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자료사진=이미지투데이
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잇따른 중대재해와 정부의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면허취소 검토 지시로 인해 국내 건설업계 전체가 긴장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공공입찰 금지 등 법적으로 가능한 모든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뒤, 정부는 포스코이앤씨가 시공 중인 전국 현장에 대해 특별점검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정부 대응이 구조적 원인을 외면한 채 ‘본보기식 처벌’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실제, 포스코이앤씨뿐만 아니라,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 대부분이 지난 수년간 중대재해에 연루된 바 있다. 고용노동부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발생한 중대재해 관련 사망자 수는 포스코이앤씨와 삼성물산이 각각 5명으로 가장 적었고, 현대건설은 17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롯데건설 15명 ▲대우건설 14명 ▲DL이앤씨 13명 ▲현대엔지니어링 9명 ▲GS건설·현대산업개발 8명 ▲SK에코플랜트 7명 순이었다.
이처럼 사고가 특정 회사에 국한된 문제가 아님에도, 정부가 단편적인 정보만을 근거로 처벌에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1분기 건설업에서 발생한 사고 사망자는 71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증가했다. 고용노동부는 ▲품질관리 실패 ▲안전조치 미흡 ▲설계 오류 등 복합적인 요인이 사고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하청의 하청’으로 이어지는 다단계 하청 구조와 비정규·일용직 중심의 고용 형태가 주요한 문제로 지목됐다.
건설근로자공제회에 따르면, 건설노동자 10명 중 8명이 비정규직이며, 일부 현장에서는 이 비율이 90%를 넘는 곳도 있다. 이처럼 불안정한 고용 구조 속에서는 근로자들이 제대로 된 안전 교육을 받거나, 숙련도를 높일 기회 자체가 부족하다. 대부분은 공사 전 간단한 교육만 받고 현장에 투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 건설 현장 종사자는 “건설현장에는 일용직 근로자가 많은 편인데, 이들은 주로 잡부나 신호수로 배치된다”며 “많은 일용직이 며칠만 일하고 떠날 생각을 하기 때문에 작업 전 교육에도 집중하지 않고, 일부는 기본적인 안전 수칙조차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여기에 외국인 근로자 문제도 심각하다. 건설근로자공제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체 건설근로자 중 외국인은 약 42만 명이며, 이 중 약 24만 명(57%)이 불법체류자 또는 비허가 인력으로 추정된다. 한국어 소통의 어려움, 짧은 교육 시간, 낮은 숙련도 등으로 인해 외국인 근로자들은 사고에 특히 취약하다.
E-9 비자로 입국한 외국인은 입국 전 47시간, 입국 후 16시간의 교육만 이수한 뒤 바로 현장에 배치된다. 이들은 대부분 중소 하청업체에서 근무하고 있어 교육 수준도 낮고, 현장 적응도 쉽지 않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E-9 비자로 들어온 인력은 극히 일부일 뿐이고, 실제로는 수많은 근로자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국가 차원에서 불법체류자들을 정식 근로자로 전환하거나, 장기 숙련 비자 제도 등 현실에 맞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외국인 근로자의 인건비는 꾸준히 오르고 있지만, 여전히 소통의 어려움 때문에 중요한 업무를 맡기기 힘들다”며 “일부 외국인 근로자들은 오히려 소통이 안 되는 점을 악용해 업무를 회피하기도 한다. 이런 현장을 정부도 제대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중대재해의 책임이 건설사에만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제도적 개선 없이 처벌만 강조해서는 반복되는 사고의 악순환을 끊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안형준 건국대 건축학과 교수는 “비자 쿼터나 언어교육 등 외국인 근로자 관련 정책이 미흡한 상황에서, 정부가 모든 책임을 건설사에 전가해서는 안 된다”며 “공기를 단축하려는 발주 관행, 외국인 고용 제도의 개선, 근로자 교육 인프라 확충이 함께 이뤄져야 근본적인 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주현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gun131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