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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 회장, 상처 뿐인 중국 딛고 베트남 승부수 [위기극복! 긴급사장단 회의!]

홍지인 기자

helena@

기사입력 : 2022-09-13 00:00

사드 탓만 하다간 베트남시장도 실패
급변 동남아 이커머스 경쟁력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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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홍지인 기자]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글로벌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기존의 틀을 벗어난 사업방식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

신동빈닫기신동빈기사 모아보기 롯데 회장은 지난 7월 부산에서 진행된 롯데그룹 사장단 회의(VCM)에서 이렇게 말했다. 부산 사장단 회의 주제는 글로벌 복합 위기 속 위기 돌파 방안. 신 회장 주문은 지극히 단순하지만 근본적인 것이었다. 글로벌 경쟁력 강화다. 신 회장은 특별사면 후 열흘만에 해외 출장을 떠나며 글로벌이 화두임 재확인했다. 목적지는 베트남이었다.

새로운 핵심 국가, 베트남
신 회장은 지난달 말 롯데그룹 주요 사장단과 장남 신유열 롯데케미칼 일본지사 상무와 함께 베트남 출장을 떠났다. 업계는 신 회장의 이번 출장에 주목했다. 지난달 광복절 특사로 사면돼 활발한 해외 경영 활동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첫 공식 해외 출장지로 선택한 곳이 베트남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베트남은 롯데그룹에 특별한 곳이다. 롯데그룹은 지난 1996년 ‘롯데베트남’ 법인을 세운 이후 1998년 롯데리아, 2008년 롯데마트 1호점을 선보이며 식품·유통·서비스·건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현지 사업을 펼쳐 왔다.

신 회장은 롯데그룹 정책본부장으로서 그룹 경영을 총괄하게 된 2004년부터 베트남을 자주 방문해 현지에 진출한 계열사 경영 현황을 점검하고 정·관계 인사들과 친분을 다져왔다.

신 회장은 지난 2005년 부회장으로 재직할 당시 신흥 강국을 대표하는 용어인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대신 ‘VRICs(베트남·러시아·인도네시아·중국)’를 라는 말을 사용하도록 할 만큼 베트남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

해외에 초고층 복합단지를 건설하기로 하면서 첫 대상지로 정한 곳도 베트남이었다.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롯데호텔 등이 들어선 롯데센터 하노이는 국내외 방문객이 필수 방문 장소로 꼽히는 하노이 대표 명물로 자리 잡았다.

이번 출장에서도 베트남에 대한 신 회장의 남다른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신 회장은 롯데가 총 사업비 9억 달러를 투자해 조성하는 ‘투티엠 에코스마트시티’ 착공식에 참석해 “올해는 한국 베트남 수교 30주년을 맞는 해로, 이번 프로젝트를 기점으로 롯데그룹은 베트남에 대한 투자를 더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이 이처럼 베트남에 집중하는 이유는 베트남이 ‘롯데 핵심 국가’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5년 전만 해도 롯데그룹은 한국과 일본을 제외하고 가장 중요한 나라로 단연 중국을 꼽았는데, 그 자리를 베트남으로 바꾼 것이다.

중국선 상처만 안고 철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외치고 있지만 롯데는 글로벌에서 국내 다른 어떤 기업들보다 아픈 상처를 갖고 있다. 바로 중국에서 실패 경험 때문이다. 롯데는 1994년 롯데제과를 시작으로 롯데마트, 롯데백화점, 롯데칠성음료, 롯데케미칼 등 주요 계열사들이 경쟁적으로 중국 진출을 추진했다.

2007년 롯데마트가 네덜란드 체인 마크로를 인수하며 수퍼를 포함해 점포를 119개까지 확장했다. 롯데백화점은 2008년 중국 현지 기업과 합작해 베이징에 1호점을 냈으며 선양·청두 등에서 5개 점포를 운영했다.

2012년 신(新) 중국 전략을 세우고 공격적 중국 진출을 위해 HQ를 만들었다. 당시 신 회장은 ‘2018년 매출 200조원, 아시아 톱10′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핵심 전략지로 중국을 꼽았다.

그러나 2016년 9월 불거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로 인해 롯데 중국 사업은 추락을 거듭했다. 2017년 2월부터 중국 보복이 시작됐다. 중국 당국은 소방·위생·환경 규정 위반을 구실로 롯데마트 등에 영업 정지 처분을 내렸다.

