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TIMES 대한민국 최고 금융 경제지
ad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인민은행의 예상밖 지준율 인하

장태민

기사입력 : 2021-07-12 15:32

  • kakao share
  • facebook share
  • telegram share
  • twitter share
  • clipboard copy
[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중국 인민은행이 지난 9일 지급준비율을 50bp 인하한다고 밝혔다. 중국 중앙은행이 지준율을 인하한 것은 작년 4월 이후 15개월만이다.

이번 조치로 중국 금융기관의 평균 지준율은 8.9%로 내려간다. 이번 조처로 인민은행은 1조 위안 규모의 장기 유동성을 공급하게 된다. 우리돈 170조원 남짓한 규모다.

인민은행의 조치는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제조업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알려졌다.

중국의 예상치 못한 지준율 인하는 경기에 대한 우려가 만만치 않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일단 중국의 성장률은 1분기에 비해 크게 둔화될 것이란 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기본적으로 기저효과가 작용하는 가운데 소비와 투자, 생산 지표 등이 주춤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제 금융시장도 중국의 예상밖 조치에 따른 파장을 눈여겨 보고 있다. 일단 미국 금융시장은 최대 경쟁국의 지준율 인하를 경기부양 의지로 해석하면서 위험선호로 반영했다.

■ 미국 금융시장, 지준율 인하조치로 위험선호 분위기 형성

지난 9일 중국의 지급준비율 인하 소식이 전해지면서 달러화 가치는 하락했다. 달러인덱스는 90대 초반으로 떨어지면서 위험선호 분위기에 힘을 싣는 모습을 보였다.

뉴욕 주식시장도 강세 재료로 활용했다. 뉴욕 주가지수는 중국의 지준율 인하를 반기면서 신고가를 경신하는 흐름을 이어갔다.

오는 15일부터 중국이 낮아진 지준율을 적용한다는 소식에 다우와 S&P500은 1% 넘게 올랐다. 지난 주말 뉴욕 주식시장에선 다우지수가 전장보다 448.23포인트(1.30%) 높아진 3만4,870.16, S&P500지수는 48.73포인트(1.13%) 오른 4,369.55를 기록했다.

중국 지준율 인하 소식에 위험자산이 반등하자 국제유가도 74불대 중반으로 올랐으며, 금리는 상승했다.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금요일 6.17bp 뛴 1.36%선을 나타냈다. 금리가 큰폭으로 오른 데엔 최근 9일 연속 금리가 레벨을 낮춘 데 따른 이익실현 등이 작용했다.

■ 지준율 인하와 경기 하락 위험, 그리고 성장 견인 의지

중국 인민은행은 이번 지준율 인하 조처 이후 "통화정책 방향 전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인민은행이 완화적인 통화정책에 무게를 둔 조치는 아니라는 점을 언급했지만, 일단 시장에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는 부상한 상태다.

박민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차이신 서비스업 PMI가 급락하며 경기 둔화 우려가 재차 부각되자, 인민은행이 50bp의 지준율 인하 조치를 단행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코로나19 극복 이후에도 경기 둔화가 나타났고, 통화정책 스탠스도 완화되었다는 점에서 중국 금리는 하방 압력을 높게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중국은 경기 하강 압력에 대응할 필요성을 거론해왔다고 볼 수 있다.

지준율 인하가 갑작스럽게 다가왔지만 리커창 총리는 지난 7일 상무회의를 통해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기업의 생산과 운영 차질에 대응하기 위한 통화정책의 안정성과 유효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당국이 과잉 유동성을 용인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기 보다는, 실물경제, 특히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과 종합적인 자본조달 비용 인하가 필요하다는 느꼈다고 볼 수 있다.

원료값이 크게 오른 뒤 중국 기업들이 원재료 구입에 큰 부담을 느껴왔으며, 생산자물가도 크게 상승했다. 제조업 PMI 수출주문지수가 최근엔 50을 밑돌면서 수출 둔화 우려를 키웠다.

