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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가 찾아낸 '보물'...두산에너빌, 美 안방 뚫고 항공 시장까지 질주

신혜주 기자

hjs0509@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4-14 15:37

15년 걸릴 가스터빈 수출 6년 만에 달성
발전용 기술로 항공기 엔진 국산화 박차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 박지원 회장이 두산에너빌리티가 개발·제작한 380MW급 가스터빈 제품을 보고 있다. /사진제공=두산에너빌리티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 박지원 회장이 두산에너빌리티가 개발·제작한 380MW급 가스터빈 제품을 보고 있다. /사진제공=두산에너빌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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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신혜주 기자] "가스터빈 개발을 안 했다면, 지금 우리는 어떤 물건을 팔고 있었을까?"

2013년 발전용 가스터빈 독자 모델 개발에 나섰던 두산에너빌리티 내부에서 나왔던 말이다. 13년이 흐른 지금, 가스터빈은 두산에너빌리티 미래를 책임질 먹거리로 거듭났다. 가스터빈 본고장인 미국 시장 공략에 성공한 두산에너빌리티는 다음 단계로 항공기용 가스터빈 엔진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AI가 불러온 미국 진출 기회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2019년 세계 5번째로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모델 개발에 성공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첫 수출까지 최소 15년은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두산에너빌리티는 예상과 달리 개발 성공 불과 6년 만인 지난해 가스터빈 종주국 미국 시장에 직접 수출 깃발을 꽂았다.

조기 수출 배경에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 수급 불균형이 자리 잡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 수요가 폭발하며 온사이트(On-site) 전력 수요가 늘어났지만, 원자력 발전은 인허가부터 준공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약점이 있다. 반면 가스터빈은 상대적으로 단기간 내 설치가 가능해 현실적인 대안으로 부상했다.

현재 글로벌 가스터빈 시장은 미국 GE 버노바(GE Vernova), 독일 지멘스 에너지(Siemens Energy), 일본 미쓰비시 파워(Mitsubishi Power) 등 '빅3'가 삼분하고 있다. 이미 5년 치 일감이 밀려 있는 탓에 공급 병목 현상이 발생했다.

전력이 급한 빅테크 기업들이 검증된 기술력과 빠른 납기 능력을 갖춘 업체를 급하게 찾았다. 그러다 두산에너빌리티라는 '보물'을 찾아냈다.

업계 관계자는 "당초 두산에너빌리티는 기존 3사가 경쟁 중인 중동 수출을 목표로 했다"며 "하지만 AI 데이터센터 건설 등으로 발전용 가스터빈 수요가 증가하면서 두산에너빌리티에 기회가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미국 빅테크 기업들과 총 12기 가스터빈(380MW급)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공식 계약 상대는 업무상 비밀에 부쳐졌으나, 업계에서는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AI 스타트업 'xAI'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두산은 현재 연 8기 수준인 대형 가스터빈 생산 능력을 오는 2028년까지 12기 수준으로 확대하며 밀려드는 수요에 대응할 방침이다.

항공용 가스터빈 엔진 OEM사 도약

자료제공=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자료제공=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두산에너빌리티 다음 타깃은 '항공기용 가스터빈 엔진'이다. 발전용 가스터빈과 항공기용 가스터빈 엔진은 고온 가스로 터빈을 돌리는 기본 메커니즘이 유사하다. 이미 김포 열병합발전소 등에서 1만5000시간 이상 실증을 거치며 1500도(℃) 이상 고온 냉각 설계 및 코팅 기술을 확보한 두산에너지빌리티에 항공 시장은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기회의 땅이다.

특히 두산은 단순히 부품을 공급하는 수준을 넘어, 독자 모델을 보유한 OEM(원천 기술을 보유한 제작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유인기 엔진 시장은 글로벌 선도 업체와 협력을 통해 중복 투자를 방지하되, 무인기 엔진 분야에서는 독자 기술력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국방과학연구소(ADD)가 2022년부터 2027년까지 진행하는 미래도전국방기술사업에서 1만lbf(파운드 포스)급 항공기용 가스터빈 엔진 개발을 위한 기술 연구 과제를 따냈다.

총 3개 과제 중 두산에너빌리티는 고압축기·연소기·엔진 레이아웃 설계 및 구성품 해석(1과제)과 터빈 베인·블레이드 주조 및 후가공(2과제)을 맡아 2027년까지 수행한다. 3과제(저압축)는 2022년부터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주관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항공용 엔진에 필수적인 EB-PVD(전자빔을 사용해 코팅 재료를 증발시키고 이를 기판 위에 증착시키는 고급 공정) 항공용 코팅 기술과 소재 데이터베이스를 이미 보유하고 있어, 무(無)에서 시작하는 단계는 아니다.

2024년 3월 사업 목적에 '항공기 엔진 제작과 각종 엔진·추진체 보조기기류 부분품 제작, 정비, 판매 및 서비스업'을 포함하며 항공기용 가스터빈 엔진 사업을 공식 사업 영역으로 편입시켰다.

기술 동맹도 구축했다. 2024년 12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와 유·무인기 엔진 개발 협약을 맺은 데 이어, 2025년 4월에는 대한항공과 중대형 무인기 엔진 개발 협력에 손을 맞잡았다.

신혜주 한국금융신문 기자 hjs0509@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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