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까지 마련하기로 한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 정책연구용역이 12월 말까지 지연되면서 말이다.
아직도 진행 중인 물밑 작업이 저 깊은 심해에 눌어붙어 수면 위로 드러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든다.
적격비용에 기반한 수수료 체계가 도입된 지 벌써 10여년 전이다.
정부가 고강도 카드 수수료 개편안을 내놓은 2018년 당시에도 카드업계는 이를 진두지휘한 최종구닫기최종구기사 모아보기 금융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면서까지 가맹점 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 자체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후 진행된 연구용역은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2월 23일 카드 수수료율을 인하하면서 적격비용 제도개선 추진을 위한 청사진을 내놓았다.
적격비용 제도가 신용판매 부문의 업무원가와 손익을 적절히 반영하는지 재점검하고 차기 재산정 주기도 현행 3년에서 변경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월 24일 제1차 회의를 열어 2022년 3~10월 중 ‘적격비용 제도개선 TF’를 운영하고 정책연구용역을 병행해 카드 수수료 체계 개편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 4월 2차, 5월 3차, 7월 4차, 9월 5차 회의를 개최했다.
하지만 금융위는 “검토할 게 많이 남아 이달 안에 제도 개선 방안을 내는 것은 무리”라는 말만 남긴 체 아직까지 개편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은 카드수수료 인하와 관련해 관치 논란이 일 때마다 법으로 정해진 바와 같이 수수료를 조정한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이들의 주장대로 수수료 조정이 정치적 유인이 아닌 경제적 논리에 의해서라면 지금 당장 가맹점 수수료율을 인상해야 한다.
카드수수료는 적정 원가에 기반해 산정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금리 인상에 따른 자금조달비용 증가로 전반적인 수수료 원가가 상승할 경우 수수료율도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5년 수수료 인하가 추진됐을 당시 당국은 카드사 조달 금리가 2012년 6월 말 3.83%에서 2015년 6월 말 2.10%로 1.73%p 인하된 것을 원가 하락 요인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현시점 상당폭의 원가 상승 요인이 발생했다. 올해 초 2.14%였던 여신전문금융채권(여전채) AA+ 3년물 금리는 지난달 최대 6.1%까지 올랐다. 카드사 조달 금리가 1년 새 3배 가까이 널뛰었다.
기준금리 역시 치솟았다. 수수료율이 인하된 해 각 월의 기준금리는 ▲2015년 11월 1.5% ▲2018년 11월 1.75% ▲2021년 12월 1%를 기록했다.
반면 2022년 12월에는 전년동월 대비 2.25%p 상승한 3.25%를 기록했다.
문제는 정치권에서 이를 용인할 수 있느냐다. 600만명에 달하는 소상공인 표를 등지고 카드사의 손을 들어주기에는 당정의 부담이 크다.
하지만 2012년 이후 우대수수료율이 이미 4차례 인하됐음에도 재산정 주기마다 가맹점과 카드사의 곡소리는 끊이지 않고 일반 고객과 서민의 혜택은 줄어들고 있다.
가맹점과 카드사, 서민 누구 하나 현재의 수수료 산정 체계로 웃음을 지을 수 없다는 뜻이다.
‘영세가맹점의 수수료 부담 완화를 위해서’, ‘카드사는 감내 가능한 수준’이라는 단골 답변도 통하지 않는다.
2012년 3월 국회가 여신전문금융업법을 개정해 수수료 체계 개편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 시장 가격에 합법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놓은 만큼, 이번 적격비용 제도 개편 방안도 책임지고 마련해야 할 것이다.
수수료가 인하될 때마다 ‘카드사 노조 달래기식 TF’를 만드는 허례허식도 과감히 버려야 한다.
이제는 지금까지 물밑에서 해왔다는 적격비용 제도 개선 연구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빠른 시일 내 해결 방안을 내놓아야 할 때다.
신혜주 기자 hjs0509@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