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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지능을 가진 나라와 못 가진 나라, '초격차'가 시작되다 [전명산의 AI블록체인도시 이야기⑮]

전명산 칼럼니스트

기사입력 : 2026-07-17 06:05

AI 대전의 새 국면, 소버린 AI가 생존 여부를 결정한다

자기 지능을 가진 나라와 못 가진 나라, '초격차'가 시작되다 [전명산의 AI블록체인도시 이야기⑮]
최근 몇 년, AI 산업은 쉴 틈 없이 숨 가빴다. 예상을 뛰어넘는 모델의 개선 속도, 예상하지 못했던 사고들, 예상하지 못했던 중국과 오픈소스 진영의 추격, 예상하지 못했던 반도체 공급난과 에너지 문제들로 매주 이슈가 흘러넘쳤다. 그리고 이번엔 예상하지 못했던 국가의 전면 개입이 시작되었다. 이 개입이 만들어내는 결과는 뉴스 몇 줄로 끝나지 않는다. 자기가 통제 가능한 지능을 가진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 사이에, 좁혀지기 어려운 격차가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AI를 안보 자산으로 취급하기 시작하다

지난 4월 초, 앤스로픽은 자사의 최신 모델 '클로드 미토스(Claude Mythos)'를 세상에 공개했다. 정확히는 '공개'가 아니라 '경고'였다. 미토스는 공개 시연 없이 곧바로 '프리뷰(Preview)' 단계로 미국 정부와 약 50개 초기 파트너 기관에만 제한적으로 배포됐다. 너무도 뛰어난 '성능' 때문이다. 앤스로픽의 레드팀 테스트에서 미토스는 하룻밤 사이에 스스로 원격 코드 실행 취약점을 찾아내 실제 작동하는 공격 코드를 완성했고, 별도 테스트에서는 강력한 보안 샌드박스를 탈출한 뒤 관리자에게 이메일로 자신이 밖으로 나왔다는 사실을 알리기까지 했다. 사이버 보안 전문가들 사이에서 미토스는 "사실상 사이버 무기"로 불렸다.

이 압도적 성능을 관리하기 위해 앤스로픽은 '프로젝트 글래스윙(Project Glasswing)'을 시작했다. 미토스를 활용해 각국 핵심 인프라의 보안 취약점을 미리 찾아내고 방어하자는 산업 연합체였다. 초기에는 미국 정부와 AWS·애플·구글·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 등 소수의 미국 기업에만 접근권이 주어졌다.

그러다 6월 2일, 앤스로픽은 글래스윙을 15개국 이상 약 150개 기관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SK텔레콤이 포함됐다.그런데 곧바로 문제가 생겼다. 백악관이 SK텔레콤 한 곳을 콕 집어, 미토스 접근권을 회수하라고 앤스로픽에 요청한 것이다. 공식적인 수출 통제 조치가 발동되기도 전이었다.

이것은 예고편에 불과했다. 6월 9일, 앤스로픽은 미토스급 성능을 안전장치와 함께 대중에 공개하는 '페이블 5(Fable 5)'를 출시했다. 그러나 사흘 뒤인 6월 12일, 미국 상무부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페이블 5와 미토스 5 두 모델 모두에 대해 미국 국적이 아닌 모든 이용자의 접근을 전면 차단하라는 수출통제 지침을 내렸다. 미국 내에 거주하는 외국 국적자까지 포함하는 강력한 조치였다.

이용자의 국적을 실시간으로 구분할 수 없었던 앤스로픽은 페이블 5 서비스 전체를 중단해버렸다. 사전 통보도 없었다. 한창 페이블 5의 성능에 놀라워하며 이를 테스트하거나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전 세계 이용자들의 접근이 하루아침에 차단되었다.

이후 앤스로픽은 6월 30일 미국 정부가 수출통제를 해제하면서 7월 1일 페이블 5 서비스가 재개됐다. 다만 미토스 5는 여전히 '신뢰할 수 있는' 일부 기관에만 제한적으로 열려 있다.

오픈AI도 비슷한 경로를 밟았다. 오픈AI는 미토스와 맞먹는 성능의 차세대 모델 'GPT-5.6'을 준비했지만, 백악관 국가사이버국과 과학기술정책실이 국가안보 우려를 이유로 공개 범위를 정부 승인 파트너로 제한할 것을 요청했다. 오픈AI는 이를 받아들여 6월 말부터 제한적 프리뷰만 진행했고, 상무부 산하 AI 표준·혁신센터(CAISI)와 수 주간의 추가 검증을 거친 뒤 7월 9일이 되서야 'GPT-5.6 Sol·Terra·Luna' 세 모델을 전면 공개할 수 있었다.

