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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공백에도 준비는 계속…금융지주, 스테이블코인 '선점 경쟁' [스테이블코인 新지형도 ②]

지다혜 기자

dahyeji@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4-20 14:00

KB·신한·하나, 글로벌 연계·생태계 구축·인프라 중심 '3색 분화'
초기 유동성·결제망 선점 여부가 향후 시장 판도 좌우

(왼쪽부터)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 사진=각 사

(왼쪽부터)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 사진=각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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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지다혜 기자] 스테이블코인 제도화가 지연되는 사이 금융지주들의 준비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글로벌 사업자와의 협력, 결제 인프라 실험, 컨소시엄 구축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사전 대응에 나서면서 향후 시장 주도권을 둘러싼 전략 경쟁이 점차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KB·하나·신한, 서로 다른 전략으로 '길 찾기'

금융지주들은 동일한 규제 공백 속에서도 각기 다른 전략으로 스테이블코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KB금융은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과의 직접 연결에 무게를 두고 있다. 미국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써클(Circle)과 협력을 강화하며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USDC 활용 확대를 추진 중이다. 특히 '써클 민트'를 활용한 기술 검증(PoC)을 통해 발행, 송금, 환전 등 전 과정을 직접 구현하며 실제 금융 서비스 적용에 필요한 운영 경험을 축적했다.

하나금융은 컨소시엄 기반의 생태계 구축 전략을 선택했다. 다수 금융기관과 함께 발행 구조를 공동 설계하는 한편, 글로벌 사업자와 협력해 실제 결제 경험을 테스트하는 방식이다. 하나카드는 써클 및 글로벌 디지털자산 사업자 크립토닷컴과 협업해 외국인 대상 스테이블코인 결제 마케팅을 진행하며 실사용 가능성을 점검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발행보다 인프라에 집중하고 있다. 글로벌 발행사들이 제공하는 API 기반 PoC를 통해 기술 검증을 진행하는 동시에 그룹 차원에서 디지털자산이 금융 서비스에 미치는 영향 분석과 함께 결제·송금 등 다양한 사업 모델을 구상 중이다.

이처럼 금융지주들은 '글로벌 연계(KB금융)', '공동 생태계 구축(하나금융)', '결제 인프라 중심(신한금융)'으로 전략이 뚜렷하게 갈리는 양상이다.

준비 단계부터 경쟁 본격화

규제 공백에도 준비는 계속…금융지주, 스테이블코인 '선점 경쟁' [스테이블코인 新지형도 ②]이미지 확대보기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을 단순한 준비 국면이 아닌 이미 경쟁이 시작된 단계로 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 자문위원이자 크립토 전략 자문사 엑스크립톤의 김종승 대표는 "스테이블코인 경쟁의 핵심은 결제·송금 등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유통망과 제도적 신뢰를 누가 먼저 확보하느냐에 있다"며 "초기 선점은 시장 점유율을 넘어 사실상의 표준과 유동성 중심을 선점하는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은 거래소, 지갑, 금융기관이 연결된 네트워크 구조 안에서 사용될수록 영향력이 커지는 특성이 있어 초기에 형성된 구조가 장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김 대표는 "이미 형성된 유통망과 유동성을 뒤집기 위해서는 훨씬 더 큰 비용이 필요하다"며 "후발주자가 따라잡기 어려운 시장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결국 지금의 PoC, 파트너십, 결제 실험 등은 단순 준비가 아니라 향후 시장 주도권을 결정짓는 핵심 과정이라는 의미다.

글로벌 협력 확대 속 전략 선택도 '양날의 검'

금융지주들이 글로벌 사업자와 협력을 확대하는 흐름도 눈에 띈다. 다만 이러한 전략은 기회와 리스크를 동시에 내포한다.

글로벌 인프라와의 연계를 통해 초기 유동성과 국제 활용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다. 실제로 KB금융은 글로벌 결제와 무역금융 영역에서 스테이블코인 활용 가능성을 확대하고 있으며, 하나금융 역시 결제 마케팅을 통해 실사용 기반을 점검하고 있다.

반면 국내 입법이 지연될 경우, 이러한 협력이 해외 인프라 종속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종승 대표는 "제도가 늦어질수록 국내 금융사는 스테이블코인 질서를 설계하는 주체가 아니라 해외 플랫폼에 접속하는 유통 채널 역할에 머물 가능성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이 경우 시장의 핵심 부가가치는 발행과 표준 설계 단계에서 해외로 이동하고, 국내 금융권은 수수료 기반 서비스 중심으로 역할이 제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입법 이후 속도전이 주도권 가른다

전문가들은 스테이블코인 경쟁이 입법 이후 빠르게 전개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종섭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현재 금융지주들이 글로벌 사업자와 협력하거나 기술 검증을 진행하는 것은 향후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 중요한 준비 과정"이라며 "누가 더 많은 실험과 파트너십 경험을 확보했느냐에 따라 시장 진입 속도와 확장성이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입법 이후에는 준비된 사업자와 그렇지 않은 사업자 간 격차가 예상보다 빠르게 벌어질 수 있다"며 "지금의 준비 수준이 향후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입법 이후에는 스테이블코인 시장 경쟁이 예상보다 빠르게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제도화가 이뤄질 경우 사업화 속도가 단기간에 빨라질 수밖에 없는 만큼, 이미 인프라 구축과 글로벌 협력 구조를 확보한 사업자를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결제·송금·커스터디 등 인프라 영역은 선제적으로 구축한 사업자가 우위를 점하는 구조인 만큼, 현재 진행 중인 기술 검증과 파트너십 확보 수준이 향후 시장 점유율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다혜 한국금융신문 기자 dahyej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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