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오는 9월 열릴 '칩4' 예비 회의에 참여해 참여 수준, 세부 의제 등을 조율할 전망이다. 특정국을 배제하지 않는 방향으로, 규칙을 정할 때부터 한국의 입장을 반영하는 ‘룰 메이커(rule maker)’로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회의 결과에 따라 참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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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미국은 한국과 일본, 미국, 대만에 칩4 동맹을 꾸리자고 제안한 바 있다. 설계에 강점을 가진 미국, 생산에 강점을 가진 한국과 대만, 소재·부품·장비에 강점을 가진 일본과 동맹을 결성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자는 목적이다.
일본과 대만은 환영의 뜻을 표했고, 한국은 참여를 검토 중이다. 다만, 우리 정부는 참여를 고심 중이다. 미국에는 글로벌 고객사가 있어 동맹이 필수적이지만, 중국은 최대 수출국이다 보니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우리 정부에 이달 말까지 칩4 가입 여부를 알려 달라고 요청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 1일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국익을 늘리는 차원에서 칩4 동맹에 참여할지 종합적으로 보고 있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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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칩4 동맹이 사실상 자국을 고립시키려는 시도라며 칩4 동맹 구성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중국과 한국은 서로 떨어질 수 없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미국이 주도하는 칩4 동맹에 참여한다면 한국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이 미국에 대한 정치적 충성과 경제 발전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지고 있지만, 올바른 선택을 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지난달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은 자유무역 원칙을 표방하면서 국가 역량을 남용해 과학기술과 경제무역 문제를 정치화, 도구화, 무기화하고 있다”며 “미국은 협박 외교를 벌이고 인위적인 산업 이전,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시도한다. 이는 국제무역 규칙을 파괴하고 글로벌 시장을 분열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박진 장관은 이날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외교장관 회담을 위해 방중에 나선다. 오는 9일에는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왕 부장과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연다. 특히 이번 회담에서는 칩4 동맹과 관련한 한국 측의 입장 표명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정은경 기자 ek7869@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