인민은행은 또 이번 지준율 인하와 함께 통화량과 총사회융자 증가율을 명목 GDP성장률에 준하도록 유지하고, 중소기업, 녹색성장, 혁신과 질적 성장을 도모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빼놓지 않았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인민은행의 결정은 중국 정부정책 기조가 여전히 성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재확인시켜주는 행보"라며 "현재 중국의 소매판매와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은 기저효과를 제외하면 자생적 회복의 잣대(2년 CAGR 6.0%)에 미치지 못하며, 이마저도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과 수출주문 악화로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가 계획한 대로 GDP대비 3%를 넘는 재정적자를 용인하고 연말까지 M2증가율을 9%대 후반으로 되돌려 놓을 것으로 예상했다. 재정보고서로 추계한 정부의 명목GDP 성장률 예상치는 9.8%다.

이 연구원은 "중국 M2증가율은 지난 4월(8.1%)을 저점으로 5월(8.3%)과 6월(8.6%)에 걸쳐 완만히 높아지고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2분기 통화정책위원회에서 결의한 대로 제조업 중장기 대출 확대와 부동산 대출 억제를 통한 혁신성장과 생산성 개선을 도모하는 신용할당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위안화 강세 누그러뜨리려는 최근 조치의 연장선

이번 조처로 인민은행은 1조 위안의 장기자금이 은행권에 공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자금은 은행들의 만기 도래 MLF 자금 상환에 사용되는 가운데 단기자금인 MLF 자금이 장기자금으로 대환돼 은행권의 조달비용 감소도 예상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당국이 지준율 인하를 기업대출을 활성화하려는 목표 외에 위안화 가치를 낮추려는 목적도 있다는 진단도 보인다.

위안화는 상당기간 달러 대비 강세를 이어왔다. 중국 경기가 다른 나라보다 견조한 모습을 보인 가운데 위안화 국제화라는 중장기 목표가 같이 부각되며 위안화는 꾸준히 강세를 보여왔다.

하지만 6월 이후 분위기가 좀 변했다. 정책 당국이 나서서 위안화 강세를 억제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외화 지급준비율이 5%에서 7%로 인상됐고, 중국 금융기관들에 부여된 해외 투자한도 확대, 외은지점들의 역외 조달 한도 확대 등의 조치들이 잇달아 나온 것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미국 연준의 테이퍼링 일정 구체화 기대와 맞물려 상당수 중앙은행들이 이전보다 긴축적이거나 혹은 덜 완화적인 행보로 초점을 맞춰가고 있다"면서 "하지만 중국이 보여준 매우 차별적인 움직임은 주목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조치는 위안화 강세 억제를 위해 최근 나왔던 조치들과 연관해서 봐야 한다"고 밝혔다.

■ 중국 지준율 인하, 과거 같은 관심은 없지만...

국내 이자율 시장의 중국 지준율 인하에 대한 관심도는 높지 않다.

과거 국내 채권시장에선 중국의 지준율 인하를 우호적으로 해석하는 일이 적지 않았지만, 이날 관심은 별로 크지 않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국내 이자율 시장이 의외로 중국 지준율 인하에 거의 관심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주 미국의 6월 ISM 서비스업 지수, 독일 7월 ZEW 서베이 등이 시장 기대를 하회하면서 일부에선 글로벌 경기 모멘텀 둔화에 무게를 실었다.

이런 흐름 속에 최근 국내에서 코로나19가 창궐하고 중국마저 지준율 인하를 통해 어려운 기업들을 돕는 데 앞장서자 국내 통화당국의 금리인상이 생각처럼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도 엿보였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매니저는 "중국이 금요일 장 마감 뒤 예상치 못한 지준율 인하를 단행했다"면서 "중국과 한국경제가 밀접하게 엮여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한국의 적극적인 금리 인상도 말처럼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자료: 대신증권

자료: 대신증권

이미지 확대보기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FNTIMES -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오늘의 뉴스

ad
ad
ad

한국금융 포럼 사이버관

더보기

FT카드뉴스

더보기
[카드뉴스] 국립생태원과 함께 환경보호 활동 강화하는 KT&G
[카드뉴스] 신생아 특례 대출 조건, 한도, 금리, 신청방법 등 총정리...연 1%대, 최대 5억
[카드뉴스] 어닝시즌은 ‘실적발표기간’으로
[카드뉴스] 팝업 스토어? '반짝매장'으로
[카드뉴스] 버티포트? '수직 이착륙장', UAM '도심항공교통'으로 [1]

FT도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