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진 연구원은 '하반기 원자재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상반기, 특히 2분기 ‘인플레이션 헤지’ 장세는 에너지와 산업금속, 농산물 등 위험자산 섹터 뿐만 아니라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귀금속 섹터에서도 가격 호재로 작용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5월 들어 원자재 지수가 조정을 받는 모습을 보인 가운데 새롭게 포지션을 정비할 것을 추천했다.
황 연구원은 에너지 섹터 ‘박스권 장세’와 귀금속과 농산물 섹터 ‘반락’ 예상 하에 그동안 투자해온 DBC(Invesco DB Commodity Index Fund)의 차익실현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하반기엔 ‘미래를 주도하는 원자재’에 집중해 ‘비중확대’ 의견이 유효한 산업금속 섹터 투자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주요 산업금속 ETP(ETF)로는 CPER(U.S. Copper Index Fund), DBB(Invesco DB Base Metals Fund), AIGI(Wisdom Tree Industrial Metals ETF) 등이 있다. 주식형 ETF 중에서 COPX(Global X Copper Miners ETF)와 XME (SPDR S&P Metals & Mining ETF), PICK(iShares MSCI Global Metals & Mining Producers ETF)에 대한 관심을 확대할 것을 조언했다.
■ 안전자산, 인플레 헤지 자산보다는 위험자산
올해 들어 5월 30일 현재까지 원자재 시장(S&P GSCI 기준)은 연초 대비 26.5%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코로나19발 침체 여파를 딛고 되살아난 글로벌 경기와 수요 회복세가 경기 민감 원자재인 에너지와 산업금속 섹터의 강세 시도를 지지한 결과다.
위험자산이나 非경기 민감 원자재인 농산물(곡물, 소프트 등) 섹터는 라니냐 여파 속에 생산 감소와 타이트한 재고, 달러 약세 등에 힘입어 수혜로 4개 분기 연속 상승했다.
안전자산 선호 후퇴, 조기 긴축 우려로 1분기 원자재 랠리에서 소외된 귀금속(금, 은 등) 섹터는 2분기 명목금리 상방경직성 하에 실질금리 하향 안정세로 인플레이션 헤지를 만끽하며 연초 하락률을 모두 만회했다.
황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가시화되는 하반기에는 그동안 경기를 지지해온 미국 연준 통화정책의 기조 변화가 예상된다"면서 "최근까지도 투자자 시선이 집중됐던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대되고, 잡음에 대응하는 연준의 테이퍼링(QE 축소) 가이던스가 공개되면 원자재 시장뿐만 아니라 자산시장 전반의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또한 실질금리 정상화에 따른 명목금리 상승은 안전자산 수요와 인플레이션 헤지 기회를 모두 훼손시켜 금과 은을 중심으로 한 귀금속 섹터는 장기 약세 사이클에 진입할 것일고 예상했다.
그는 "결국 하반기에는 안전자산과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보다 위험자산, 특히 경기 민감 자산이 연준 기조 변화에 대응 가능한 체력을 보유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장기 ‘Green Revolution(그린혁명)’과 동떨어진 석유시장(국제유가)의 추세 상승이 제한적이라는 판단하에 하반기 종합 원자재 투자는 ‘중립’ 의견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반면 미래 원자재 시장을 주도하는 산업금속 섹터 투자는 ‘비중확대’ 의견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 여전히 산업금속 유망...에너지 '중립'
섹터별로 에너지는 '중립' 의견을 제시했다. 석유 수요 회복은 곧 공급 정상화를 의미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WTI 가격은 1분기 한때 배럴당 67.98달러(Brent 가격은 71.38달러)까지 상승 후 안정세로 진입했다. 드라이빙 시즌(연중 최대 성수기)와 맞물린 미국, 유럽 등의 경제활동 정상화가 예상되는 하반기에도 유가의 추세 상승세는 제한될 것으로 전망했다.
황 연구원은 "석유 수요 개선세를 둘러싼 낙관론은 분명한 유가 호재다. 반면 지난해 5월부터 공급을 조정해온 OPEC+ 정책이 ‘단계적인 증산’으로 선회해 유가 오버슈팅 가능성을 제거했다"면서 "주요 에너지 기관들의 석유 수요 전망 상향 조정도 충분한 생산 여력을 보유한 OPEC+ 산유국들 중심의 공급 정상화를 유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석유시장 정상화 시 최적 WTI 가격은 배럴당 45~65달러(평균 약 55달러)라는 의견을 유지했다.
귀금속도 중립의견을 제시했으나 장기 약세 사이클 진입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 은 등 귀금속 섹터는 대표 안전자산이면서도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이다. 글로벌 경기 확장기 후반부(Late Cycle) 경계로 2018년 말부터 안전자산, 그리고 지난해 5월부터 인플레이션 헤지 수요에 힘입은 강세 사이클을 지속해왔다.
그는 그러나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 전환이 예상되는 하반기 귀금속 섹터는 금 가격 중심으로 약세 사이클 진입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경기 회복 기대 속 명목금리 상승세가 안전자산 수요를 후퇴시킨 가운데 통화 긴축을 반영한 실질금리 정상화는 인플레이션 헤지까지 저해하는 악재이기 때문"이라며 "2분기부터 재차 강세를 나타내는 금 가격은 온스당 2,000달러 부근에서 약세 사이클을 준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기간 은 가격도 하락 반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산업금속에 대한 투자는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GREEN 열풍 속 ‘슈퍼 사이클’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황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선행지수와 동행하는 Dr. Copper(구리)를 비롯한 산업금속 섹터 강세는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이라며 "중국 신용 사이클 반락으로 최대 소비국 모멘텀은 다소 둔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범세계적인 GREEN 열풍이 이끄는 선진시장 주도의 장기 신재생(친환경) 인프라向 수요 성장세가 시장 우려를 압도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전 세계 금속 광산 생산은 코로나19 여파뿐만 아니라 부진한 CAPEX 투자의 결과로 구조적인 공급 부족이 불가피하다"면서 "중남미(칠레, 페루 등) 정치 리스크, 광산 파업 등도 공급 차질 우려를 고조시키는 불확실성"이라고 지적했다.
구조적으로 타이트한 공급 여건 속 장기 수요 성장세가 기대되는 산업금속 섹터의 슈퍼 사이클은 계속될 것이란 예상이다.
농산물에 대해선 중립 의견을 제시했다. 북반구 생산 확대 속에 투자 매력은 약화됐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수요/가격 탄력성이 부재한 농산물 섹터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라니냐 여파, 달러 약세 등 공급측 호재로 상승세를 이어왔다. 지난 4월을 끝으로 라니냐가 소멸된 가운데 하반기에는 북반구(미국 중심) 곡물 생산 확대가 가격 하방 압력으로 대두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그는 "수확기(9월) 전까지는 3분기까지 유효한 달러 약세가 미국산 수출 낙관론과 타이트한 구곡 재고를 부각시키며 농산물 가격 하방경직성 지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하반기에는 기상이변 부재 속 작황 개선세가 생산 확대 부담을 높여 농산물, 특히 곡물 가격 상승세를 제약할 것"이라며 "또한 달러 약세 호재까지 소멸되는 4분기에는 농산물 섹터의 하방 압력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