앞으로 출시될 미토스 후속 모델, GPT-5.6의 후속 모델 그리고 Gemini나 Grok의 후속 버전이 미토스 수준에 근접하는 경우, 아마도 비슷한 일들이 반복될 것이다. 이제 최상위 AI 모델은 지메일이나 페이스북처럼 인터넷에 연결된 사람이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서비스가 아니다. 미국 정부가 접근권 자체를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안보 자산이 되었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은 각각 최상위 모델들에 대한 통제 정책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국가들 사이의 AI 성능 격차는 급격하게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중국은 각각 최상위 모델들에 대한 통제 정책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국가들 사이의 AI 성능 격차는 급격하게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오픈소스 개방 노선에 제동을 걸다

중국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로이터 보도(7월 7일)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최근 한 달간 알리바바·바이트댄스·즈푸AI(Z.ai) 등과 잇달아 회동하며, 자국의 최신 AI 모델에 대한 해외 접근을 제한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논의 대상에는 폐쇄형 모델뿐 아니라 오픈소스로 공개된 모델까지 포함되어 있다. 만약 이 정책이 시행된다면 지난 1년 6개월간 세계 AI 생태계를 뒤흔든 중국의 오픈소스 전략 자체가 뒤바뀐다.

중국의 오픈소스 AI 전략은 2025년 1월, 딥시크가 오픈소스 모델 R1을 공개하면서 시작되었다. 중국 모델들은 미국 AI 대비 최소 수배에서 수십 배 저렴한 가격을 핵심 경쟁력으로 삼아 빠르게 점유율을 넓혔고, 실제로 최근에는 토큰 사용량(AI 총 사용량의 대리 지표) 기준으로 미국을 앞질렀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오픈소스로 공개된 모델을 다른 업체들이 자유롭게 활용하고 전 세계 개발자들이 자발적으로 개선에 참여하면서, 자가 개선과 기술 이종교배가 빠르게 이루어졌다. 이 개방 전략이 중국 AI 생태계를 순식간에 미국에 이은 압도적 2위로 밀어 올렸다.

그런데 이 개방 전략의 수혜자였던 중국 정부가 이제는 문을 걸어 잠그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논의되는 방안은 3단계 구조로 알려졌다. 기초적인 오픈소스 도구는 단순 신고, 상당한 수준의 기술은 안보 심사, 가장 앞선 프런티어 모델은 아예 국내용으로만 묶어두는 방식이다. 여기에 AI 기술 유출에 대한 처벌 강화, 자국 AI 스타트업에 대한 외국 자본 투자 제한 방안까지 함께 논의되고 있다. 실제로 중국 태생 AI 기업 마누스는 2025년 12월 메타에 20억 달러(약 3조 원)에 인수되기로 결정됐는데, 2026년 4월 27일 국가안보와 기술 유출 우려를 이유로 외국인 투자 금지 결정을 내렸다. 마누스 공동창업자(CEO 샤오훙, CSO 지이차오)는 출국금지되었다. 2026년 5월 말부터는 알리바바·딥시크 등 주요 기업의 AI 핵심 인재에 대해 해외 출장 시 사전 승인을 요구하는 조치도 시행 중이다.

두 초강대국이 빗장을 잠그기 시작한 이유

AI에서 1위와 2위를 다투는 미국과 중국이 거의 동시에 폐쇄적 노선으로 돌아선 배경에는 네 가지 요인이 겹쳐 있다.

첫째, 직접적인 원인은 'AI의 놀라운 성능'이다. 프런티어 모델의 성능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서, 지능을 외부에 공급하는 행위 자체가 경쟁국이나 적대 세력의 역량을 직접 키워주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공포가 확산됐다. 미국 입장에서는 적대국 관계자가 미국의 최상위 모델을 이용해 자국의 기반시설을 해킹할 가능성이, 중국 입장에서는 자국에서 배포된 오픈소스가 거꾸로 중국을 겨냥한 공격에 활용될 가능성이 현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AI를 국가안보 자산으로 취급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은 이미 대만 반도체 수출 통제에 사용해온 전략자산 관리 방식을 AI 모델에도 적용하기 시작했다. 프런티어 AI 모델을 반도체 팹이나 핵무기 설계도처럼 취급하겠다는 것이다. 오픈소스 정책을 재고하기 시작한 중국 역시 마찬가지다. AI 산업 1위와 2위를 다투는 국가가 동시에 프런티어 AI를 전략물자로 재분류하기 시작했다.

셋째는 기술 유출과 '증류(distillation)' 방지다. 최상위 모델에 대한 접근을 넓게 열어두면, 경쟁국이나 후발주자가 그 모델의 응답을 대량으로 수집해 자신들의 모델을 학습시키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 AI 회사들은 중국 측의 대규모 증류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 해 왔다. 미국 입장에서는 수십조 원을 들여 개발한 프런티어 모델의 성능을, 외국 경쟁사 특히 중국이 사용료만 내고 손쉽게 복제해가는 상황을 용납하기 어려운 것이다.

