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고위공직자의 주식 백지 신탁 및 매각 의무를 강화하는 법제화 촉구에 나섰다. 하지만, 제도 개선의 당사자인 국회와 금융권은 사실상 침묵으로로 일관하고 있다. 대한민국국회모습. 사진=한국금융신문DB
하지만, 제도 개선의 당사자인 국회와 금융권은 사실상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공직자 이해 충돌 방지라는 본질적 문제를 앞에 두고도 미온적 반응만 되풀이되는 현실에, 제도 개선의 실현 가능성이 점점 요원해진다는 비판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10일 증권가에 따르면, 경실련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고위공직자의 주식 보유와 매각이 직무와 충돌하는 경우가 빈번하지만, 심사는 부실하게 이뤄지고 있고 그 결과 조차 공개되지 않고 있다”며 현 제도의 구조적 허점을 강하게 질타했다.
경실련은 ▲직무관련성 심사 결과 공개 ▲신고 불이행자 명단 공표 ▲실질적 제재 도입 등을 통해 법과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시민사회의 경고음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입법 권한을 가진 국회는 관련 논의 조차 나서지 않고 있다. 22대 국회 개원후 경실련이 전달한 개혁 과제들조차도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는 분위기다. 이해 충돌 방지라는 공익적 의제임에도, 정치권 내부에서의 눈치 보기와 자기 방어 심리가 입법을 가로막고 있는 양상이다.
금융업계 역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제도의 강화를 시장 리스크 정도로만 인식하며 말을 아끼고 있다. 경실련의 문제 제기가 금융 시장과 직결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증권사나 금융기관에서는 공식적인 입장조차 내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무책임하다는 지적마저 일고 있다.
업계 일부에선 “공직자 주식 보유와 매각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면서도 정치적 사안에 대한 언급만큼은 꺼리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사익과 연결된 민감한 문제에는 국회와 금융권이 침묵으로 일관하는 이중 잣대를 보인다는 비판도 따른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 같은 무반응을 ‘정치적 유보’ 또는 ‘침묵 속 기득권 보호’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한 경제정책 전문가는 “이번 사안이 공직자 투명성이라는 헌법적 가치와 직결된 문제지만, 입법 과정은 언제나 정치적 부담 속에서 미뤄져 왔다”며 “업계 또한 규제 회피를 위해 적극적인 대응을 꺼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경실련은 향후 보다 강도 높은 여론 형성과 입법 압박에 나설 전망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국회와 금융권이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한, 제도 개선은 말 뿐인 구호에 그칠 가능성도 크다. 경실련 관계자는 “공직자의 이해 충돌을 방치하는 사회가 과연 신뢰를 말할 자격이 있는가?” 라며 국회를 향해서 주식 매각 신고제 입법 추진을 강하게 촉구했다.
김희일 한국금융신문 기자 heuyil@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