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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사이 극적인 대전환 : 미국 AI 산업이 오픈소스로 방향을 틀다 [전명산의 AI블록체인도시 이야기-17]

전명산 칼럼니스트

기사입력 : 2026-07-27 15:01

창이면서 방패인 오픈소스를 깊이 다룰 수 있는 '국가 인프라'가 필요하다

주말 사이 극적인 대전환 : 미국 AI 산업이 오픈소스로 방향을 틀다 [전명산의 AI블록체인도시 이야기-17]
최상급 AI는 이미 위험할 정도로 충분히 똑똑한 단계에 들어섰다. 그런데 Kimi K3의 등장은, 오픈소스 모델 역시 동등한 수준으로 똑똑한 단계에 들어섰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다. 미국은 일찍부터 AI에 안전장치라는 고삐를 달았다. 그리고 그 고삐를 단 AI는 정작 방어 기능이 거세된 것이었다. 이제는 해킹 방어도 오픈소스를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중국은 한편으로는 오픈소스 규제 정책을 만지작거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글로벌 AI 리더십 구축을 위해 오픈소스 지지를 공개 선언했다. Kimi K3 공개 직후 백악관은 문샷이 앤트로픽의 Fable 모델을 대규모 증류했다고 공개 비난했다.

중국산 오픈소스에 대한 사용 금지 조치도 공공연하게 거론되었다. 마치 미국은 폐쇄적이고 독점적인 국가, 중국은 공유와 공개 그리고 포용의 국가와 같은 그림이 만들어졌었다. 어느 쪽이 현명한 것일까? 이런저런 생각들이 오고가는 사이에 지난 24~26일 미국에서는 극적인 대전환이 일어났다.

OpenAI, 구글, 일론 머스크도 참여한 오픈소스 지지 공동 서한

허깅페이스 해킹 사건이 결정적인 계기였다. 옛 시대의 창과 방패(모순, 矛盾)는 모양부터 완전히 달랐다. 하나는 공격을 위해 뾰족했고, 하나는 방어를 위해 평평했다. 그런데 AI 시대의 창과 방패는 '자웅동체'다. 같은 AI가 최고의 공격자이면서 동시에 최고의 방어자가 된다.

그리고 허깅페이스 사건은 정반대의 사실도 함께 증명했다. 공격력을 거세하면 방어력도 함께 거세된다는 것. 클로드 페이블 5와 챗지피티는 안전장치 때문에 정작 방어팀의 요청조차 위협으로 오인해 차단했다. 결국 방어에 성공한 건 안전장치가 없는, 사건 발생 시점 최고 성능으로 평가 받던 중국산 오픈소스 GLM-5.2였다.

미행정부가 중국산 오픈소스 모델에 대한 제재를 거론하자마자, 오픈소스에 대한 강한 지지 목소리가 현업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24일 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메타·OpenAI·IBM·델·팔란티어·허깅페이스·안드레센 호로위츠·퍼플렉시티·모질라 등 25개 기업들은 공동 서한 “Open Weights and American AI Leadership” (오픈 웨이트와 미국 AI 리더십)을 발표했다.

이들은 중국 모델 등장을 이유로 오픈웨이트 모델 전체에 광범위한 규제를 가하는 것은 미국 AI 경쟁력을 스스로 해치는 일이라고 경고했다. 오픈 모델은 오히려 보안 감사와 혁신을 촉진한다는 것이 서한의 핵심 주장이다. 오픈소스가 위험하지만, 그렇다고 막는 것이 능사도 아니고 오히려 막는 것이 더 불리하다는 진단이다. 결국 Kimi K3 쇼크는 미국 내 오픈소스 진영을 각성시키는 계기가 됐다.

더 인상적인 것은 이 공동 서한에 폐쇄형 모델의 대명사이자 허깅페이스 해킹 사건의 당사자인 OpenAI가 시간차를 두고 참여했다는 사실이다. 초기 보도 중에는 “OpenAI와 Anthropic은 빠졌다”는 얘기가 나돌기도 했지만, 몇시간 후 OpenAI가 포함되었다. OpenAI가 공식 참여했다는 것은, OpenAI가 오픈소스를 더 이상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했다는 말이다. 구글 역시 비참여에서 참여로 돌아섰다.

Nvidia 대표 젠승 황의 트윗이 트리거가 되었다. 젠슨 황은 X(옛 트위터)에 올린 생애 첫 포스트에 공동 서한을 올렸다.

