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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분할합병이 점화한 '지배주주 위한' 자본거래…"일반주주와 대립" [주식 줌인]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기사입력 : 2024-07-22 22:31 최종수정 : 2024-07-23 09:39

거버넌스포럼 "두산밥캣-로보틱스 합병, 대주주 의결권 제한해야"
민주 김현정, 자본시장법 개정안 발의 "합병가액 산정 책임 강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22일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두산그룹 케이스로 본 상장회사 분할 합병 제도의 문제점' 세미나를 개최했다. / 사진= 한국금융신문(2024.07.22)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22일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두산그룹 케이스로 본 상장회사 분할 합병 제도의 문제점' 세미나를 개최했다. / 사진= 한국금융신문(2024.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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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정선은 기자] 두산그룹의 사업구조 재편 관련한 자본거래에 대해 지배주주 관점에 부합하고 일반주주는 배제됐다는 비판적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176조5(합병의 요건, 방법 등)'에 따라 주권상장법인의 합병 가액이 시가를 따르도록 강력하게 구속돼 있다는 점이 주요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마법 같은' 자본거래를 통해 동일인은 변경되지 않고 합병을 통해 지분율만 바뀌는 과정에서 일반주주들의 허탈함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향후에도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국회에서는 공정한 합병 가액 관련한 입법도 발의됐다.

천준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은 22일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연 '두산그룹 케이스로 본 상장회사 분할 합병 제도의 문제점' 세미나에서 "합병, 분할과 같은 자본거래는 원래 기업의 거버넌스, 즉 의사결정 구조와 주주간 이해관계를 변경하여 빠르게 사업을 성장시키기 위한 구조조정 방식이다"며 "하지만 한 명의 동일인이 사실상 모든 계열회사의 의사결정을 하는 한국의 기업집단에서는 합병, 분할을 해도 거버넌스 변경이 없고, 이를 통한 지배주주의 지분율 상승 및 지배력 강화를 위해 이러한 자본거래가 이용되고 있을 뿐이다"고 평가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지난 11일 두산그룹이 발표한 두산로보틱스와 두산에너빌리티 간 분할·합병 및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간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한 그룹의 사업구조 개편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앞서 12일에 포럼은 최근 두산 3사 분할 합병 건 관련해서 "자본시장법의 상장회사 합병비율 조항을 최대로 악용한 사례"라고 강하게 꼬집은 바 있다.

이날 포럼은 두산 분할 합병에 대해 "핵심은 로보틱스의 과도한 고평가를 이용한 것"이라며 "매출로만 보아도 183배 차이가 나는 두 회사의 기업가치를 1대 1로 동일하게 보는 합병을 가능하게 하는 법제도가 세계 어느 나라에 있을지 의문이다"고 판단했다. 거래 전과 후를 비교하면, 최상단의 두산은 그룹 내 가장 우량한 밥캣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을 14%에서 42%로 높이게 되고, 미처분이익잉여금을 갖고 있는 밥캣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잠재적 배당금도 그에 비례해서 높아진다고 짚었다.

아울러 포럼은 "만약 로보틱스가 2023년 10월 공모가에 따른 기업가치(1조6000억원)으로만 평가됐더라도, 같은 거래에서 두산의 최종 지분율은 18.7%에 머물렀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로보틱스의 고평가가 두산에 이익이 됐다고 봤다.

해외 시각도 긍정적이지 못하다. 지난 17일(현지시각) 국제 신용평가사인 S&P는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으로 인한 영향을 반영해 두산밥캣의 신용등급을 부정적 관찰대상(CreditWatch)으로 지정했다. S&P는 "이번 지배구조 개편으로 인해 두산밥캣에 대한 그룹의 부정적 개입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판단될 경우, 동사의 장기 발행자 신용등급을 하향조정 할 수 있다"며 "이와 더불어 구조개편 이후 두산그룹이 두산밥캣의 견조한 수익성과 현금흐름을 성장을 위한 투자재원으로 활용할 경우 두산밥캣의 재무부담이 커질 수 있기에 동사의 재무정책 변화 여부도 평가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날 포럼 세미나에 참석한 두산밥캣 외국인 주주인 미국계 펀드 테톤(Teton)캐피탈의 션 브라운(Sean Brown) 이사는 최근 두산그룹 사업구조 재편 계획 발표에 대해 "공시를 보고 내 눈을 의심했다, 합병 비율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날강도다"고 표현하며 비판적 목소리를 냈다.

