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 /사진=대한항공

4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조 회장은 지난달 아시아나항공 임직원에게 전하는 담화문에서 “통합 항공사는 한 회사에 다른 회사가 흡수되는 게 아니다”라며 “자연스럽게 서로가 서로에게 스며드는 과정이 될 것이고, 아시아나항공만의 고유한 문화와 자산이 사라지는 것도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이어 자신을 ‘아시아나항공 회장 조원태’라고 소개하며, 2년 후 통합 항공사로서의 미래를 그렸다. 그는 “아시아나항공 회장은 수식어 하나일 뿐이지만, 책임감의 무게는 어느 것보다 무겁게 느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통합까지 이르는 과정, 통합 이후 능력과 노력에 따라 공정한 기회와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맡은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는 인재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조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임직원을 향해 메시지를 낸 것은 처음이다. 또한, 통합 항공사로서 아시아나항공에도 소속감을 당부하며 포용의 리더십에 중점을 뒀다. 조직 내 급격한 변동으로 불안감을 느끼는 직원들을 다독이려는 처사로 보인다.
담화문 말머리에서부터 조 회장은 “대한항공 회장이면서 아시아나항공 회장인 저에게는 두 회사의 임직원 모두 다르지 않은 똑같이 소중한 가족”이라며 통합과 화합을 강조했다.
대한항공은 앞서 2020년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의한 후 4년여에 걸쳐 14개 경쟁당국(튀르키예, 대만,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베트남, 한국, 싱가포르, 호주, 중국, 영국, 일본, 유럽, 미국)으로부터 기업결합 심사를 받았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2월 아시아나항공의 신주 1억3157만8947주(지분율 63.88%)를 취득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데 투입된 금액만 1조5000억 원에 이른다. 대한항공은 인수대금을 아시아나항공 차입금 변제에 활용해 부채비율을 낮추는 데 집중한다.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3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1847%이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물리적 결합을 마친 후 화학적 융합에 서두르고 있다. 그 첫 행보로 신년이 되자마자 아시아나항공에 몸을 실었다. 조 회장은 지난달 10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해 미국 로스앤젤레스(LA)로 향하는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를 탔다.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편입 후 직접 기내 서비스를 체험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조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를 탄 것도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대한항공에서는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을 성공적으로 이끈 우기홍 대표이사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2019년 석태수 전 부회장의 용퇴 이후 부회장 직책을 공석으로 뒀다. 1962년생 우 신임 부회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1987년 대한항공 기획관리실에 입사했다. 그는 대한항공 미주지역본부장과 여객사업본부장, 경영전략본부장 등의 주요 직책을 거쳤다. 그러다 2017년 조원태 회장의 아버지인 고 조양호닫기

아시아나항공과 LCC 자회사인 에어부산, 에어서울은 대한항공 사람들로 경영진이 채워졌다. 대한항공 여객사업본부장인 송보영 전무가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를 맡아 조종간을 잡는다. 이로써 지난 2년여간 아시아나항공을 이끌었던 원유석 대표 체제는 물러난다. 1965년생 송 대표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나온 후 1988년 대한항공에 입사했다. 대한항공 동남아지역본부장과 미주지역본부장, 여객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하다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 부사장에 올랐다.
에어부산은 대한항공 여객영업부를 담당했던 정병섭 상무가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1967년생인 정 대표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마친 뒤, 1991년 대한항공에 들어왔다. 그는 대한항공에서 여객노선영업부와 워싱턴·미동부지점장, 스케줄운영부 담당 등을 거쳐 지난해 여객영업부 담당을 맡았다. 에어서울 대표직에도 대한항공 출신의 김중호 수석부장이 이름을 올렸다. 1966년생인 김 대표는 연세대 경제학과를 나와 1991년 대한항공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대한항공에서 여객마케팅부와 여객노선영업부, 후쿠오카지점장, 오사카지점장, 제주지점장 등을 지냈다.

대한항공 신규 광고 캠페인. /사진=대한항공 유튜브 캡처
항공기 보유 대수에서도 지난해 말 기준 대한항공 165대(여객기 142대·화물기 23대), 아시아나항공 83대(여객기 70대·화물기 13대), 진에어 31대, 에어부산 21대, 에어서울 6대로 총 306대다. 명실상부 세계 10위권 ‘메가 캐리어’ 규모다.
다만, 지난달 29일 발생한 에어부산 기내 화재 사건은 진에어를 중심으로 한 통합 LCC 추진에서 위기 상황으로 지적된다. 부산 김해공항에서 승객과 승무원 176명을 태우고 이륙을 준비하던 홍콩행 에어부산 여객기 BX391편 꼬리 쪽 내부에서 불이 났다. 다행히 탑승자 전원이 비상 슬라이드로 탈출해 인명 사고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지난해 말 179명이 사망했던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후 한 달 만에 다시 벌어진 이번 사고로 인해 LCC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 심리는 가중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현재 안전·정비 임원을 급파해 에어부산 사고 원인을 분석 중이다. 또한, 사고로 결항한 에어부산 노선에 대한항공 자체 임시편도 투입하는 등 사후 대책에 힘을 쏟고 있다.
에어부산 지분 16% 가량을 보유한 부산시와의 갈등도 난제로 꼽힌다. 에어부산은 지난 2007년 아시아나항공과 부산시, 부산 기업들이 공동 출자해 세운 항공사다. 부산시는 통합 LCC가 출범할 경우 부산 지역 거점 항공사를 잃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에 에어부산의 분리매각 등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대한항공은 현재 진에어를 중심으로 한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의 통합 LCC 추진을 준비하고 있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