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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경의 ‘아트 비즈니스’…신세계백화점 확 바꾼다

홍지인 기자

helena@fntimes.com

기사입력 : 2022-10-31 00:00

예술 전공한 전문가 눈으로 투자
1兆시장 겨냥 서울옥션 인수 추진

정유경의 ‘아트 비즈니스’…신세계백화점 확 바꾼다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홍지인 기자] 디자인은 매우 전문적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비전문가들이 자신의 ‘뇌피셜’을 과신하며 한마디씩 툭 던지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그런 비전문가적 개입이 최종 의사결정 단계에 있는 고위층이나 오너인 경우라는 데 있다. 새털보다 가벼운 그 한마디가 어렵게 탄생한 좋은 디자인을 순식간에 나쁜 디자인으로 바꿔버린다.

그런 측면에서 신세계백화점은 운이 좋은 회사라고 볼 수 있다. 예술에 대한 전문가적 관심을 가진 오너가 ‘아트 비즈니스’를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유경닫기정유경기사 모아보기 신세계 총괄사장 얘기다.

최근 부상하고 있는 미술 관련 사업만 해도 그렇다. 많은 기업들이 이 분야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도 그 중 하나다. 기존 미술품 전시·판매를 통해 차별화된 백화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NFT(대체불가토큰)를 통해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신세계백화점의 이런 행보는 그저 한때 유행을 좇는 여타 기업들과는 분명히 다르다. 어째서 그런지 살펴보자.

신세계백화점은 ‘한국 백화점 아트 비즈니스 원조’라 불린다. 최근 국내 백화점 업계가 미술 관련 사업을 확대하며 열을 올리고 있지만 신세계는 이미 오래전부터 관련 경쟁력을 키워왔다. 시작은 60여 년 전이다.

신세계는 1963년 백화점 업계 최초로 갤러리를 도입했다. 신세계화랑은 상업 갤러리도 많지 않던 시절 국내외 유명 작가는 물론 유망주 발굴에 집중했다. 1966년에는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상설 전시장을 열며 국내 백화점 최초 미술 전문 공간을 선보였다.

2007년 본관 아트 리모델링을 진행하며 예술 작품 구매에만 약 400억원을 들여 화제를 모았다. 2011년엔 ‘살아 있는 피카소’로 불리는 미국 작가 제프 쿤스의 작품을 300억원에 구매해 신세계 본점에 설치하기도 했다.

이처럼 오랜 시간 미술에 애정을 나타내온 신세계백화점은 정유경 총괄사장 주도 하에 미술에 대한 단순한 애정을 넘어 미래 먹거리로서 관련 사업을 확대해 가고 있다.

정 총괄사장은 예원학교와 서울예술고 미술과를 거쳐 이화여대에 디자인 전공으로 입학했다. 이후 디자인 명문학교인 미국 로드아일랜드대에서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했다. 오랜 시간 미술을 전공한 덕에 그녀의 미술적 조예는 매우 깊다.

정 총괄사장은 조선호텔 근무 당시 전공을 살려 객실 리노베이션과 인테리어 작업을 주도했다. 업계 최초로 비주얼 디자이너를 채용하며 호텔 전시 미술 작품과 소품 디자인에 집중했고 조선호텔을 명품호텔로 업그레이드 시켰다.

신세계백화점 본관 리모델링 당시 예술 관련 조언을 하며 힘을 보탰다. 석강 신세계백화점 전 대표는 “디자인은 라이프스타일 등 여러 경험을 통한 안목이 중요한데 그 부분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본관 오픈과 관련해 아트에 접목된 인테리어, 광고 선전, 디스플레이 연출에 대해 많은 조언을 했는데 깜짝 놀랄 정도”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정 총괄사장이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전해지는 신세계 본관 리뉴얼 오픈 광고 사진은 파격적 이미지로 업계 주목을 받았다.

