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양증권 최대주주인 한양학원은 한양증권 지분(16.29%) 매각을 공식화했다. 다만 매각 대상자, 금액, 방식, 일정 등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결정되지 않았다고 공시했다.
한양증권이 M&A 시장에 매물로 나오자 우리금융, LX그룹, KCGI 등이 인수주체로 거론됐다. 하지만 정작 원매자들은 확답을 내놓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통상 M&A는 프라이빗(private deal)로 진행된다. 매각∙인수주체는 모두 비밀리에 부쳐지고 필요에 따라 누설 금지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는 경우도 있다. 예비입찰 및 본입찰이 진행되기 전까지는 거래 당사자간 일종의 탐색전이 진행된다. 시장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는 사실일 수도, 거짓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매물이 나온 이후 시장에서 떠도는 얘기는 그대로 믿어서도, 완전히 배제해서도 안 된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보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한양증권은 중소형 증권사에 속한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자기매매부문 손익은 67.5%, IB부문 손익은 23.7%로 두 사업부가 사실상 전체 수익을 견인하고 있다. 가장 큰 약점은 대고객 접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위탁매매와 자산관리 부문이 상대적으로 열위한 이유다.
그럼에도 한양증권은 국내 증권사 중에서도 높은 자기자본이익률(ROE, 올해 1분기 말 기준 10.8%)을 기록하며 증권사 평균 ROE(8.6%)를 상회하고 있다. 레버리지비율(총자산/자본)은 3배 정도에 불과해 업계 평균(약 8~9배)보다 낮은 편이다. 여타 증권사 대비 상대적으로 부채를 크게 늘리지 않으면서도 수익성을 제고한 것이다. 한양증권이 ‘알짜’ 증권사로 불리는 이유다.
이밖에도 기업어음(CP), 전자단기사채(STB) 등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문제는 대부분 단기성차입금에 속한다는 점이다. 유동성을 유연하게 가져갈 수 없는 탓에 상대적으로 레버리지를 크게 확대할 수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양증권 신용등급은 계열지원이 반영돼 있지 않다. 새로운 인수주체가 한양증권을 적극 지원한다면 신용등급은 한 단계 상향 조정된다. 이 때, 차입만기를 늘리는 동시에 조달비용은 하락하면서 사세를 안정적으로 확장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한양증권 입장에서 베스트 시나리오는 우리금융지주가 인수에 나서는 것이다. 우리금융지주는 한국포스증권을 인수한 이후에도 추가 M&A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증권업 비중을 확대할 수 있고 한양증권의 신용도를 더욱 강하게 만들 수 있다.
LX그룹도 탄탄한 계열지원이 예상되는 만큼 긍정적이다. LX그룹은 신사업 발굴 차원에서 금융업 진출을 예고하기도 했다.
신용도 측면에서 보면 KCGI가 가장 열위하다. 특히 대고객 접점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자금이 소요될 수 있다.
다른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잠재 원매자들이 모두 공식적으로 의견은 내놓고 있지 않지만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대상”이라며 “한양증권은 이제 막 시장에 나온 매물이기 때문에 인수 가격 및 향후 시너지에 따른 손익을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 티저레터(투자안내서)가 배포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성규 한국금융신문 기자 lsk060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