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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업계 절박함이 반영된 보험 제판분리

전하경 기자

ceciplus7@fntimes.com

기사입력 : 2021-03-22 00:00

▲사진 : 전하경 기자

▲사진 : 전하경 기자

[한국금융신문 전하경 기자] “우리나라에서는 제판분리가 처음 시도되는 ‘혁신’인 만큼 기대가 큽니다. 회사는 보험상품 제작에만 집중하고 판매조직을 분리시킴으로서 경영 효율성도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 보험회사 임원이 보험사 제판분리를 두고 한 말이다.

제판분리는 제조(보험상품 개발)와 판매 채널을 분리한다는 의미다. 해외 보험업계에서는 흔한 경영전략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첫 시도인 만큼 업계에서는 ‘경영혁신’으로 보고 있다. 가장 먼저 미래에셋생명이 자회사형 GA 미래에셋금융서비스를 출범시켰고 한화생명 자회사 GA 한화생명금융서비스가 두번째로 출범을 앞두고 있다. 이외에도 하나손보, 현대해상 등도 GA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제판분리를 통한 경영혁신’이지만 이면에는 보험사의 ‘절박함’이 담겨있다. 한 마디로 위기의식 때문이다. 가장 큰 것은 보험사업 핵심이자 가장 큰 부분인 전속 설계사들이 GA로 이탈하고 있는 점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소속설계사가 100명 이상인 중대형 GA에서 체결된 신계약 건수는 1461만건으로 전년동기대비 14.3% 증가했다. 매출 비중도 전속 설계사 비중은 감소한 반면, GA를 통한 매출 비중은 늘었다.

설계사를 통한 매출비중은 1995년 99.1%에서 2019년 49%로 감소한 반면, GA등을 통한 매출 비중은 같은 기간 0.9%에서 51%로 증가했다. GA를 통한 손해보험사 매출 비중도 1995년 41.9%에서 2019년 51.9%로 증가했다. 2019년 기준 GA채널을 통한 개인보험 매출비중이 75% 이상을 초과하는 손해보험회사도 3개사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속 설계사 입장에서는 대형 보험회사 설계사라는 명함은 얻지만 소속된 회사에서 취급하는 보험상품만을 판매하게 돼 대형 GA 소속 설계사보다 수입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GA설계사는 소비자에게 다양한 상품을 소개할 수 있는 반면, 전속 설계사는 상품을 소개에 한계가 있기 때문인다.

실제로 보험을 가입하려는 잠재 고객들은 선택권을 중요시해 다양한 상품을 취급하는 설계사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저성장, 저금리 환경으로 비용부담이 커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생명보험업은 최근 5년 연평균 성장률 0%대를 기록하고 있다.

손해보험업계도 실손보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높아 새 먹거리 확대에 고심하고 있다.

보험사의 또다른 수익원인 투자 수익마저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수익률이 낮아진 상황이다. 실제로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교보생명, 삼성생명, NH농협생명 등은 종신보험 등 상품 예정이율을 2.25%에서 2.0%로 0.25%포인트(P) 낮췄다.

불황이 지속되면서 규모의 경제 실현에 한계를 보인 중·소형 생보사는 교육비, 점포운영비 등을 이미 축소하고 있다. 업황이 악화되다보니 보험사 입장에서는 추가 수익이 절실하다.

생명보험사는 보험업법으로 사람의 사망, 삶과 관련된 상품만을 판매할 수 있어 자동차 보험, 펫보험 등을 판매하기 어렵다. 이것이 이번 제판분리에 생명보험사들이 먼저 나선 이유기도 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 등을 취급하지 못하는 생명보험사가 GA를 만들게되면 자사 제품을 판매하면서 실손보험 등 다른 상품도 교차로 판매할 수 있게 된다”라며 “다른 상품을 함께 판매하게 되면 추가 수입 확대를 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제판분리를 통해 자회사 GA 소속이 되면 기존 네임밸류를 유지하면서 교차로 상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손해보험보다 상품이 적은 생명보험사 입장에서는 자사 제품 뿐 아니라 실손보험, 자동차보험을 설계사가 판매하면 추가 판매 수익이 발생해 이익이 늘어난다. 한화생명은 지난 2월 진행한 컨퍼런스콜에서 손해보험 물량까지 추가수익 1100억원 가량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화생명, 미래에셋생명은 자회사형 GA 성공을 위해 대규모 투자도 단행하고 있다.

한화생명 자회사형 GA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약 540여개의 영업기관과 1400여명의 임직원, 2만여명에 달하는 설계사(FP)를 보유했다. 자본금은 6500억원이 투입됐다. GA 업계 1위 업체인 GA코리아 자본금이 350억원 가량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규모만으로는 단숨에 1위를 제친 셈이다.

GA를 통한 제판분리에 뛰어들었지만 여전히 보험사들의 갈 길은 멀다. 이미 시장을 장악한 GA와의 경쟁에 나서야 해서다.

금감원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동안 중대형 GA의 수수료 수입은 7조4302억원으로 1년 전보다 20%(1조2788억원) 확대됐다. 수수료 환수금도 4538억원으로 1년 전보다 4.1%(179억원) 늘었다.

업계 위기를 타개할 열쇠가 될 자회사형 GA 성공 요건은 기존 GA와의 차별성이다. 가장 먼저 초점을 둬야 할 것은 ‘소비자 보호’다.

그동안 기존 GA는 감독당국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각종 불법 계약 등이 만연했다. 최근 GA 태왕파트너스는 허위계약 건이 다수 발생돼 등록 취소 조치를 받기도 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자회사형 GA는 강점을 가질 수 있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 미래에셋금융서비스는 그동안 쌓아온 평판과 신뢰를 바탕으로 고객이 믿고 선택할 수 있는 회사라는 점을 충분히 강조할 수 있다. 실제로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보험회사들은 임직원 대상 교육을 실시하고 소비자 보호 선언문을 만드는 등 소비자 보호 부문을 강화한 바 있다.

자회사형 GA 설립을 통한 제판분리가 ‘보험사의 경영혁신’이자 ‘보험유통계의 혁신’이 되길 바란다. 위기에 처한 기존 보험사에게는 높은 수익과 소비자들에게는 가격과 조건 등에서 합리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보험판매자를 만날 수 있는 쌍방에게 ‘혁신’이 될 수 있을지 기대된다.

전하경 기자 ceciplus7@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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