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풀무원이 지난해 8월 론칭한 지속가능식품 브랜드인 '지구식단' 밀키트. /사진=손원태기자

기자는 평소 기후위기에 관심이 있는 지인들을 불렀다. 브리또부터 강정, 텐더, 유니짜장면, 떡볶이, 주먹밥 등 종류도 다양했다. 공통점은 고기 없이 식물성 원료로만 만들었다는 점이다. 이들은 고기가 반드시 들어가야 할 것 같은 음식에서 고기가 없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워했다. 고기 없는 브리또에서 불고기 맛이, 두부로 만든 텐더에서 닭가슴살 맛이 났다. “홍시 맛이 나서 홍시라 생각했다”(MBC TV 드라마 ‘대장금’)라는 옛말도 과거형이 됐다. 비건 채식 등의 가치 소비도 음식의 맛을 즐기면서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기자는 풀무원(대표 이효율)이 지난해 8월 론칭한 지속가능식품 브랜드 '지구식단' 식물성 밀키트를 준비했다. 잔치국수, 불고기 브리또, 두부텐더, 큐브강정, 유니짜장면, 떡볶이, 런천미트, 비빔 주먹밥 등 종류별로 다양했다. 조리 시간도 대부분 간단했다. 잔치국수나 유니짜장면은 끓는 물에 면을 넣은 뒤, 소스와 건더기를 투입해 저으면 된다. 두부텐더, 런천미트는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른 후 중약불로 익히면 된다. 브리또, 주먹밥은 전자레인지에 3분 정도 돌리면 된다. 떡볶이도 시중에 흔히 판매되는 밀키트와 다르지 않다. 기자도 30분 만에 8가지 음식들을 조리할 정도였다.

풀무원이 지난해 8월 론칭한 지속가능식품 브랜드인 '지구식단' 밀키트. /사진=손원태기자
이날 기자가 초청한 지인들은 두부텐더와 런천미트, 불고기 브리또를 최고로 꼽았다. 식물성 단백질에서 고기 맛이 강렬하게 나는 것이 새삼 놀라우면서도 누구나 비건 채식에 도전할 수 있다는 점을 높이 봤다. 반면 유니짜장면이나 큐브강정은 특유의 소스 맛이 강해 낯설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의정부시 신곡동에 거주하는 김도연씨(31)는 “육류에서 다량의 탄소가 발생한다는 뉴스를 접하고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식단을 찾는 데 관심이 많았다”라며 “비건 채식이 밀키트로 다양하게 출시돼 작게나마 실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김영관씨(31)도 “콩이나 버섯에서 고기 맛이 비슷하게 날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했다”면서도 “소스 일부에서는 과일 향이 지나치게 강해 음식 본연의 맛을 해치는 느낌이다”라고 평했다.
풀무원은 지난해 8월 지속가능식품 전문 브랜드 ‘지구식단’을 론칭했다. 나의 건강과 지구의 환경을 생각하는 지속가능 식문화를 개선하겠다는데 방점을 찍었다. 지구식단은 식물성 지향 식품인 ‘식물성 지구식단’과 동물복지 식품 브랜드인 ‘동물복지 지구식단’으로 나뉘었다. ‘식물성 지구식단’은 최소첨가물에 식물성 원료만으로 맛과 식감을 채웠다. ‘동물복지 지구식단’은 최소첨가물에 엄격한 동물복지 기준을 준수한 원료만을 사용한다. 만두, 밥, 면, 떡 등 다양한 식물성 간편식을 잇달아 선보였으며, 론칭 1년 만에 매출 430억원을 달성했다. 풀무원은 지구식단 연매출 1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2026년까지 지속가능식품을 식품 전체 매출의 65%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