는 AIaaS(AI-as-a-Service) 모델을 외부 업체들에게 적용하는 B2B 시장으로의 확장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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