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SK에코플랜트는 환경 자회사(리뉴어스, 리뉴원, 리뉴에너지충북) 지분 전량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매각 규모는 1조7800억원이다. 리뉴어스와 리뉴에너지충북은 잔여 지분 확보 후 매각, 인수금융 및 영구 교환사채(EB) 차환 등을 고려하면 약 4000억원 정도 현금을 확보할 것으로 관측된다.
GS건설도 자회사인 수처리 기업 GS이니마를 매각한다. 매각 대금은 1조2578억원(지분가치 기준)이다.
SK에코플랜트 환경사업은 최근 수년간 적자가 이어졌다. 그룹 측면 대대적인 지배구조 개편이 진행되는 가운데 SK에코플랜트 또한 궤를 같이 하는 모습이다. 반면, GS이니마는 GS건설 입장에서 ‘알짜’로 꼽힌다는 점이 다르다.
그러나 ‘비핵심 사업 정리’ 측면 두 기업의 행보는 같다고 볼 수 있다. 매각 대상 기업들이 해당 그룹 주력 사업이나 지배구조에 타격을 입히는 주체가 아니라는 의미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롯데렌탈 매각도 동일 선상에 있다. 롯데렌탈 역시 롯데그룹 계열사 중 알짜로 꼽히지만 그룹 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지 않다. 그룹 주력 사업인 화학, 유통과도 거리가 멀다.
정확히는 핵심 계열사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그룹이나 주주 입장에서도 핵심 계열사에 대한 지원을 무조건 막는 것은 오히려 손해가 될 수 있다.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자금조달 비용 상승으로 이익 수준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비핵심 계열사 지원은 재원 집중도 하락은 물론 문어발 확장에 따른 ‘밸류 다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주주반발은 기업 의사결정에 치명타를 입힐 수도 있다. 현금흐름이 안정적이라도 채권투자자 역시 불안해질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상법 개정으로 주주 입지가 강화되면 채권자 입장에서는 고심할 수밖에 없다”며 “향후 채권자는 같은 그룹 계열사라도 ‘핵심’인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비핵심 계열사라면 실질적인 지원이 제한되거나 매각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에 채권시장에서는 ‘노치업’(notch-up)을 제외한 수준에서 ‘실질’ 등급과 금리로 결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7일 SK이노베이션은 3500억원 공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약 1조1000억원에 달하는 수요를 확인했다. 소폭 오버금리를 기록했지만 SK이노베이션 신용등급이 하향 기준을 일부 충족한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선방이다.
그 배경에는 그룹 차원 SK이노베이션 신용도를 방어하기 위한 지배구조 개편 노력이 있었다. SK그룹의 ‘계열 지원’ 의지가 분명하다는 점이 결정금리 상승을 제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뿐만 아니라 두산퓨얼셀도 최근 공모채 수요예측에서 목표액(400억원)을 초과하는 수요가 몰렸다. 두산퓨얼셀은 신용등급 하향 트리거를 충족한 것은 물론 BBB급에 속한다. 수익 측면에서는 그룹 핵심 계열사라 하기엔 아직 부족하다. 하지만 두산그룹 사업 전반(친환경 에너지)으로 보면 두산퓨얼셀은 그룹 차원 지원 의지가 높은 대상이자 핵심 중 하나다.
한편, 롯데건설(A0)과 CJ CGV(A-)는 그룹 지원 의지는 강하지만 핵심 계열사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따른다. 두 기업은 공모채 수요예측에서 나란히 미매각을 기록했다. 자체 사업에 대한 우려와 함께 그룹 내 비핵심 기업이라는 인식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아직은 핵심과 비핵심 계열사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신평사들도 상법 개정에 따른 영향을 인지하면서도 '계열 지원'에 대한 새 기준을 고민하는 이유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상법 개정으로 중복상장 등에 제동이 걸리면서 부채성 자금조달 의존도가 높아지는 모습”이라며 “비핵심 사업 매각을 통해 재무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주주나 채권자 모두에게 이득”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직 핵심과 비핵심 계열사 경계를 정량적으로 구분할 수 없지만 상법 개정이 그 기준을 점차 만들어갈 소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성규 한국금융신문 기자 lsk060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