롯데는 또 ‘한한령’ 여파로 현지 불매 운동에 시달렸다. 결국 롯데그룹은 순차적으로 계열사들의 중국 사업을 철수했고 지난달 롯데쇼핑 이사회를 열어 중국에 마지막으로 남은 롯데백화점 청두점 지분 매각도 결정함에 따라 중국 사업을 모두 철수하게 됐다.

신 회장이 중국 시장에 대한 마음을 아예 접은 것은 비단 사드 뿐만이 아니라 중국 내 사업 여건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롯데가 중국에 처음 진출할 때만 하더라도 외국기업 유치에 적극적이었으나 2010년 외국기업에 주던 세제, 고용, 입지 등의 혜택을 없애 버렸다. 지금은 중국기업 육성을 위해 각종 규제로 외국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또 중국은 한중 갈등이나 미중 갈등과 같은 정치적 리스크가 불거지면 경영 환경이 수시로 급변해 사업 운영이 어렵다는 문제점도 있다. 스콧 김 전 KOTRA 상하이·베이징사무소장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더 이상 한국에 기회의 땅이 아니다”라며 “한국 기업들은 중국에서 돈을 벌 수 있다는 환상을 버리는 편이 낫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경영 여건으로 중국 사업 철수를 결정했지만 롯데 자체에 문제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사드 사태와 무관하게 롯데 중국 사업은 해마다 2000억~3000억원 영업 적자를 보고 있었다.

중국 글로벌 타임스는 롯데그룹 중국 시장 철수에 대해 “롯데가 사드 배치에 따른 후폭풍으로 중국 소비자들 보이콧으로 타격을 입기도 했지만 중국 소비자들의 변화하는 구매행태에 대응하는 마케팅 전략을 적절하게 구사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실제 중국 유통시장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를 필두로 온라인 중심으로 급속하게 변화했고 ‘왕홍’(인플루언서)을 중심으로 한 라이브 커머스 시장과 지역 공동구매가 폭발적으로 성장했는데 롯데는 오프라인에 집중하며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다.

이처럼 여러 이유로 중국 사업을 접은 롯데그룹은 중국 시장에서의 아픈 경험을 뒤로하고, 베트남 시장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베트남 승부수는 과연?
베트남은 경제성장률이 높고 인구가 많아 소비 잠재력이 크다. 인구 1억에 가까운 튼튼한 내수시장에 40세 이하가 70%나 된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베트남 경제성장률은 8.5%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롯데는 현재 베트남에 롯데리아 매장 270여개, 롯데마트 15여개 , 롯데시네마 70여개를 운영하고 있다. 커피전문점인 엔젤리너스 커피도 점포수를 늘리고 있으며, 건설 분야도 하노이와 호치민 시티에 쇼핑단지와 주거용 아파트를 짓고 있다. 롯데리아는 2018년 흑자 전환했다.

이처럼 롯데 주요 계열사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베트남도 중국처럼 시장이 빠르게 변화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동남아 소비패러다임 역시 이커머스로 급격하게 전환하고 있다.

한중 관계처럼 정치적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지 않지만 베트남도 사회주의 국가라 시장 불확실성이 내재하고 있으며 정부 영향력도 크다. 이런 점을 주의하지 않는다면 중국에 이어 또다시 롯데의 흑역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신 회장은 이를 고려해 이번 출장에서도 응우옌 국가주석을 예방하는 등 베트남 주요 정치인들과의 만남을 이어오며 안정적 성장 토대를 닦았다. 베트남에 동남아 랜드마크 설립도 약속했다.

신 회장은 “지하 5층부터 지상 60층에 이르는 에코스마트시티 안에는 롯데 역량이 총 집결된 스마트 주거 시설과 유통 시설이 자리 잡아 향후 베트남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롯데가 총 사업비 9억 달러를 투자해 베트남 호찌민에 짓는 ‘투티엠 에코스마트시티’다.

롯데는 베트남 사업 확장에 발맞춰 기반 인프라 구축에도 전념한다. 사업 확장에 대비해 물류 인프라 확대가 필요하다고 판단, 롯데글로벌로지스가 베트남 남부 동나이성에 ‘통합 스마트 물류센터’를 구축한다.

그룹 역량이 집결된 ‘투티엠 에코스마트시티’와 내년에 오픈할 예정인 ‘롯데몰 하노이’ 등 롯데타운을 형성하는 대형 프로젝트 후에 대응할 수 있는 물류 역량을 갖추기 위해 2024년까지 완공이 목표다.

홍지인 기자 helen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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