정 총괄사장은 이후 신세계백화점으로 자리를 옮겨서도 예술적 면모를 드러냈다. 2014년 세계적 그래피티 거장 벤아이네가 연출한 ‘러브잇(LOVE IT)’ 이미지를 상품, 광고, 매장 연출, 쇼핑백 등에 활용하는 아트 마케팅을 진행했다.

2015년에는 업계 최초로 매장 한층 전체를 미술관으로 꾸며 전시를 진행했다. 신세계 백화점 본점 여성의류 매장에서 진행된 이 전시는 백화점 아트 마케팅의 교과서적 사례로 전해진다. 2017년 신세계백화점 전용 글자체를 내놓으며 아트 마케팅을 이어갔다.

정 총괄사장은 이제 예술을 미래 핵심 사업으로 선정하고 강화하고 있다. 단순 전시를 넘어 미술품 판매, 교육, 관련 지분 인수 등 관련 사업을 점차 강화해 나가고 있다.

본격적 아트 비즈니스는 2020년부터다. 신세계백화점은 강남점을 리뉴얼 오픈하며 3층 명품 매장 통로와 벽, 라운지에 작품을 전시·판매할 수 있는 ‘아트 스페이스’를 선보였다. 지난해 3월 사업목적에 ‘미술품 전시·판매·중개·임대업 관련 컨설팅업’을 추가하며 예술 사업 확장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본점·광주·대구·센텀시티·대전 등 주요 점포에 갤러리를 조성하고 큐레이터가 상주하며 고객들에게 작품 소개 및 구매를 돕고 있다. 업계 최초로 갤러리를 담당하는 신세계 갤러리팀을 운영해 전문성을 높이도록 노력하고 있다.

미술에 대한 정 총괄사장의 애정은 지난해 출범한 신규 점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8월 개장한 ‘대전신세계 아트앤 사이언스’는 점포명에 ‘아트’를 넣을 정도로 차별화한 공간과 작품을 구비했다.

지난해 12월에는 국내 1위 미술품 경매업체인 서울옥션 지분 4.82%를 인수하며 미술 사업 확장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번 내비쳤다. 신세계는 “전망이 유망한 미술품 시장 진출을 준비함과 동시에 안정적인 상품 소싱(구매)와 차별화된 아트 비즈니스를 선보이기 위해 이번 지분 투자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서울옥션 지분 확보를 넘어 법인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도 “서울옥션 인수를 검토한 바 있으나 현재까지 확정된 바는 없다”고 밝히며 인수에 대해 고민하고 있음을 알렸다.

서울옥션은 NFT로 제작한 한정판 예술품이나 명품을 판매하는 NFT 경매 사업에 뛰어들었다. 정 총괄사장은 이 점을 눈여겨보고 서울옥션 인수를 고려하는 것으로 예상된다.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미술 업계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NFT 관련 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신세계는 올해 2월 업계 최초로 NFT를 자체 제작해 고객들에게 증정했다. 4월에는 국내 대표 NFT업체 메타콩즈와 손잡고 신세계백화점 대표 캐릭터 푸빌라를 NFT로 1만개 제작해 판매했다. 반응은 폭발적이다. 푸빌라 NFT는 판매 시작 1초 만에 완판됐다.

신세계백화점이 지난해 8월부터 서울 강남점 3층에서 판매하고 있는 미술품도 한 달에 한 번 새 미술품을 교체할 만큼 소비자 반응이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총괄사장이 아트 비즈니스에 힘을 쏟는 이유는 미술 시장 성장 가능성이다. 업계는 국내 미술 시장 규모를 5000억원 수준으로 추산하는데, 곧 1조원까지 넘보는 규모로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미술관련 사업은 당장 수익성이 크지 않지만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포트폴리오를 확대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이전에도 정 총괄사장이 아트 비즈니스에서 두각을 보인 만큼 앞으로도 업계를 선도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홍지인 기자 helen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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