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앞두고 시장참가자들의 포지션 플레이가 제한되면서 국내 외환시장은 물론 금융시장 전반의 움직임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밤 사이 뉴욕 금융시장 역시 CPI 경계 속 시장 참가자들의 눈기보기가 이어졌다.
달러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뉴욕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인덱스는 전장 대비 0.14% 높아진 92.25에 거래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 우려가 안전 자산인 달러 수요를 자극했지만, 이 또한 미 CPI 발표를 앞두고 움직임은 크지 않았다.
유로/달러는 0.14% 낮아진 1.1860달러를, 파운드/달러는 0.15% 내린 1.3880달러를 기록했다.
달러/엔은 0.18% 오른 110.34엔에, 역외시장에서 달러/위안 환율은 0.09% 하락한 6.4752위안에 거래됐다.
이날 달러/원 환율도 달러 강세 흐름에 연동하며 상승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커 보이나, 밤사이 미 주식시장이 상승 흐름을 연출한 탓에 달러/원의 상승 역시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뉴욕주식시장 3대 지수는 0.3% 이하로 동반 상승,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코로나19 악재 속에서도 어닝시즌 개시를 앞두고 자산시장 내 리스크온 분위기가 고조된 것이 지수 상승을 자극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08.72포인트(0.31%) 높아진 3만4,978.88에 장을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3.08포인트(0.30%) 오른 4,382.63을, 나스닥종합지수는 23.31포인트(0.16%) 상승한 1만4,725.23을 나타냈다.
반면 미 CPI 발표를 앞두고 미 국채 수익률은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 국채 벤치마크인 10년물 수익률은 이틀 연속 상승하며 전장 대비 0.8bp(1bp=0.01%p) 높아진 1.367%를 기록했다. 금리정책 전망을 반영하는 2년물 수익률은 1.8bp 오른 0.230%에 호가됐다.
이처럼 서울환시를 둘러싼 대외 가격 변수는 달러/원 상승과 하락 양방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달러/원 환율은 여타 가격 변수보다 달러 강세에 따라 위쪽으로 방향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미 CPI 발표를 앞두고 역내외 참가자들의 적극적인 포지션 플레이는 예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들은 달러 강세에 기댄 롱플레이에 나설 것이고, 서울환시 달러/원은 무난히 1,140원대 중후반 레벨 안착을 시도할 것으로 점쳐진다.
국내에서도 코로나19 악재가 이어지고 있고, 외국인 국내 주식 매매패턴과 이에 따른 역송금 수요 역시 달러/원 상승을 지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코스피지수가 미 주식시장 상승과 기업 실적 메리트 부각에 오름세를 탈 경우 달러/원의 상승모멘텀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옅어질 것으로 보인다.
A 은행의 한 딜러는 "현재 달러/원 레벨에서 달러/원의 추가 상승 모멘텀이 확보되려면 미국발 긴축 우려가 제기돼야 하는 데, 코로나19 확산으로 자산시장 내 긴축 우려는 소강 상태로 접어들 것으로 판단된다"며 "아울러 달러/원 1,140원대 후반 레벨에서는 국내 경상흑자 확대나 수출 호조 등을 고려할 때 고점 매도 성격의 네고 물량 역시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B 은행의 한 딜러는 "달러/원 레인지는 1,144~1,149원선 사이로 예상된다"면서 "국내 코로나19 확산세로 역외의 롱심리가 탄탄해지는 모양새나 미 CPI 경계로 롱포지션 확대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규 기자 ks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