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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여는 인맥관리 35] 하이든의 고별 교향곡

윤형돈 FT인맥관리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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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1-02-17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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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요제프 하이든(1732~1809)초상과 에스테르하지 궁전(사진:클립아트코리아)

▲프란츠 요제프 하이든(1732~1809)초상과 에스테르하지 궁전(사진:클립아트코리아)

넛지(Nudge)로 소통한 고별 교향곡

‘교향곡의 아버지’라 불리는 하이든은 에스테르하지 가문의 궁정악장으로서 30년 동안 봉직했다. 궁정악장은 궁정 행사에 필요한 모든 음악을 결정하고 작곡하며 전속 악단을 지휘하는 최고 자리였다. 하이든이 무려 30년 이라는 긴 세월 동안 후작과 단원들의 존중과 인정을 받으며 최고 작곡가의 지위를 지킬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에스테르하지 후작은 매년 여름이면 오스트리아 노이지들러 호수에 베르사유궁전을 본뜬 별궁에 귀족들을 초청하여 음악회와 파티를 즐기며 휴가를 보냈다. 1772년 이미 여름휴가 시즌이 다 지났는데도 어찌 된 영문인지 악단 단원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려 하지 않았다. 그러자 불만이 극에 달한 단원들이 하이든에게 이 유배와도 같은 생활을 빨리 끝내달라고 탄원을 했다.

사실 하이든도 수 차례 단원들에게 휴가라도 보내 줄 것을 후작에게 요청했지만 단호하게 거절을 당한 터였다. 하이든은 어떻게 하면 후작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단원들을 집으로 돌려보낼까 고민하다가 음악을 통해 후작에게 간청하기로 결심하고 바로 작곡에 들어갔다. 그리고 몇 주 후 저녁식사가 끝나고 열린 연회에서 드디어 연주를 하게 되었다.

그가 새로 작곡한 교향곡은 느린 테마를 거쳐 춤곡을 연주한 뒤 마지막 악장인 피날레를 향해 빠른 템포로 연주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막바지를 향해 치닫던 중 갑자기 멈추더니 반전이라도 일으키듯 다시 느린 템포로 새로운 음악을 연주한다. 그러더니 오보에 주자와 호른 주자가 악보와 짐을 챙겨 연주 도중 자리를 떠난다. 그리고 뒤를 이어 바순주자도 짐을 챙겨 홀연히 무대를 빠져나간다. 그렇게 연주가 이어지며 단원들이 하나 둘 무대를 모두 빠져나가고 무대 위에는 하이든과 바이올린 수석 및 부수석만 남는다.

지금도 오케스트라 공연에서 당시의 상황을 재연하는 퍼포먼스가 유머러스하게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당시의 연주 현장에서는 전혀 웃기지 않았을 것이다. 후작 앞에서 연주하다가 집에 가겠다고 도중에 악보를 챙겨나가는 단원들의 손과 발은 사시나무처럼 떨렸을 것이다. 단원들을 모두 내보내고 무대에 남겨진 하이든 역시 재판의 선고만을 남긴 역적의 처지와도 같았을 것은 분명하다. 그렇게 촛불이 꺼져가듯 음악은 끝이 났다. 후작은 그제야 단원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하이든이 전하고자 하는 뜻을 깨달았다. 그리고 새로운 교향곡에 흡족해하며 단원들에게 흔쾌히 휴가를 허락했다.

이 곡이 바로 유명한 <고별 교향곡 Symphony No.45. “Farewell”>이다. 고별 교향곡은 유머러스 하게 넌지시 후작의 옆구리를 슬쩍 찔러주는 넛지로서 후작의 자존심도 세워주면서 단원들의 고민도 해결해 준 하이든의 소통방식이었다.

하이든이 30년 동안 궁정악장을 하면서 후작의 총애를 받으며 단원들과의 갈등을 일으키는 법이 없었으며, 모든 단원이 온화한 인품과 배려심 많은 하이든을 ‘파파 하이든’이라 부르며 하이든을 아버지처럼 따른 것으로 유명하다.

하이든이 지위를 막론하고 모든 사람의 존경과 사랑을 받았던 이유는 천재여서도 아니고 넘치는 카리스마 때문도 아니다. 능력과 카리스마를 훌쩍 뛰어넘는 진짜 비결은 훌륭한 인품과 적절한 유머로 갈등을 해소하며 타인과 더불어 성장케 하는 소통의 힘에 있다

배려와 소통으로 완성되는 현악사중주

독일의 대 문호 괴테는 현악사중주를 일컬어 “네 명의 지식인이 나누는 대화”라고 묘사했다.

2대의 바이올린과 1대의 비올라 그리고 1대의 첼로로 이루어지는 현악 4중주는 실내악의 가장 기본적인 구성이며 최소의 악기로 최대의 음악적 효과를 얻을 수 있는 편성이다.

현악기는 관악기나 타악기와는 다르게 음을 멈추지 않고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단 4대의 악기만으로도 고음과 중음, 저음 모두를 소화하며 꽉 찬 사운드를 자아낼 수 있다. 이 구성은 그 위에 악기를 더해 5중주, 6중주, 8중주가 가능하며 오케스트라에까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코어가 된다. 하지만 수십 명이 동시에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와는 다르게 현악사중주는 조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덜 하거나 더하면 그 우아함은 순식간에 무너지게 되고 관객들은 금새 알아차리게 된다. 그렇기에 현악 사중주는 서로의 호흡과 음색, 표정과 몸짓 심지어 활 끝 1인치까지에도 주의를 기울이는 적극적이고 긴밀한 배려와 소통을 필요로 한다. 이 4명의 지식인이 펼쳐내는 대화는 온화하지만 카리스마가 넘친다. 그래서 클래식애호가들의 종착역은 현악사중주라고 한다.

“한 작곡가의 본질을 알기 위해서는 그의 현악사중주를 이해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다” 지휘자 세이지 오자와의 말이다. 현악사중주는 실내악의 가장 대표적인 장르로 실내악의 정수이자 꽃이다. 그리고 이 장르를 창안해낸 이가 바로 소통의 대가로 인정받는 하이든이다.

우리가 주위와 더불어 소통하면서 이룩한 것은 무엇일까?

인용자료: 남자의 클래식 (안우성 지음)

윤형돈 FT인맥관리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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