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업계 선두주자 테슬라의 CEO로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머스크는 트윗 등에 자신의 의견을 밝히면서 자산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이번엔 테슬라가 비트코인에 15억달러 투자했다는 소식에 비트코인 가격이 폭등했다.
테슬라는 현지시간 8일 미국 SEC에 자료제출을 통해 비트코인에 투자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향후 디지털 자산에 더 투자할 의지까지 내비쳤다.
더 나아가 테슬라는 비트코인으로 전기차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까지 드러냈다.
이 같은 소식에 국내 암호화폐거래소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거의 5천만원 수준까지 폭등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들고 있는 해외 주식인 테슬라가 비트코인에 대거 투자하면서 이젠 테슬라 주가와 암호화폐 가격이 일정부분 연동되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분위기는 달아오는 모습이었다. 이 '시대의 영웅'은 자산시장을 뒤흔들 만큼 막강한 파워를 행사하고 있다.
■ 일론 머스크가 띄운 비트코인...그리고 도지코인
비트코인 가격은 국내시간 8일 저녁 9시를 넘긴 시점 일순간에 폭등했다. 순식간에 4100원대에서 4700만원 근처로 폭등했다.
9일 새벽엔 다소 조정을 받는 듯 하다가 재차 폭등했다. 국내 금융시장이 본격 열리는 9시가 되기 얼마전엔 5천만원 수준까지 뛰었다.
전날 밤 비트코인 거래가 폭증한 뒤 잠잠한 듯하다가 이날 아침 다시 엄청난 거래가 몰리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머스크의 비트코인 투자 소식에 암호화폐 시장이 다시 열기에 휩싸인 것이다. 비트코인 폭등 전 머스크는 다른 코인을 띄우기도 했다.
머스크는 2월 8일 트윗에 'Who let the Doge out'(누가 도지를 풀었나)라는 메시지를 올렸다. 도지코인을 달까지(To the moon!) 보내겠다는 멘션에선 장난끼도 느껴졌다.
머스크는 그 이전부터 여러차례 도지를 언급했다. 2월 4일에도 도지코인을 언급하는 등 뭔가 석연치 않은(?) 행동을 했다. 머스크의 후원을 받은 도지코인은 폭등했다.
도지코인은 2013년 IBM 출신의 개발자 빌리 마커스와 잭슨 팔머가 만든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다.
그런데 도지코인은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 시장의 열풍을 풍자하기 위해 만들어진 장난감 화폐로 알려졌었다.
이 코인엔 재미를 추구하면서 실험을 해보려는 개발자의 의지가 담겨 있었다. 하지만 도지코인은 진지해졌으며, 덩치도 엄청나게 커졌다.
비트코인은 전날 밤부터 20%, 최근 7일 사이에 40% 가까이 급등했지만, 도지코인은 1주일 사이에 140% 가까이 폭등했다. 코인마켓캡(CoinMarketCap)에서 도지코인 시가총액은 10위권 이내로 올라왔다.
■ 머스크의 계속되는 비트코인 후원...그리고 투자의 유쾌함
1월 29일 일론 머스크는 자신의 트윗 계정에 프로필을 지우고 '#bitcoin'이라고 적었다.
머스크의 이같은 장난(?) 직후 비트코인 가격은 15% 가까이 폭등했다.
암호화폐 중계사이트인 코인마켓캡도 유쾌함을 더했다.
최근 미국의 개인투자자들이 모여있는 레딧의 토론방 월스트리트베츠(WallStreetBets, WSB)을 암호화폐화한 가격을 고시하면서 관심을 끈 것이다.
월스트리트베츠는 개인투자자들이 게임스탑 주식 매집을 도원결의하던 토론방이다. 이 주식토론방에서 개인들이 힘을 결집해 주가를 2천% 가까이 폭등시키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이 중계사이트는 다양한 암호화폐 가격을 고시해왔으나, 최근엔 월가 큰손들의 공매도에 당해온 개인투자자들을 응원하는 차원에서 월스트리트베츠를 암호화폐처럼 만들어 가격을 고시한 것이다.
이 장난스런 행동은 개인투자자들을 후원하는 차원이었던 것으로 해석됐다.
■ 게임스탑 지원한 머스크...엄청난 변동성 유발자
1월 26일 머스크는 자신의 트윗에 'Gamestonk!!'라는 짧은 멘션을 올렸다.
상장회사 게임스탑(Gamestop)의 주식을 잘못 표기한 것인지, Gamestop과 Stonk(폭격)를 합성해 일부러 저런 단어를 올린지 알 수 없었지만 머스크는 게임스탑을 응원했다. 머스크는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주식 게시판 월스트리트베츠 링크를 걸었다.
