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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사채 늪'에 빠진 20대

장종회 기자

jhchang@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8-10 06:00

서민금융硏 ‘저신용자 심층설문’ 분석

[한국금융신문 장종회 기자]

금융 사각지대에서 고통 받는 청년들

불법사금융에 20대 사회 초년생들의 지갑이 가장 쉽게 무너지는 것으로 나타나 사회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서민금융연구원이 10일 발표한 ‘저신용자 심층 설문조사’ 결과는 20대 청년층이 불법사금융의 최전선에 노출돼 있다는 사실을 숫자로 확인시켜 줘 충격을 안긴다. 20대 청년층은 사회 초년생들로 경제적 여력이 없는 만큼 부채에서 완전히 자유롭기는 어렵다지만 연구원 측의 이번 조사 결과는 예상을 뛰어 넘는다.

청년 부채 문제를 개인의 소비 습관이나 도덕적 해이 문제로 돌릴 수 있는 게 아니라 금융 안전망의 구조적 결함에서 비롯된 사회적 위기일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무차별 전화 문자로 사금융 이용비율' 20대 1위

서민금융연구원 설문 결과에 따르면 금융 안전망 사각지대에 놓인 20대 청년층의 21.4%가 '온라인 광고 및 무차별 전화·문자 메시지'를 보고 대부업과 사금융을 이용하기 시작했다고 응답했다.

이는 전체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높은 의존도다. 금융당국과 수사기관이 불법 광고 전화번호 차단과 미등록 대부업체 단속을 지속해왔지만 소셜미디어와 비대면 디지털 메시지를 활용한 유인 수법이 경제적 경험과 금융 지식이 부족한 청년층의 방어막을 손쉽게 무너뜨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설문결과에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더 있다. 대부업 이용 형태의 양극화다. 20대 청년층 가운데 합법적인 등록대부업체만 이용한 비율은 75.0%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낮았다. 반면 등록업체와 불법사금융을 동시에 이용하는 '혼합 위험군'의 비율은 8.9%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제도권과 비제도권 금융을 넘나드는 청년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는 20대 청년층의 구조적인 금융 고립 상태가 상당히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신호다. 합법적인 대부업체에서조차 대출을 거절당한 청년들이 결국 불법사채로 흘러가는 악순환의 고리가 이미 형성돼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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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거절후 심리적 충격 커...우울 의욕상실 45.6%

대출을 거절 당한 이후의 심리적 충격도 예상보다 큰 것으로 조사됐다. 제도권 금융으로부터 대출을 거절당한 뒤에 필요한 자금을 전혀 마련하지 못했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50.7%에 달했다. 청년층의 재무적 좌절은 곧바로 심리적 붕괴로 이어졌다. 응답자의 45.6%가 '우울증이 심해지는 등 삶의 의욕을 완전히 상실했다'고 토로했다. 돈줄이 막히면 마음도 함께 무너진다는 사실을 서민금융연구원 설문조가가 통계치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특히 우려스러운 것은 20대 청년층 가운데 41.7%가 향후 대응 방안으로 '부정한 방법이나 편법을 동원해서라도 돈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는 대목이다. 연구원 측은 청년층이 일시적 금융 위기를 극복하지 못할 경우 보이스피싱 인출책, 불법 도박, 대포통장 양도 등 심각한 범죄에 연루되거나 극단적 일탈로 빠져들 위험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현장을 뛰는 서민금융 상담사들의 이야기도 이런 인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급전이 막힌 청년이 처음엔 소액 사채를 얻어쓰는 것으로 시작했다가 상환 압박에 못 이겨 대포통장 명의를 빌려주거나 보이스피싱 조직의 심부름을 맡는 사례로 번지는 경우가 심심치 않다고 한다. 금융 위기가 형사 사건으로 비화하는 경로가 이미 청년층 사이에서 상당히 넓게 퍼져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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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층 겨냥 디지털 채널 활용 캠페인 가동해야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은 이런 흐름을 끊기 위해서 청년들이 실제로 소비하는 디지털 공간을 겨냥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 원장은 “유튜브, 인스타그램, 숏폼 등 청년 접점 채널을 활용한 불법사금융 경고와 합법적 서민금융 안내 캠페인을 상시적으로 가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취약한 재무환경에 처한 청년 층에게 단순히 생계자금을 융자해주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금융 상담과 정신건강 심리상담, 취업 알선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청년 맞춤형 종합 복합지원체계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민금융연구원의 이번 설문조사는 '빚투'로 대표되는 청년부채 문제도 함께 짚었다. 변동성이 큰 레버리지 주식투자에 빚을 내 뛰어들었다가 채무의 수렁에 빠진 청년 채무자들이 결국 불법사채로 추락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조 원장은 “빚투로 고통받는 채무자들이 불법사채의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신속한 채무조정을 포함한 특단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불법사채 늪을 헤매는 20대 청년들의 숫자를 처음 접하면 이렇게나 많은가 의아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대출창구에서 문전박대 당한 뒤에 스마트폰 문자 한 통에 기대야 하는 청년들의 현실이 숨겨져 있다.

전 연령대 가운데 20대가 등록대부업체 이용률이 가장 낮고, 불법과 제도권을 오가는 혼합 위험군 비율이 가장 높다는 점은 서민금융 안전망이 정작 취약한 세대를 촘촘히 감싸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3년 연속 대부업 대출거절 이후 자금 마련에 실패하는 비율이 절반을 웃도는 현실 속에서 청년 세대는 '거절당한 다음'에 대한 대책 없이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불법사금융 단속과 광고 차단은 시급하고 필요한 조치다. 그러나 단속만으로는 이미 벌어진 현실과의 간극을 메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청년들이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났을 때 손을 내밀어줄 상담과 재기 지원체계, 빚투로 무너진 채무자를 신속 구제할 채무조정 제도의 문턱을 낮추는 일이 동시에 이뤄지도록 정책 당국의 점검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장종회 한국금융신문 기자 jh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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