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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호진 젠젠AI 대표 "데이터 계 TSMC될 것" [K-방산 신흥강자 ③]

신혜주 기자

hjs0509@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3-27 12:30 최종수정 : 2026-04-03 20:20

AI 개발 주기 '1년 → 20일' 90% 단축
무인체계 및 정보감시정찰 분야 필수
한화·KAI 파트너십 넘어 글로벌 영토 확장

조호진 젠젠AI 대표이사. /사진제공=젠젠AI

조호진 젠젠AI 대표이사. /사진제공=젠젠AI

[한국금융신문 신혜주 기자] 인공지능(AI) 개발 성패는 모델의 정교함보다 '데이터 질'에서 결정된다. 특히 보안이 철저하고 극한 환경에서 작동돼야 하는 방위산업에서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은 인력과 비용, 시간을 집어삼키는 거대한 장벽이다. 이를 '생성형 AI'로 뚫어내며 주목받는 스타트업이 있다. 바로 조호진 대표가 이끄는 '젠젠AI(GenGenAI)'다.

조호진 젠젠AI 대표는 "고객이 데이터가 없어서 AI를 만들 수 없다는 말이 나오지 않게 하겠다"며 "데이터 계 TSMC(데이터 파운드리)가 돼, AI를 개발하는 많은 기업이 우리 데이터로 AI를 만들 수 있게 돕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엔지니어 갈증에서 탄생한 '진짜 생성 AI'

포항공대 컴퓨터공학과에서 학·박사 과정을 마친 조호진 대표는 글로벌 IT 기업 어도비(Adobe) 포토샵(Photoshop) 개발팀 박사 인턴과 국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업 스트라드비젼 창립 멤버를 거친 베테랑 엔지니어다. 그는 현장에서 자율주행 AI를 개발하며 데이터 수집과 정제·가공에 연간 수백억 원이 소요되는 비효율을 직접 목격했다.

조 대표는 "독일 완성차 업체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프로젝트에 참여할 당시, 데이터 양이 많다고 해서 반드시 AI 성능이 향상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높아진 데이터 복잡성과 특성에 따라 성능이 저하될 수도 있다는 점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해외 주행 중 마주칠 수 있는 곰이나 캥거루 같은 동물이나, 예상치 못한 사고 상황 같은 '엣지 케이스(Edge Case)' 데이터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도 확보 자체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갈증은 2022년 1월 젠젠AI 창업으로 이어졌다. 당시엔 생소했던 생성형 AI를 사명에 넣은 이유도 명확했다. 겉보기에만 그럴듯한 이미지가 아니라, 산업 현장에서 즉시 학습에 쓸 수 있는 '진짜(GENuine)' 데이터를 만들겠다는 의지였다.

도메인 특화 기술로 데이터 한계 돌파

기존에도 3D 시뮬레이션 기반 합성 데이터는 존재했다. 하지만 실제 센서 노이즈나 복잡한 물리적 환경을 완벽히 재현하지 못해, 실제 환경에 적용하면 성능이 떨어지는 '도메인 갭(Domain Gap)' 현상이 고질적인 문제였다.

젠젠AI는 이를 '도메인 특화 생성 기술'로 해결했다. 고객사 센서 특성과 임무 환경을 정밀하게 반영해 실제 데이터와 구분이 불가능한 수준의 데이터를 생성한다.

효율성 측면에서도 혁신적이다. 사계절 데이터를 얻기 위해 1년을 기다리거나 눈길 촬영을 위해 위험을 무릅쓸 필요가 없다. 사무실에서 그래픽처리장치(GPU)만으로 사계절, 기상 상황, 지형을 자유자재로 구현한다. 그 결과 과거 6~12개월이 걸리던 AI 개발 주기를 10~20일로 90% 이상 단축시켰다.

육·해·공 무인체계 지능화 주도

젠젠AI 무인수상정 합성데이터. /자료제공=젠젠AI

젠젠AI 무인수상정 합성데이터. /자료제공=젠젠AI


당초 자동차 자율주행 시장을 겨냥했던 젠젠AI는 2023년 한화시스템과 협력을 기점으로 방위산업에 본격 발을 들였다. 보안 때문에 공유가 안 되고, 데이터 수집 자체가 어려운 방산 분야는 젠젠AI 기술력이 가장 절실한 곳이었다.

