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카카오는 실적이 부진한 보릿고개 상황에도 꾸준히 AI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국내외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들이 앞다퉈 자체 초거대 AI 구축에 매진하고 있는 만큼, AI 패권 전쟁 속 주도권을 뺏기지 않겠다는 의지다.
카카오의 AI 개발은 자회사인 카카오브레인이 담당하고 있다. 카카오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로, AI 모델을 개발해 카카오 사업영역에 접목하는 역할을 한다.
지난달 카카오브레인은 AI 사업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2인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신임 대표이사에 김병학 AI TF장을 선임했는데, 기존 김일두 대표는 진행 중인 글로벌 선행 연구와 초거대 AI 모델 구축사업을 맡고 김병학 대표는 버티컬 서비스 발굴과 AI 모델 파인튜닝 사업을 담당한다.
카카오브레인은 지난 2021년 공개했던 언어모델 코GPT보다 파라미터(매개변수)와 데이터 토큰 규모를 확장한 ‘코GPT 2.0’을 오는 3분기 공개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AI 챗봇 ‘코챗GPT(가칭)’을 연내 출시할 예정이다.
언어모델 공개를 앞두고 카카오는 지난 13일 카카오브레인에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700억원 자금 수혈을 결정했다. 2018년 200억원, 2021년 400억원, 2022년 400억원 등 꾸준히 지원을 이어왔는데, 이번 자금 출자는 개발 막바지 단계인 만큼 그 규모가 이전에 비해 훨씬 크다.
최근 카카오브레인은 약 3억장 규모의 텍스트-이미지 데이터셋을 학습한 초거대 AI 이미지 생성 모델 ‘칼로 2.0’을 공개했다. 높은 언어 이해력을 기반으로 복잡한 명령어를 정확히 이해하고 그려낼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웠다. 이미지 생성 시 제외할 표현과 키워드를 사전에 설정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이미지 생성 모델 외에 헬스케어 부문에서도 초거대 AI를 활용한 영상판독이나 신약개발 쪽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향후 카카오는 ‘코GPT 2.0’을 콘텐츠, 의료, 금융, 헬스케어 등에 접목한 버티컬 서비스 발굴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지난 2월 진행된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카카오톡 내 AI를 활용한 개인 비서 서비스 ‘죠르디’나 소상공인을 위한 광고 카피 작성 서비스, 이미지 생성 모델 '칼로'를 활용한 카톡 프로필 사진 등을 AI 활용 서비스로 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AI 로드맵은 밝히지 않은 상태다. 당초 카카오는 상반기 ‘코GPT 2.0’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는데, 일정이 지연된 만큼 충분한 역량을 가지고 시장에 내놓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카카오는 올해 약 3000억원 규모의 신사업 관련 투자를 단행할 예정이다. 배재현 카카오 공동체 투자총괄 대표는 올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AI·클라우드·헬스케어 부문 투자로 인한 연간 손실 규모가 약 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 중 80%는 AI 관련 투자일 것"이라고 밝힌 적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대규모 투자가 하반기 카카오 실적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남효지 SK 증권 연구원은 "이번 분기부터 SM 실적이 연결 재무제표에 반영되는데 뉴이니셔티브(AI·클라우드·헬스케어) 비용 증가분과 상쇄돼 그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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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은 기자 nbjesus@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