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내년 3월 두 번째 임기를 마친다. 별 일(?) 없이 예정대로 임기를 마무리하면 최 회장은 2000년 포스코그룹 민영화 이후 '처음'으로 연임 임기를 마친 수장이 된다. 최 회장 개인적으로는 물론이고 포스코그룹 사사에도 남일 일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포스트 최정우'다. 이제 최 회장 2번째 임기는 한 달반 정도 남았다. 과거 사례를 볼 때 다음 달 말에는 포스코그룹이 회장추천위원회를 설치할 것이다.
조만간 포스크를 이끌 차기 회장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이다. 누가 그 자리를 차지할까. 현재로선 최 회장의 3연임 도전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예년과 다르게 포스코 차기 수장 후보군도 아직 거론되지 않고 있다.
차기 회장은 취임하자마자 선택해야 한다. 이어갈 것과 끊을 것을 결정해야 한다. 때로는 비정함을 가지고 추진해야 할 만큼 어려운 일이다.
이 어려운 일을 가장 잘할 방법은 무엇일까. 최정우 시대 공과를 살펴보는 일은 도움이 될 것이다. 최정우 시대 첫손에 꼽히는 공적은 ‘탈(脫) 철강’이다. 최 회장은 2018년 취임하자마자 양극재 육성을 주창했다.
그의 행보는 2020년부터 본격화했다. 이 시기부터 포스코케미칼 중심으로 양·음극재 공장 설비 등 시설 투자를 확대했다. 투자가 본격화함에 따라 포스코케미칼은 2020년대 매출 2조원을 돌파하며 국내 양극재 대표 기업으로 우뚝섰다. 이를 바탕으로 최 회장은 올해 니켈 시장 선도까지 선언했다.
차기 회장은 탈철강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 물론 최근 이차전지소재 시장은 전기차 시장 성장과 더불어 갈수록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니켈 등 해당 사업 영토를 넓히면서 지금의 위상을 유지·발전시키는 것이 차기 회장의 우선 과제 중 하나다.
탈철강이 계승해야 하는 요소라면 ‘외풍’은 끊어야 하는 요소다. 실질적으로 외풍은 포스코그룹의 고질적 악재다. 민영화 이후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연임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다들 정치권을 비롯한 외풍을 견디지 못했다. 대표적 사례가 지난 2016년 말 발생한 ‘최순실 국정농단’이다.
당시 권오준 회장은 최순실 씨 측근 요구대로 펜싱팀을 창단하는 등 국정농단 한복판에 있었다. 그 결과 권 회장은 연임에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연임 1년여 만에 포스코 회장직을 물러나야 했다.
최정우 회장도 ‘외풍’을 잘 견뎠다고 보기는 어렵다. 권 전 회장 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구설에 휩싸였다. 그는 윤석열 정부 출범한 이후 가장 많이 구설을 탄 재계 수장 중 한 사람이다. 윤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갈 때 최정우 회장에 대한 관심도는 높아진다.
그는 윤 대통령 해외 순방 때 단 한번도 사절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일각에서 최 회장 입지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논란이 일어날 때마다 최 회장은 무대응으로 일관했지만 여전히 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다.
사실 포스코그룹에서는 외풍을 끊는 일이 '탈 철강' 등 기업 경쟁력을 키우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일지 모른다. '포스트 최정우' 시대 포스코에선 더 이상 이런 말이 나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서효문 기자 sh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