2026년 7월 24일 올라온 젠슨 황의 생애 첫 트윗은 엔비디아와 OpenAI를 포함한 25개 기업들의 공동 서한 “Open Weights and American AI Leadership”을 알리는 것이었다. (젠슨황 X 화면 갈무리)

2026년 7월 24일 올라온 젠슨 황의 생애 첫 트윗은 엔비디아와 OpenAI를 포함한 25개 기업들의 공동 서한 “Open Weights and American AI Leadership”을 알리는 것이었다. (젠슨황 X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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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AI는 아직 공식 참여하지 않았지만, 일론 머스크가 "전폭적으로 지지한다. 젠슨이 옳다(This has my full support. Jensen is right.)"고 트윗하면서 개인적인 지지를 표명했고, 뒤이어 구글 CEO 순다르 피차르가 참여를 선언하면서 참여 업체는 35개로 늘었다. 이후 더 많은 업체들이 참여하면서 주말 중 50개 업체를 넘었는데, 7월 27일 월요일 11시 기준 참여업체는 총 77개가 되었다. 앤스로픽 등 소수 업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주요 기업들이 오픈소스 지지에 동참한 것이다. 심지어 국방과 밀접한 일을 하기에 가장 민감할 것 같은 팔란티어와 미스트랄도 첫 25개 업체에 이름을 올렸다.

“Open Weights and American AI Leadership” (오픈 웨이트와 미국 AI 리더십) 공동서한에 서명한 업체 명단, 25개로 시작해 주말을 지나면서 27일 오전 기준 77개로 늘었다.(출처: microsoft)

“Open Weights and American AI Leadership” (오픈 웨이트와 미국 AI 리더십) 공동서한에 서명한 업체 명단, 25개로 시작해 주말을 지나면서 27일 오전 기준 77개로 늘었다.(출처: microso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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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진 네 가지 미래

결국 오픈소스를 할 수 밖에 없다는 쪽으로 판단하게 된 이유는 크게 4가지다. 이것을 고려하면 한국의 선택지도 자명해진다.

첫째, 지금은 부분적으로 AI 모델들의 재귀적 자기개선(RSI)이 일어나는 RSI의 초기 단계다. 어느 순간 AI는 본격적인 RSI 단계에 진입할 것이다. 시간차를 두고 오픈소스 모델들도 상당 정도의 RSI가 가능한 수준까지 발전할 것이다.

둘째, AI를 활용한 해킹은 계속, 아니 급격하게 늘어날 것이다. 이번엔 OpenAI의 모델이 평가 점수를 높이려고 스스로 벌인 일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의도적으로 AI를 이용한 해킹을 시도하고 있을 것이다. Kimi K3와 같은 레벨의 오픈소스로 풀리면 해킹 시도들도 가속화될 것이다. 그 해킹은 적대국에 대한 공격일 수도 있고, 경쟁사에 대한 해킹일 수도 있고, 장난처럼 시작된 초등학생의 ‘사고’일 수도 있다.

셋째, 오픈소스는 국가가 통제할 수 없다. 엄청나게 똑똑한 오픈소스는 결국 등장할 것이고, 이는 공격용으로도 방어용으로도 쓰일 것이다. 누군가는 공격력이 제한되지 않은 오픈소스로 공격을 감행할 것이고, 그 공격을 막으려면 방어하는 쪽도 최소한 동급의 AI가 있어야 한다.

넷째, 허깅페이스 사례가 보여주었듯 안전을 고려해 고삐를 씌운 AI는 정작 방어에 무력하다. 옛 시대의 창과 방패는 모양이 달랐지만, AI는 공격과 방어를 한 몸으로 수행하는 자웅동체이기에 공격력을 약화시키면 방어력도 함께 약화된다. 그리고 이 구조는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오픈소스 AI를 다룰 줄 알고 오픈소스를 구동할 정도의 시스템 자원을 운영할 수 있는 곳이라면, 방어용으로라도 오픈소스 기반 해킹 방어막을 미리 상시 구축해둬야 한다. 언제 어디서 어떤 공격이 들어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폐쇄형 모델은 구조적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안전망이 성능을 제약하고 있기도 하지만, 또한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로, 대규모 공격에 맞서 한창 방어 작업을 벌이는 도중에, 토큰 비용이 모자라 방어 자체가 중단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오픈소스는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광범위하게 활용될 것이다. 77개 기업들의 공동 서한은 그것을 막을 수 없다는 업계의 공통 의견이 표명된 것이다.

우리가 서 있는 자리

이 창과 방패가 한몸에 거주하는 자웅동체의 시대에,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적어도 지금 확인된 사실은 하나다. 최고 수준의 AI와 동급이거나 그에 준하는 지능을 확보하지 못하면, 지능 경쟁에서 의미 없는 자리로 밀려난다. 지능의 격차는 곧바로 국가 능력의 격차로 이어진다.

이 격차는 기존의 선진국들 사이의 격차처럼 비교적 균등한 간격으로 배치되는 격차가 아닐 것이다. 자전거와 자동차 사이 만큼, 비행기와 로켓 사이의 격차 만큼이나 격렬한 속도 차이가 벌어질 것이다.