션 브라운은 앞서 텍사스 건설현장에서 현장 근무자들에게 두산밥캣에 대한 호평을 듣고 장기투자 목적으로 투자에 나섰던 일화를 소개했다. 그러나 최근 사업재편 관련해서 그는 "시가총액 대신 기업가치(TEV)로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간 합병 비율을 계산해 보면 적정 비율로 96대 4가 돼야 하는데, 실제로는 49대 51이 됐다"며 "반 정도가 희석된 것으로, 휴지조각이 됐다"고 토로했다.

션 브라운은 "두산 밥캣 이사회에서 이런 결정을 하다니, 너무 실망하고 격분해서 지분을 대부분 장내 매도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12일 외국인 투자자 대상으로 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 경영진이 콘퍼런스콜을 했을 때 이사회를 통해 좀 더 깊숙하게 알아보려 했지만 그는 '시너지 가치가 얼마인 지', '시너지가 어느 정도 시점일 지' 질문에 대해 "예상하거나 추산할 시간이 없었다"는 답을 들었다고 했다.

션 이사는 "이번 합병 결정이 누구를 위한 것일까, 스스로 물어보면 실질적인 수혜자는 두산"이라며 "한 푼도 안내고 밥캣 지분율을 14%에서 42%까지 끌어올려 두산에 수혜가 됐고, 이사회는 의무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상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광중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변호사는 이날 세미나에서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고려하도록 이사의 의무를 정하는 상법 개정이 됐다면 (두산 그룹이) 이같은 일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며 "상법 개정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소액주주의 소외가 대두되면서, 국회에서도 입법이 추진됐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8일 공정한 합병가액 산정책임을 강화하고 계열사간 합병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일명 '두산밥캣방지법'이다. 개정안에서는 합병 등의 가액을 결정할 때 주가 등을 기준으로 자산가치, 수익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투자자의 이익을 해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산정된 공정한 합병 등의 가액으로 결정하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이날 기업거버넌스포럼도 "상장회사 합병을 위한 기업가치 산정에 관하여 1997년 만들어진 자본시장법 시행령은, 과거 기업집단의 조작 우려로 이러한 제도를 운영하기 시작한 바는 이해할 수 있으나, 이제 우리 자본시장에서 그 역할을 다했음이 명백하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포럼은 "공정가치 명시 없이 직전 한 달의 시가 외에 다른 방식을 허용하지 않는 경직된 방식 때문에 기업 평가에 관한 자본시장의 건전한 감시 시스템이 전혀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며 "같은 기업집단 내 계열회사 간 합병이라 해도 각자 외부의 전문가들로부터 공정가치에 관한 평가를 받고 명확히 공시해야 주주를 비롯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자본시장 전문가와 참여자들의 감시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포럼은 두산 거래 불합리를 시정하기 위해 이사회 재상정 및 재고 필요성, 금융감독원의 증권신고서 엄격 심사 및 정정 요청 촉구, 주주총회에서 특별이해관계자 의결권 불행사 필요를 제언했다.

포럼은 "그룹 전체가 아닌 개별 당사 회사 즉,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 관점에서 회사와 주주에 대한 이익이 되는지 상세히 검토하기 위하여 이번 거래를 공시한 3사 모두 이사회를 다시 개최하여 재논의할 것을 제안한다"고 제언했다.

또 포럼은 "이번 분할합병 및 주식교환 증권신고서 검토 결과, 에너빌리티, 밥캣 주주에게는 분할합병 및 주식교환으로 받게 될 로보틱스 주식의 초고평가 상태 및 하락 가능성이 가장 큰 핵심 위험요소임에도 불구하고 대단히 추상적으로만 기재되고 제대로 고지되지 않았다"며 "자본시장법상 증권신고서의 중요한 사항 누락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이므로, 금감원은 증권신고서의 투자위험요소 중 로보틱스 주식의 실적 대비 고평가 상태 및 향후 변동 가능성에 대한 위험을 다른 사업상 위험 이상으로 상세히 명시하도록 하고, 핵심투자위험 최상단에 배치하도록 함이 바람직하다"고 제시했다.

정선은 한국금융신문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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