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호성 기자
‘집값은 오늘이 제일 싸다’느니, ‘지금 집을 안사면 나중에 지각비를 내야 한다’느니, 간담이 서늘해지는 이야기들이 부동산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왔다.
흐름을 놓치거나 소외되는 것에 대한 불안 증상, 이른바 ‘포모 증후군’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고, 만나는 사람들마다 부동산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지 않았다. 교보문고를 비롯한 각종 서점의 그 해 베스트셀러는 대다수가 투자 관련 책들이었다.
그러자 사람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영끌’, 즉 가용할 수 있는 대출을 총동원해서 내 집 마련에 나섰다. 친가 부모님, 처가 식구들, 각종 담보대출에 적금까지 깨가며 영혼까지 끌어 모아 서울 외곽이나 가까운 경기도에 터를 잡는 사람들이 늘었다.
특히 각종 플랫폼에 능숙한 덕에 정보습득이 빨랐던 2030세대의 영끌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2030세대의 아파트 매매거래는 통계작성 이래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그런 사람들에게 용기를 더해준 것은 부동산 전문가를 자처하는 유튜버나 교수, 언론 등이었다.
그들은 ‘똘똘한 한 채’나 ‘개발호재’ 등 마법의 키워드들을 사용해 투자자와 실수요자들을 매료시켰고, 사람들은 시종일관 ‘가즈아!’를 외치며 열심히 투자에 나섰다.
그렇게 2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코로나19 팬데믹이 일상이 된 2022년이 찾아왔다. 지난해까지 과도할 정도로 풀렸던 시중유동성 회수를 위해 미 연준과 한국은행은 잇따라 대대적인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그러자 지난 정부에서 26차례나 집값 폭등을 막기 위한 규제책을 쏟아내도 끄떡없던 집값이 거짓말처럼 떨어지기 시작했다. 단순히 내려가는 수준이 아니라, 하반기 들어서는 1997년 IMF 외환위기나 2008년 리먼사태 이후 촉발된 글로벌 경제위기 수준의 낙폭이 나타나며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 수준의 낙폭이 매주 경신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영끌로 내 집을 마련하지 않은 사람들이 ‘벼락거지’ 소리를 들었지만, 올해는 상황이 정반대로 뒤바뀌며 오히려 영끌에 나섰던 사람들이 벼락거지가 된 판국이다. 레버리지의 힘을 믿으며 큰 맘 먹고 집을 매입한 사람들은 집값은 떨어지는데 금리는 오르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모양새다.
멋모르고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았다가 대출금리가 두 배 넘게 뛴 사람들은 라면만 먹으면서 버틴다던가,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부업을 시작했다던가, 매일같이 부부싸움을 하며 이혼 얘기까지 내뱉는다던가, 자녀들 학원을 줄였다던가 하는 흉흉한 이야기들이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까지 급지를 나눠가며 부동산투자 정보를 주고받고, 재건축 재개발에 대한 희망을 노래하고, 아직도 영끌을 안한 무주택자들을 불쌍하게 보던 1년 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불과 1년 만에 벌어졌다고는 믿기 어려운 극적인 변화다.
부동산부에 처음 발령받았을 때 선임 기자가 이런 말을 해줬다. “부동산은 끝없는 욕망의 소굴이야.” 부동산부에서 2년가량 활동해본 결과 이 말에 200% 동의하게 됐다.
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광란이나 욕망이 있을 수는 없다. 천하통일을 이룩했던 시황제의 진나라도,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별명이 붙어있던 최전성기 스페인 제국도 모두 시간이 흐르며 서서히 쇠락했다. 하물며 한반도 작은 땅덩어리의 영끌 열풍이야 오죽하겠는가.
부동산부에 발령받은 첫 해, 그러니까 정확히 2020년 12월 기자는 ‘모두가 이성을 잃은 부동산에서 냉정을 찾아야 한다’는 취지의 기자수첩을 적었던 바 있다.
하지만 이듬해에도 광란의 부동산 폭주와 묻지마 투자는 끝없이 이어졌고, 갈수록 거품은 커져만 갔다.
거대한 부동산거품이 사라지고 광란의 잔치가 끝나니 남은 것은 무리한 영끌족들의 눈물과 한숨뿐이다. 기자로써 반성과 책임감을 느끼는 대목이다.
매번 부동산 기사를 쓰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주택 구매나 부동산 투자는 다른 어떤 투자보다도 신중하고 냉철한 안목, 확신이 없다면 나서서는 안 될 것 같다.
이번 집값 폭등과 폭락 사태가 시장 참여자들에게 남긴 유일한 교훈일 것이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