특히 무인체계 및 정보감시정찰 분야에서 젠젠AI는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실제로 포착하기 어려운 표적, 특정 기상 조건, 시간대별 지형 변화, 가상의 위협 시나리오 등을 정밀하게 구현해 낸다.

이를 통해 객체 탐지 및 분류, 추적, 상황 인지 등 무인체계 핵심 기능을 고도화하고, 희귀한 '엣지 케이스'까지 완벽하게 학습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현재 지상(UGV), 해상(USV), 공중(UAV)에 이르는 모든 무인체계 플랫폼용 데이터를 생성하고 있다.

한화시스템과 해양 환경 적외선(IR) 센서 데이터 생성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한 이후, 젠젠AI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현대로템, 국방과학연구소 등 국내 대표 방산 기업들을 파트너로 확보했다.

젠젠AI 2대 주주(지분 9.87%)인 KAI와는 무인항공기 및 위성 데이터 생성 분야에서 협력 중이며, 향후 'AI 파일럿' 학습을 위한 핵심 데이터 공급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2년 만에 매출 2배 성장...수주잔고 20억

젠젠AI 비즈니스는 세 축으로 구성돼 있다. 데이터를 생성·공급하는 '젠젠데이터'와 맞춤형 AI 모델을 개발하는 '젠젠비전', 고객이 직접 데이터를 생성하고 AI를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플랫폼 '젠젠스튜디오'다.

'젠젠스튜디오'는 CES 2025에서 AI 분야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폭스바겐(Volkswagen)과 아우디(Audi)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 임원들이 매일 부스를 찾을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젠젠AI는 보안과 비용 문제를 고려해 올해 중 군과 정부 출연 연구소를 대상으로 온프레미스(On-premise , 내부 설치형) 제품을 먼저 선보일 계획이다.

매출 지표는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23년 3억 원대에서 2024년 6억2000만 원으로 성장했다. 2024년에는 미국 자율주행 관련 데이터 공급 수출로 약 25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매출은 6억8000만 원이며, 현재 확보한 수주잔고는 약 20억 원에 달한다. 올해는 전년 대비 2~3배 이상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방산 넘어 로봇·글로벌 진출 목표

조호진 대표 시선은 이제 피지컬 AI(로보틱스)와 제조 현장으로 향하고 있다. 센서 기반 인지가 중요한 로봇 분야에서도 시뮬레이션 이상의 정교한 데이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제조업 역시 AI 도입을 통해 비용 절감과 생산성을 향상할 수 있다.

조 대표는 "방위산업 분야에서 궤도에 올라 계약을 시작한 지 이제 1년밖에 되지 않았다"며 "올해는 기존 고객과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추가 협력 범위를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젠젠AI 데이터 생성 기술은 방산뿐만 아니라 민간 산업에도 즉시 적용 가능한 '듀얼 유즈(Dual-use)' 강점을 지녔기 때문에, 방산 외 분야에서 매출을 확대하고 글로벌 고객 확보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현재 가전, 제조, 보안 등 민수 산업 전반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국내 주요 대·중견기업들과 긴밀한 협력을 논의 중이며, 특히 올 상반기 내 일부 기업과는 실제 제품 양산 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이달 자동차 분야 글로벌 업체와 협력 방안을 구체화한 데 이어,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유럽 방산 기업들의 요청에 따라 진행한 기술 실증(PoC)을 성공적으로 마친 상태다.

내부적인 체질 개선도 병행한다. 그간 축적된 독보적인 기술 노하우를 집약해 독자적인 모델을 구축 중이다. 단순 '데이터 생성 서비스'를 넘어 완성도 높은 '솔루션 제품' 중심 사업 구조로 전환함으로써 사업 구조를 강화할 계획이다.

조 대표는 중장기 비전으로 "거창한 목표보다는 기업 본질인 이윤 창출에 집중하려 한다"며 "시장이 원하는 제품과 기술, 서비스를 개발하고 연간 손익분기점(BEP) 달성을 시작으로 흑자를 내는 방산 스타트업이 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신혜주 한국금융신문 기자 hjs0509@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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