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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 Hobby] 옛것에서 찾는 새로움…세대를 아우르는 뉴트로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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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1-03-04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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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M국 김민정 기자]
걱정 없이 행복했던 어린 시절이나 과거를 회상하는 일은 지친 일상에 위안을 준다.

때문에 최근 패션과 가요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일어난 뉴트로 열풍은 세대를 아우르며 우리를 온유한 과거로, 따뜻한 추억 속으로 이끈다.

유행은 돌고 돈다

시작은 패션 업계였다. 과장된 귀고리, 투박한 운동화, 1980~1990년대 입었을 법한 팝하고 과감한 패턴의 원피스 등 이전과는 양상이 사뭇 다른 세계적인 복고 트렌드에 힘입어 ‘뉴트로’ 시대가 열렸다.

뉴트로(New-tro)는 ‘New’와 ‘Retro’가 합쳐진 합성어로,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을 일컫는다.

골동품 시장으로만 인식되던 동묘 시장은 젊은이들이 더 자주 찾는 빈티지 쇼핑의 성지로 떠 올랐으며, 시내 구석구석, 지하철 역사 안에도 빈티지 의류 가게와 소품 매장이 생겼다. 유튜브에서는 지나간 과거의 음악이 화젯거리가 됐다.

뉴트로는 단순히 추억 속 인물이나 문화를 현재로 소환해 향유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젊은 세대는 그저 촌스럽기만 한 것이 아닌 뉴트로를 새로운 스타일로 받아들이고, 실제로 그 문화를 소비했던 지금의 40~50대는 옛 시절에 대한 향수와 현재의 감성에 맞게 재탄생한 뉴트로 문화를 기쁜 마음으로 즐긴다.

이제는 하나의 트렌드이자 디자인, 마케팅 콘셉트로 자리 잡은 뉴트로가 여러 세대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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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난 추억의 물건

집 안 구석에서 먼지가 잔뜩 쌓인 묵직한 필름카메라를 발견했다. 무려 30년 전 출시된 것으로 아버지가 젊은 시절 쓰셨다는데, 요즘 필름카메라를 찾는 이들에게 인기 있는 모델이었다.

아주 편하게, 빠르게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세대에게 아날로그 방식의 물건은 불편하지만 따듯하고 소박한 정서를 전하며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뉴트로 현상에서 생활 속 가전 제품이 유독 도드라진 까닭은 그래서일 것이다. ‘레트로 테크놀로지’라고 이름 붙일 만한 필름카메라나 즉석카메라, LP를 재생할 수 있는 턴테이블, 지금은 보기 어려운 카세트테이프 등이 새롭게 출시되거나 중고로 활발하게 거래된다.

휴대폰 카메라 덕분에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화질 좋은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지만 빛과 초점을 조절해 신중하게 찍고, 기다려야 하는 수고를 감수하는 필름 및 즉석카메라는 뉴트로 가전제품의 선두주자다.

세계적인 사진가들이 애정하는 카메라계 명작 라이카에서는 2016년 처음으로 즉석카메라 ‘소포트’를 출시했다. 직관적인 촬영 모드와 세련된 디자인으로 다양한 색상의 모델을 연이어 선보이며, 흑백 필름지도 함께 출시해 흐릿한 사진의 추억에 목마른 소비자의 마음을 제대로 공략한다.

장난감처럼 작은 ‘토이카메라’의 대표 브랜드 로모그래피에서는 빈티지한 ‘로모 인스턴트 오토맷 시리즈’를 출시했다. 즉석카메라인데도 렌즈를 바꿔가며 사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해 다채롭고 실험적인 사진을 기대하게 만든다.

카메라 외에 오랜 기억 속 텔레비전에 붙어 있던 채널 다이얼과 나무 프레임으로 클래식한 느낌을 살린 LG의 TV,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빈티지 색감의 드롱기 토스터와 전기 주전자 등이 뉴트로 열풍 속에 출시된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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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를 모으고, 턴테이블을 사용하는 것도 뉴트로가 이끈 취미 생활 중 하나다.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해보면 어떤 모델로 턴테이블 세계에 입문하면 좋은지, LP를 어디에서 구할 수 있는지 관련한 글이 많다.

호기심에 구매한 자녀들은 부모에게 선물하며 추억을 공유하기도 한다. 새해를 여는 달력 시장에서는 요즘은 보기 힘든 일력이 다시 등장했다.

출판사 민음사에서는 2019년부터 한 장씩 뜯어 쓰는 일력을 출시하고 있는데, 해가 갈수록 그 인기는 더해가는 추세다.

음식이라고 뉴트로 열풍을 피해갈 수는 없다. 2019년 주류 업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진로 이즈 백’. 1980년대 진로에서 실제로 사용하던 푸른색 병에 두꺼비 캐릭터가 들어간 이 소주는 출시 2개월 만에 1,000만병이 팔려나갔다.

주류 업계에서도 뉴트로로 무장한 디자인과 감성이 통한다는 걸 증명한 사례다. 대한제분 ‘곰표’는 편의점 CU와 함께 맥주•팝콘 등의 상품을 내놓으며 인기 고공행진 중이다.

최근에는 먹는 상품뿐 아니라 주방세제, 화장품 등도 출시해 주목 받고 있다.

또 삼양에서는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함께 1963년 첫 판매 당시 디자인을 재현한 ‘삼양라면 1963’을 출시했고, 롯데백화점 쇼핑몰 엘롯데와 서울우유는 협업해 옛날 로고를 넣은 우유잔 세트를 만들었다.

이처럼 생활 전반에 대한 호기심과 추억을 동시에 자극하는 물건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뉴트로로 치장한 공간

‘이렇게 좁은 골목에 카페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무렵 커피 향기가 난다. 그 향을 따라가니 페인트칠 이 벗겨진 문에 삐걱거리는 나무 바닥, 자개장으로 장식한 카운터가 반기는 ‘커피한약방’이 나타난다.

이곳은 조선 시대 서민이 치료받던 병원 혜민서가 있던 자리로, 직접 내려주는 필터 커피가 이곳의 시그니처다.

카페 내부는 빈티지한 천장 조명,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는 테이블 등 마치 시대극 세트장에 들어온 것 같다. 바로 앞에 있는 ‘혜민당’에서 베이커리류를 사서 함께 먹을 수 있다.

2017년 대구 산격동에 문을 연 ‘산격동사진관’은 복고 콘셉트 사진을 전문으로 찍는다.

부모님 웨딩 사진에서 봤을 법한 꽃무늬 벽지와 주례 단상을 배경으로 찍는 ‘복고 웨딩’, 홍콩 영화가 생각나는 새빨간 조명과 네온사인이 특징인 ‘화양연화’, 독특한 컬러 조합이 인상적인 ‘룸 인 산격’ 등 어디서도 볼 수 없던 테마를 배경으로 특별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평소 입어보지 못한 복고풍 원피스, 어색하지만 배우처럼 도도한 표정으로 추억을 남긴다. 대구 본점 외에 부산 광안점, 서울 홍대점과 신사점이 있으며, 모든 지점이 100% 예약제로 운영된다.

※ 본 기사는 한국금융신문에서 발행하는 '재테크 전문 매거진<웰스매니지먼트 3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김민정 기자 minj@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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