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생성형 AI
2년 후 그리스컴은 디즈니를 찾아가 <배블>을 인수할 의향이 있는지에 대해서 타진하게 되었다. 논리적으로 설명하면 기업설명회에서 기업의 단점을 강조하는 방식은 생각하기 어렵다. 막 창업한 기업에 단점이 있음을 시인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단점을 고치겠다고 약속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기반이 안정된 회사를 팔 때는 어떻게 하든지 장점을 강조하려고 하기 마련이다. 설사 회사에 단점이 있더라도 파는 사람이 걱정할 문제는 아니다. 회사가 팔리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리스컴은 같은 방법을 다시 써먹었다.
디즈니의 가족관련 디지털 사업부를 대상으로 자신의 기업을 소개하던 그리스컴은 방문자의 평균 페이지 조회수가 방문당 3페이지 이하이며 이는 기대 이하라고 했다. 그리고 <배블>은 부모의 역할에 대한 웹사이트인데 포스팅된 콘텐츠의 40%는 유명 인사에 대한 내용이라고 했다. 그리고 웹사이트의 서버는 심각하게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런데도 디즈니는 결국 4,000만 달러에 그 기업을 인수했다. 이러한 효과를 사회과학자 사릭leslue sarick의 이름을 따 사릭효과 Sarick Effect라 한다.
두번의 상황 모두 그리스컴은 자신보다 훨씬 막강한 힘을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그들을 설득해 자금을 지원받고자 했다. 그렇다면 대개 장점은 부각하고 단점은 최소화해야 설득력이 있다고 대부분 생각한다. 다만 이 같은 방법은 듣는 사람이 지지하고 싶은 마음가짐이 되어 있을 때 라야 강한 위력을 발휘한다.
<배블>사업 초창기에 처음으로 참석한 두번의 이사회에서 그리스컴은 기업의 장점만 나열했고, 이사회에 기업이 점점 성장하고 있고 잠재력도 무한하다는 점을 알리려고 애썼다. “내가 기업이 지닌 장점을 강조할 때 마다 이사회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라고 그리스컴은 회상한다. 그는 “무조건 낙관적인 면만 강조하면 얄팍한 상술이라는 인상을 주기 쉽다. 왠지 정직하지 못하다는 인상을 주고 그 결과는 의구심을 낳게 한다. 누구든 그런 느낌이 들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자신이 속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라고 말한다.
세번째 이사회에 참석한 그리스컴은 이번에는 정반대의 접근방식을 펼쳤다. 회사에서 잘 안 풀리고 있는 점들, 그로 하여금 밤잠을 설치게 만드는 문제점을 먼저 솔직하게 털어놓았더니 이사회 이사들은 지난번보다 훨씬 더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고, 문제를 해결하는데 관심을 보였다.
그리스컴은 투자자들을 상대할 때도 똑 같은 접근방식을 쓰기로 했고 비슷한 반응을 얻어냈다. 투자자들도 경계심을 풀었다. “이 기업을 인수하면 안되는 이유”라는 제목의 슬라이드를 보여주자 투자자들이 처음에 보인 반응은 웃음이었다. 그러고 나니 긴장을 푸는 것이 보였다. 내가 하는 말에 진정성이 있다는 인상을 받은 것이다. 투자자들은 자신이 상술에 넘어갈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되었다.
두번째 장점은
그린스컴이 투자자들에게 <배블>이 지닌 문제점을 나열하면서 자신도 자기의 아이디어를 맹목적으로 신뢰하지 않으며 투자자들을 속일 생각이 없다는 점을 보여줬다. 즉 그리스컴은 자신이 스스로 단점을 판단할 수 있을 만큼 예리하다는 점을 투자자들이 느끼도록 만들었다.
세번째 장점은 신뢰도를 높여주는 것이다.
그리스컴은 자신이 사업을 하면서 직면하는 장애물을 나열하면서 풍부한 지식을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정직하고 겸손하다는 인상까지 주게 되었다. 투자자들은 특정 사업 모델에 대해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임무다. 그런데 사업모델을 만든 당사자가 스스로 문제점을 지적해줌으로써 투자자들이 해야 할 일의 일정부분을 대신해주는 셈이 되었다. “그러면 서로 간에 신뢰가 구축된다”라고 그리스컴은 말한다. “그리고 내 사업이 지닌 문제점들을 기꺼이 털어놓으면 투자자들은 틀림없이 장점이 무척 많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라고 덧붙였다. 디즈니는 그리스컴을 매우 신뢰하게 된 나머지 <배블>을 인수한 다음에도 그를 2년 동안 사업의 부사장 겸 총괄관리자로 고용했다. 그리고 그리스컴은 디즈니 인터랙티브의 디지털 전력을 개발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사릭효과가 또 한번 효력을 발휘한 것이다.
네 번째 장점은 듣는 아이디어 자체에 대해 훨씬 호의적인 평가를 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리스컴이 자기 기업이 지닌 가장 심각한 문제점을 먼저 인정함으로써 투자자들 스스로 그 기업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또 그리스컴이 지적한 <배블>의 문제들도 그다지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스컴은 약점을 내세우는 전략을 처음 시도해본 이사회에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목격했다. “내가 기업을 망칠 수 있는 요소들부터 먼저 거론하자, 이사회는 ‘그리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라는 식의 정반대의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자신의 의견을 효과적으로 개진하려면 긍정적인 요소들을 이해하기 쉽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게 하려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에 대한 친숙도를 높여야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출처 :오리지널스 (애덤 그랜드 저)
윤형돈 인맥관리지원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