앞으로 지능 게임에서 뒤쳐지는 국가는 현재의 국가 경쟁력과 무관하게 순식간에 뒤쳐지는 시대가 도래한다. 그렇다면 우리 역시 최상위 AI 모델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이 경쟁은 1위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아니라, 완전히 뒤처지지 않기 위한 생존 경쟁이다. 현실적으로 1등이 될 수는 없어도, 적어도 글로벌 지능 순위 2위~3위 안에서는 경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다행히도 한국은 최상위 모델 그 자체를 제외하면, 반도체·데이터센터·전력까지 AI 인프라 풀스택을 자체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극소수 국가 중 하나다. 미국과 중국을 제외하면 한국 이외에 다른 후보가 있을지 모르겠다.
구하기 어려운 엔비디아 GPU조차 국내 기업이 대체할 여지도 있다. 리벨리온은 엔비디아 H200급을 목표로 한 추론 특화 NPU로 6,400억 원 규모의 프리IPO 투자를 유치했고, 퓨리오사AI는 TSMC 5나노 공정과 HBM3를 탑재한 2세대 가속기 '레니게이드'의 양산을 이미 시작했다. 정부도 소버린 AI 개발을 위해 엔비디아 GPU 5만 장을 별도로 확보해뒀다.

또한 최근 한국의 스타트업 모티프테크놀로지스가 발표한 모티프-3 (Motif-3) 오픈소스 모델은 글로벌 평가 기관 평가에서 DeepSeek V4 Pro와 동급(44점) 기록, 미국·중국을 제외한 국가 모델 중 1위, 전체 오픈소스 모델 중 3위권에 올랐다. 마침내 한국에서도 DeepSeek처럼 혜성 같은 스타트업이 등장한 것이다.

이 상황을 종합하면, 한편으로 AI 인프라 풀스택을 구축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모델 관련 전략을 제대로 수립한다면 최상위 선두 그룹 경쟁이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목줄을 남의 손에 맡길 수는 없다

폐쇄형 모델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15화에서 다룬 SK텔레콤의 사례에서 이미 보았듯 내 목줄을 남에게 쥐어주는 일이다.

그렇다면 오픈소스가 가진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전략적으로 오픈소스를 수용하고 육성하는 것이 논리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타당하다. 글로벌 오픈소스는 이미 글로벌 전체 지능 순위 3위 또는 4위권에 진입했다. 그렇다면 한국도 '자국산'이라는 이름표에만 집착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오히려 중국처럼 오픈소스 생태계와 적극적으로 이종교배하며 발전시키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아니...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경쟁을 따라잡지 못한다.

한국이 주권형 AI를 발굴하는 와중에 네이버 모델이 중국산 오픈소스를 일부 사용했다고 탈락한 사례가 있었다. 초창기 모델 관련 원천기술과 바닥부터 모델을 구축하는 경험을 축적하기 위해 오픈소스 사용을 원천 차단한 것은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일정 수준 이상의 역량을 확보한 후에는 굳이 오픈소스 사용을 제한할 이유가 없다.

또한 오픈소스 모델에 기반하더라도, 국방·금융·핵심 행정처럼 완전한 통제와 감사 가능성이 요구되는 영역에서는 최신 모델을 적용하면서도 특화된 기술은 비공개로 하는 두가지 트랙을 병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어떤 경우든 중요한 것은 최상위 모델 경쟁을 할 수 있는 기본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빗장을 걸어도 이미 확산된 지능은 회수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선택지는 하나다. 유용하면서도 위험한 도구가 전 세계에 풀린 이상, 우리는 그 도구를 ‘가장 잘 다룰 줄 아는 국가’가 되어야 한다. 고성능 오픈소스 모델을 신속히 평가하고, 파인튜닝하며, 보안 검증과 실제 방어에 투입할 수 있는 역량을 국가 인프라 수준으로 키워야 한다. 이는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창과 방패가 한 몸이 된 시대에 ‘동급의 무기’를 우리 손으로 쥐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전명산 소셜인프라테크 대표는


블록체인 전문가로 기술과 사회시스템의 구조적 변화를 연구하는 기획자이자 개발자이다.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인터넷 산업에서 25년 이상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 최초 블로그 미디어 ‘미디어몹’을 기획한 바 있다. SK커뮤니케이션즈(싸이월드) R&D 연구소 팀장 등을 거쳐 블록체인 플랫폼과 분산시스템 기술을 개발해왔다. 현재 (주)소셜인프라테크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며 오랫동안 천착해 온 블록체인 거버넌스 연구를 바탕으로 AI·블록체인·에너지·도시 인프라를 결합, 기본소득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 체제로 전환하는 전기 문명 프로토타입 ABCity(AI Blockchain City) 프로젝트를 제안하는 책 『가속해도 괜찮아! ABCity-AI 시대를 위한 전기 문명 프로토타입』(2026)을 냈다.

전명산 칼럼니스트/소셜인프라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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