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우쿤 중국여유그룹 부총경리(오른쪽 첫 번째) 등 중국국영면세점그룹(CDFG) 및 모기업인 중국여유그룹 임원진이 비즈니스 미팅 전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 명동본점 스타에비뉴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제공=롯데면세점
이미지 확대보기19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여유그룹 임원진은 지난 18일 롯데면세점을 만나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한 데 이어, 이튿날에는 신라면세점과 면세 활성화를 위한 만남을 가졌다. 이들은 면세점 운영 노하우를 공유하고, 호텔과 관광지 등 관광 분야에 대한 교류와 협력을 다졌다.
이번 만남은 중국에서 시내면세점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CDFG가 한국의 시내면세점들을 대상으로 시장조사를 하기 위해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동시에 글로벌 면세기업 간 정보를 공유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위한 차원이기도 하다. CDFG는 롯데와 신라뿐만 아니라 이날에는 신세계 시내면세점도 둘러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롯데와 신라는 CDFG와 글로벌 면세 매출 ‘톱10’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경쟁사이기도 하다. 영국 면세 전문지 무디데이빗리포트가 발표한 글로벌 면세점 매출 순위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1위는 스위스의 듀프리가 차지했고,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각각 2위와 3위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CDFG가 2022년 1위에 이어 2023년 2위를 기록하며 한국 면세점을 추월했다. 특히, 2023년에는 CDFG가 인천공항 입찰에 참여하며 롯데, 신라, 신세계, 현대 등 국내 면세사업자들과 맞붙기도 했다. 당시 CDFG의 참전은 국내 면세업계에 긴장감을 키웠는데, 결과적으로는 CDFG가 낮은 입찰가를 써내면서 면세사업자 선정 1차 심사에서 탈락했다.
이처럼 한때는 경쟁자였던 이들 기업이 이제는 협력 관계로 만나 향후 면세 사업 방향성을 논의하게 됐다. 이번 만남이 특히 의미 있는 것은 그간 한한령과 코로나19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멀어졌던 한국과 중국의 관계가 이를 계기로 교류의 물꼬를 다시 트게 돼서다.
CDFG와의 협력이 당장 중국인 단체관광객 유치에 효과를 나타내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업계는 중국과의 지속적인 교류가 향후 관광객 유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위축돼 있던 한국과 중국의 관계가 이번 교류를 통해서 개선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적극적인 교류는 향후 시장에도 긍정적인 분위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롯데와 신라는 현재 올해 3분기로 예정된 중국 단체관광객에 대한 한시적 무비자 입국을 대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증권가는 이런 움직임에 따라 올해 면세점들의 2~3분기 실적 반등 가능성이 높게 보고 있다.
신라면세점의 경우에는 올해 1분기 매출이 8217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0.4% 감소했다. 영업이익에선 50억 원의 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실적 개선이 점진적으로 이뤄지는 가운데 한중 관계 개선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향후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나온다. 롯데와 신라도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고객 유치를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롯데면세점은 단체관광객과 개별관광객(FIT)을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바운드(방한 외국인 관광) 여행사와 함께 뷰티 클래스, K-콘텐츠 체험 등 쇼핑과 관광을 결합한 여행 상품을 개발하고,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주요 상권에 체험형 콘텐츠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3분기에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이 허용되고, 오는 11월 경주 APEC 정상회의에 시진핑 주석까지 참석하게 된다면 한중 관계 개선에 따라 업계 상황은 점진적으로 좋아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