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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의 미술이야기-불 그림] 머금은 불 : 라상덕의 불(火)

박정수 미술칼럼니스트

기사입력 : 2021-05-26 17:38

예부터 불을 그림으로 잘 옮겨내지 않았다. 불은 특정의 형태도 없고, 불이라는 것에 철학적 의미를 담기에는 특정의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어려웠거나 자연 친화적 삶의 환경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화마(火魔)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불을 잘 그린 이로 서양에는 영국의 화가인 윌리엄 터너(Joseph Mallord William Turner, 1775~1851)가 있다. 윌리엄터너는 불 자체를 그리기 보다는 산불이나 도심의 화재와 같은 불이 난 현장을 잘 그려낸 화가다.

우리나라에서는 ‘태양을 먹은 새’를 그린 김기창 화백이 있다. 여기에 지금을 살아가면서 불이라는 소재를 주제로 삼으로면서 사회적 가치영역을 넘나드는 화가가 있다.

좌) 불_머금다. 53×53㎝. oil on canvas, 우) 불_머금다. 72.7×72.7㎝. oil on canvas

좌) 불_머금다. 53×53㎝. oil on canvas, 우) 불_머금다. 72.7×72.7㎝. oil on canvas



시대가 새로운 조건을 갈망하고 있다. 새로운 무엇이거나 고도(高道)를 기대하거나 선구자를 찾아가고자 한다. 태산을 옮기고 하늘을 가르기도 하는 무소불위(無所不爲)의 무협소설 주인공이어도 좋다. 지난한 코로나19를 뒤집을 피안(彼岸)을 이야기하기에는 시절이 너무나 지난하다. 여기 즈음하여 라상덕의 불씨가 있다.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던 할아버지의 화로에 넣어둔 불씨다. 화톳불의 중심이며, 생명의 근원이 된다. 그의 불씨는 마중물과 같은 시발점이 아니다. 그의 불씨는 가속이 유지되는 두 번째 부는 바람(second wind)이며, 지구의 핵과 같은 중심 열기다.

좌) 불_머금다. 131×131㎝. oil on canvas, 우)불_머금다. 72.7×60.5㎝. oil on canvas

좌) 불_머금다. 131×131㎝. oil on canvas, 우)불_머금다. 72.7×60.5㎝. oil on canvas

라상덕은 시골환경과 더불어 산다. 산과 들의 여유로움을 품고 있음에도 화가로서 철학적 가치를 찾아내고자 한다. 예술이 사회에 필요하고, 더불어 사는 화가의 삶에 이유와 명분을 고민한다. 사람으로서 특별한 무엇, 혹은 누구 이고자 한 것이 아니다. 특별한 무엇이 무엇인가에 대한 것을 작품을 위한 화두(話頭)로 삼는다. 열기를 뿜어내는 불을 그렸다. 숯에서 솟아나는 열기와 타는 나무에서 생겨난 모양을 중심소재로 삼기도 하였다. 주변을 살피고, 가족을 이루면서 드러내기 보다는 품기를 중시여기기 시작하였다. 여기에서 완성된 것이 “머금은 불”이다. 불씨가 되는 것이 아니라 불씨에서 시작한 불이 무엇이든 가질 수 있는 열을 머금기 시작한다. 아직은 드러내지 않는다. 뜨거운 열기와,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주변을 녹일 수 있는 강한 힘이 있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 수 있다.

좌) 불_머금다. 53×53㎝. oil on canvas, 우) 불_머금다. 53×53㎝. oil on canvas

좌) 불_머금다. 53×53㎝. oil on canvas, 우) 불_머금다. 53×53㎝. oil on canvas

라상덕의 불 그림은 힘겹고 지난한 코로나19의 시절을 극복할 수 있는 잠시의 여유와, 내일을 희망할 수 있는 의미를 담을 수 있는 작품들이다.

박정수 미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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