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주 LH 본사 전경./사진제공=LH
2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9·7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통해 수도권에 135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확대방안은 19만9000가구가 공공택지에서 공급되고, 이 가운데 6만 가구는 LH가 직접 시행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국토교통부는 “135만 호 공급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공공기관의 역할 확대가 필수적”이라며 LH를 사실상 공급 확대의 주력 기관으로 지목했다.
이로써 LH는 ▲공공택지 공급 ▲도심지 주택 공급 ▲유휴부지 재정비 등 전방위적 역할을 맡게 됐다. 특히 삼성물산 건설부문·현대건설 등 주요 민간 건설사와 협력하는 민간참여사업도 병행하며 공공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실제로 LH는 올해 상반기에만 사상 최대 규모인 3만 가구(8조3000억원)의 민간참여사업을 추진했다.
하반기에는 총 5100가구·1조2000억원 규모의 사업이 진행된다. 남양주왕숙2 등 3기 신도시를 포함한 4개 지구, 8개 블록에서 3개 패키지 결합 형태로 추진된다.
LH는 올해 상반기 물량을 포함해 연말까지 약 1만8000가구의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주헌 LH 공공주택본부장은 "정부 공급 확대 기조에 맞춰 민간참여사업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안전하고 품질 높은 공공주택을 적기에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 주도권을 맡은 LH는 현재 CEO 공백 상태다. 역할과 권한이 커졌음에도 이를 진두지휘 할 수 있는 인물이 없다는 의미다. 이한준 전 LH 사장은 지난 8월 사의를 밝혔지만, 대통령실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아 직무대행 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조직·인력 상황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LH는 2021년 투기 사태 이후 진행된 구조조정으로 LH 직원은 7628명까지 줄었다. 이 가운데 주택사업 인력은 962명(12.4%)에 불과하다.
인력난은 곧 안전관리 공백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지난 2023년 곤욕을 치른 인천 검단 아파트 철근 누락 사태 당시 용역을 관리·감독할 LH 시공·설계감독자가 법정 필요인력보다 부족하게 배치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LH 인력난 논란이 확대됐다.
여기에 지난 4년간 LH 발주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 건수는 전체 발주청 가운데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안전관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사망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상위 10개 발주청에서 총 90건의 사망 사고가 발생해 92명의 근로자가 사망했다. LH의 경우 4년간 총 18건의 사망 사고를 기록해 공공 발주자 중 가장 많은 사망사고 건수가 발생했다.
문진석 의원은 “발주자의 책임이 나날이 강조되고 있는 만큼, 발주청 역시 책임의식을 갖고 철저한 공사 관리에 임해야 한다”며 “특히 LH·한국도로공사 등은 상습적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공사 기간과 비용이 적정했는지 등을 전반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획재정부가 실시한 2024년 공공기관 안전관리 평가에서도 LH는 안전역량 D, 안전수준 C 등급에 머물렀다.
공기업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공기업이 우수·양호 성적을 받길 원하지만 대부분이 C에서 머무르게 된다. D등급을 받았다는 것은 정부가 못했다고 평가한 것이고, 지켜보겠다는 경고의 표시”라며 “통상 D등급이 나오게되면 내부적으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힘을 들인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공급 확대 기조 속에서 LH는 어느 때보다 큰 권한을 부여받았지만, CEO부재와 인력난, 안전관리 미흡이라는 과제가 동시에 발목을 잡고 있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공급 확대라는 정부 방침과 안전관리 강화라는 사회적 요구가 충돌하지 않도록 LH의 역할 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익명을 요청한 한 건설정책연구원은 “국토부 관계자들도 LH 인력과 현장 인력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다. LH가 정부의 뜻을 받아 공급을 늘리려면 근본적으로 안전리스크와 인력 충원이 선행돼야 할 것 같다”며 “특히 중대재해·노란봉부법안 등으로 건설업계가 위축되고 있는 만큼, 이를 관리·감독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 역할 팀을 만드는 등 구조조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주현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gun131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