중국의 계산도 비슷하다. 어렵게 따라잡은 자국의 오픈소스 모델을 계속 무료로 공개하면, 미국을 비롯한 해외 기업들이 이를 그대로 가져다 더 개선된 모델을 만들 것이다. 그동안 쌓아온 기술 우위를 지키려면 접근 자체를 통제하는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 가지 더. 명확한 근거는 없지만 필자가 추정하는 네 번째 이유는 AI의 재귀적 자기 개선(Recursive Self-Improvement) 단계가 임박했다는 사실이다. AI가 스스로 자신의 성능을 개선하는 단계에 이르면 발전 속도는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비약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가 따라오지 못하도록 격차를 벌려놓은 채로, 최대한 빨리 자기 개선 단계에 먼저 진입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겠다는 계산이 성립한다.

엔스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는 최신 모델의 코드 90% 이상을 클로드가 작성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AI의 재귀적 자기개선 시점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엔스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는 최신 모델의 코드 90% 이상을 클로드가 작성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AI의 재귀적 자기개선 시점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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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자기 개선 단계에 진입한 이후다. 그렇게 더 똑똑해진 AI의 성능을 기반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지금으로선 예측하기 어렵다. 미토스가 이미 인류 최고의 엔지니어들을 한참 뛰어넘는 해킹 능력을 보여준 전례가 있는 만큼, 자기 개선을 거쳐 몇배는 더 강력해진 AI가 경쟁국이나 적대 세력을 방어조차 할 수 없는 지경으로 무력화시키는 무기로 활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누가 먼저 재귀적 자기개선 단계에 진입하느냐가 생사를 건 싸움이 될 수도 있다.

이미 우리는 지구상 곳곳에서 전쟁이 벌어지는 시기에 살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이나 중국의 입장에서는 경쟁국의 발전 속도를 최대한 늦춰야 한다. 미국이 먼저 문을 닫는 쪽으로 움직였고, 미국을 바짝 뒤쫒고 있는 중국 역시 3위와 4위 추격자를 용인하지 않으면서 최단 시간에 미국과 대등해지거나 추월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국가 생존 전략이 되어버린 소버린 AI

이 사태는 AI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적극적으로 사용해온 모든 나라와 기업에 심각한 경종을 울렸다. 돈을 내고 잘 쓰던 AI가 정부의 행정명령 한 번으로 하루아침에 중단될 수 있다는 것이 현실로 증명됐다. 페이블 5가 갑자기 멈췄을 때, 이를 활용해 중요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이들은 프로젝트 자체를 접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중국의 오픈소스를 가져다 쓰던 수많은 기업들 역시, 아마도 앞으로는 더 이상의 성능 개선을 기대할 수 없을 것 같다.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AI가 최고 수준의 지능을 제공하며, 이를 제대로 활용하면 박사급 연구 인력 수만 명, 수십만 명에 맞먹는 역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증명됐다. 그런데 그 지능이 어느 날 갑자기 접근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사실도 함께 증명되었다.

앞으로 지능을 활용할 수 있는 국가와 활용할 수 없는 국가의 차이는 어마어마하게 벌어질 수밖에 없다. 지능이 발전할수록 이 격차는 가속화될 것이다. 그리고 일정 수준 이상의 AI 지능을 이미 확보한 미국과 중국은 이제 그 지능의 빗장을 걸어 잠그기 시작했다. 지능 주권을 가진 나라와 지능 주권을 갖지 못한 나라의 초격차가 시작되고 있다.

결국은 명확하고 단순하다. 자국 영토 안에서, 자국의 통제 아래, 스스로 지능을 만들어내고 운용할 수 있는 능력, 즉 소버린 AI(Sovereign AI)를 갖추는 것이다. 성능이 떨어진다고 문제 삼을 일이 아니다. 오히려 더 빠르게 성장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자기 지능이 없다는 현실 자체가 생존을 가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에너지를 남에게 의존하지 않아야 진정한 주권이 확립되듯, AI 역시 국가 주권의 필수 요소가 되는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전명산 소셜인프라테크 대표는


블록체인 전문가로 기술과 사회시스템의 구조적 변화를 연구하는 기획자이자 개발자이다.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인터넷 산업에서 25년 이상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 최초 블로그 미디어 ‘미디어몹’을 기획한 바 있다. SK커뮤니케이션즈(싸이월드) R&D 연구소 팀장 등을 거쳐 블록체인 플랫폼과 분산시스템 기술을 개발해왔다. 현재 (주)소셜인프라테크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며 오랫동안 천착해 온 블록체인 거버넌스 연구를 바탕으로 AI·블록체인·에너지·도시 인프라를 결합, 기본소득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 체제로 전환하는 전기 문명 프로토타입 ABCity(AI Blockchain City) 프로젝트를 제안하는 책 『가속해도 괜찮아! ABCity-AI 시대를 위한 전기 문명 프로토타입』(2026)을 냈다.

전명산 칼럼니스트/소셜인프라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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