머스크의 후원을 입은 개인투자자들은 진군했다. 주가가 폭등하자 일부 공매도 세력은 손실을 방어하기 위해 게임스탑 주식을 되사야 했다. 숏 스퀴즈가 난 것이었다.
머스크와 개미투자자들의 교감 속에 게임스탑 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게임스탑 주가는 1월 25일 76달러에서 26일 148달러로 치솟았다. 그런 뒤 27일엔 134%나 오른 348달러 수준으로 폭등했다.
게임스탑을 사이에 둔 게임은 주식시장 전반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헤지펀드 등이 게임스탑 주가 급등에 따른 숏 포지션을 커버하기 위해 다른 종목을 팔거나, 비정상적인 게임스탑 급등에 영향을 받은 ETF를 팔자 전체 지수가 급락하는 등 시장 변동성이 커졌다.
개미투자자 모두가 머스크의 덕을 본 것도 아니었다. 연일 급등락을 지속하던 게임스탑 주가는 8일 현재 60달러로 떨어져 있다.
고점을 쳤던 27일 종가에 들어갔던 사람이 게임스탑 주식을 계속 보유중이라면, 8일 현재 83%에 달하는 엄청난 손실이 나 있는 상황이다.
어떤 시장이든 머스크의 '구두 개입' 이후엔 시장이 안정되는 게 아니라 변동성이 극대화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 머스크의 실질적 시장 조작과 변동성 확대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산 해외 주식 테슬라 CEO의 '위험한' 장난을 보는 시각은 둘로 갈라져 있다.
머스크가 공매도 세력에 맞서 개인을 후원하는 등 개인투자자나 일반인의 편에 서서 사람들을 지원하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다.
개인들이 공매 세력과 대판 뜰 때 개인들을 도와준 만큼 그를 로빈훗처럼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세계적인 기업의 CEO가 어처구니 없는 일을 벌이고 있다고 보는 사람도 많다. 투자 채팅방의 개인들은 꼬드겨서 위험한 룰렛 게임으로 안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의도와 관계없이 실질적으로는 가격을 조작하고 있다는 평가도 많다.
머스크 그 자신이 이미 보통사람이 아닌,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할 수 밖에 없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트윗에 장난처럼(?) 써놓은 한 마디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증권사의 한 직원은 "머스크의 의도가 어떻든간에 그의 멘션에 따라 시장이 반응했다. 결과적으로 주식이나 암호화폐 가격변수를 조작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자산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머스크 본인의 사회적 위치를 고려할 때 이 건들은 부정매매의 소지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자산운용업계 펀드매니저는 "머스크의 시장 영향력에 일단 미국 금융당국도 긴장하고 있을 게 틀림없다"고 말했다.
■ 중앙은행가나 정책당국자들은 다시 반격할까
머스크가 전기차를 암호화폐로 구매할 수 있게 하겠다는 한 말은 향후 코인의 성장성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그간 암호화폐의 경우 너무 큰 변동성 등으로 거래에 부적합했던 것도 사실이다.
향후 '사설' 화폐가 기승을 부린다면 중앙은행이나 정부 당국과의 마찰 가능성도 있다.
연준 의장을 거쳐 바이든 행정부의 초대 재무장관이 된 재닛 옐런은 최근 암호화폐에 대한 긍정적, 부정적 언급을 모두 한 바 있다.
옐런은 연초 재무장관이 되는 과정의 청문회에서 암호화폐가 테러 등 불법행위에 악용될 가능성 등 부작용을 우려했지만, 동시에 금융시스템의 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는 잠재력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과거 옐런의 암호화폐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긴 경우가 많았다. 과거 연준 의장 시절 옐런은 암호화폐가 불법적인 행위에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까지도 그의 발언은 부정적인 부분에 좀더 포커스가 맞춰졌다. 지난 1월 19일 비트코인은 옐런의 말 한 마디로 고꾸라진 경험도 있다. 옐런이 암호 화폐가 불법자금 조달용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하자 비트코인 가격이 3만 달러 밑으로 추락했던 것이다.
물론 옐런은 핀테크 혁신 차원에서의 암호화폐 쓰임새 등을 연준이나 금융감독당국과 함께 논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인' 붐이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법화'과 상충되는 면이 있는 만큼 중앙은행가나 감독당국의 평가가 다시 암호화폐 시장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단 일론 머스크는 암호화폐 소유자의 편에 섰으며, 가격도 엄청나게 띄워 놓았다. 다시 중앙은행가의 반격이 나올 차례가 아닌지 궁금하지만, 이미 시장은 투기화됐고 변동성도 커졌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