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홀딩스는 김윤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지분 약 42%를 보유한 회사다. 식품, 화학, 의약·바이오 등 사업에 집중하면서 연 매출 3조 규모의 회사로 거듭났다. 그러나 오랜 역사가 무색하게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보여주는 지배구조 핵심지표 대부분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삼양그룹은 창업주 고 김연수닫기김연수광고보고 기사보기 명예회장이 지난 1924년 10월 세운 ‘삼수사’를 전신으로 한다. 삼수사는 당시 전라남도 장성군에서 농지를 개간하고 관리하는 등의 농장 사업을 벌였다. 이후 1931년 현재의 삼양사로 사명을 변경하고, 1955년 울산에 제당 공장을 준공했다. 설탕, 전분당, 밀가루 등 식품 소재 사업에 집중하면서 사세를 키워나갔다. 1950년대 식품사업에서 1960년대 화학섬유사업, 1970년대 기계사업, 1980년대 화학사업, 1990년대 의약·바이오사업 등으로 사업을 넓혔다.
삼양홀딩스는 지난 2011년 삼양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출범했다. 사업형 지주사인 삼양홀딩스와 식품·화학 사업의 삼양사, 의약·바이오 사업의 삼양바이오팜 등 3개 회사로 인적·물적분할을 거쳤다. 삼양홀딩스는 삼양사, 삼양패키징, KCI 등 3곳의 상장사와 11곳의 비상장사 등 14곳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삼양홀딩스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3조2109억 원이다. 그중 식품이 1조5979억 원으로 49.8%, 화학이 1조4759억 원으로 46% 비중을 각각 차지한다. 최근에는 차세대 고부가가치 소재 사업과 글로벌 공략을 중심으로 한 ‘비전 2025’를 선언했다.
식품에서는 삼양사의 대체 감미료인 알룰로스를 내세웠다. 울산에 사업비 1400억 원을 투입해 국내 최대 규모의 알룰로스 생산공장을 조성했다. 이곳에서만 연 2만5000톤(t)의 알룰로스가 생산된다. 알룰로스는 무화과나 포도 등에 있는 매우 적은 양의 당 성분을 뜻한다. 설탕 대비 70% 정도의 단맛을 내지만, 열량이 거의 없다.
화학에서는 친환경 소재 사업인 재생 폴리카보네이트(PCR PC)에 힘을 주는 모습이다. 플라스틱 폐기량을 줄여 친환경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동시에 에너지 사용량이 적어 탄소 배출량도 감축한다. 의약·바이오에서는 지난해 헝가리 생분해성 봉합사 원사 생산공장을 준공했다.
삼양그룹 전체 봉합사 매출에서 9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그중 30%가 유럽에서 나오는 만큼 글로벌 공략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봉합사는 수술이나 처치 후에 손상부를 봉합하는 데 사용되는 실이다. 삼양그룹은 이러한 봉합사 원사 분야에서 글로벌 점유율 1위다.
이처럼 삼양그룹은 지난 100년간 쉼 없이 사세를 키워왔다. 하지만, 양적 성장에 비해 질적 발전은 아쉬움이 없지 않다.
특히, 지주사인 삼양홀딩스의 지배구조 개선 성적이 저조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기준 삼양홀딩스의 핵심지표 준수율은 26.7%다. 자산 2조 이상의 코스피 상장사 핵심지표 평균 준수율 62.9%에 한참 못 미친다. 지난해 삼양홀딩스의 자산은 2조4400억 원(별도 기준)이다. 앞서 삼양홀딩스는 지난 2019년부터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공시했는데, 20%대로 내려앉은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양홀딩스는 핵심지표 15개 항목에서 4개만 지켰다. 구체적으로 삼양홀딩스가 준수한 항목은 ▲전자투표 실시 ▲배당정책 및 배당실시 계획을 연 1회 이상 주주에게 통지 ▲내부감사기구에 회계 또는 재무 전문가 존재 여부 ▲경영 관련 중요정보에 내부감사기구가 접근할 수 있는 절차 마련 여부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는 크게 주주, 이사회, 감사기구 평가부문으로 구분돼 있다. 그러나 삼양홀딩스는 이사회 평가부문에서 단 하나도 준수하지 못했다.
우선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 여부는 사내이사인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이 맡고 있기에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최고경영자 승계정책, 기업가치를 훼손하거나 주주권익을 침해한 자의 임원 선임을 방지하는 정책 등도 지키지 못했다. 집중투표제는 정관에서 배제해 따로 도입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삼양홀딩스는 이사회 전원이 남성으로 채워졌다. 삼양홀딩스는 별도 자산이 2조가 넘는 기업으로, 여성 이사를 선임해야 한다. 이와 관련, 회사는 적임자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한다. 그러면서 이사회 내 다양성, 전문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삼양홀딩스는 지난해 기준 김윤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41.94%(359만1342주)에 달한다. 김윤 회장은 고 김연수 창업주의 손자로, 삼양그룹 오너 3세다. 이전 세대에는 아버지 고 김상홍 명예회장과 삼촌 고 김상하 명예회장의 ‘형제 경영’ 체제였다.
현재 김윤 회장과 고 김상하 명예회장의 장남 김원 부회장을 중심으로 ‘사촌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김윤 회장의 동생 김량 삼양사 부회장, 김원 부회장 동생 김정 삼양패키징 부회장 모두 그룹 요직에 있다.
‘가족회사’라는 일각의 지적이 가벼이 들리지 않는 이유다. 지주사 삼양홀딩스의 기업지배구조 준수율 제고가 필요한 국면이다.
삼양홀딩스는 보고서에서 “전사적인 위험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규정, 최고경영자 승계정책, 임원 선임 관련한 기준을 명문화하도록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