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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음료부터 화장품까지, 태동하는 채식 시장

유선희 기자

ysh@fntimes.com

기사입력 : 2020-11-30 00:00 최종수정 : 2020-11-30 00:47

‘가치 소비·건강식’에 품목 다양해져
비건 인구 150만명…시장 성장 추세

식음료부터 화장품까지, 태동하는 채식 시장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유선희 기자] 최근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건강, 환경, 윤리적 소비 등을 중시하는 문화가 확산하면서 채식주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채식은 보통 8단계로 나뉘는데, 과일과 곡식만 먹는 ‘프루테리언’부터 육류만 먹지 않는 ‘폴로’까지 다양하다. 가장 널리 알려진 비건은 육류와 생선은 물론 우유와 달걀, 동물성 지방 등 동물성 식품을 완전히 먹지 않는 엄격한 채식을 말한다.

요즘 들어 채식주의는 음식(食) 문화에 한정되지 않고 친환경적이며 가치지향적 소비를 통칭하는 단어로 사용되고 있다. 공장식 축산으로 육류가 생산되면서 과잉 발생하는 탄소·이산화탄소 등 환경오염을 비롯해 동물실험이 전제된 화장품, 동물의 털과 가죽을 사용하는 의류 등에 문제 의식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난 영향이다. 이에 따라 식품과 화장품, 패션, 유통업체까지 주요 소비재를 다루는 기업들이 채식주의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다. 비건 라면이 등장하는가 하면, 고기를 대체하는 식물성 고기는 물론 만두부터 볶음밥, 햄버거도 있다. 화장품 업계는 에센스와 선크림 등에 동물복지 인증을 제품을, 패션업계는 의류에 동물의 털, 가죽을 사용하는 대신 인조가죽과 섬유를 활용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 국내 채식 소비자 150만명 시대

한국채식협회에 따르면 2008년 15만명 수준이었던 국내 채식 소비자는 2018년 150만명으로 급격하게 늘어났다. 2018년 한국 인구수가 5161만명임을 고려하면 총인구의 2~3%에 달하는 수준이다. 완전 채식을 하는 ‘비건(vegan, 채소, 과일, 해초 따위의 식물성 음식 이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 철저하고 완전한 채식주의자를 뜻한다.)’ 인구도 수십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시장 전체로 보면 아직 미약한 수준이지만 그만큼 발전 가능성이 큰 ‘블루오션’으로 평가받는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CFRA에 따르면 2018년 약 22조원 규모였던 글로벌 대체육 시장 규모는 오는 2030년 116조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건 시장이 태동하던 시기에는 단순히 원재료에 동물성 원료를 빼는 데 그쳤다면, 최근 비건으로 만든 식품은 맛과 영양까지 더하는 것이 핵심이다. 고기 대신 대체육(식물성 원료로 만든 인공 고기)을 넣거나 식물성 단백질을 더한 식품들이 대표적이다.

동원F&B는 2019년부터 비욘드미트를 미국에서 수입해 국내에 독점 판매하고 있다. 콩·버섯·호박 등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만들어 단백질 함량은 높고 지방과 포화지방산 함량은 낮은 특징이 있다. 지난해 4월 롯데푸드가 처음 선보인 ‘제로미트’는 식물 유래 단백질과 원료로 베지테리언 푸드를 만드는 브랜드다. 제로미트 너겟·까스를 내놓고 올해는 함박스테이크 2종을 출시했다. 대두 추출 단백질을 다지고 구워내어 포슬포슬한 고기의 식감을 살렸다.

기존 제로미트 너겟·까스와 다른 소고기, 돼지고기와 같은 식감을 구현하기 위해 약 1년의 연구 개발을 거쳐 완성했다는 설명이다. 롯데리아는 올해 국내 프랜차이즈 최초로 식물성 햄버거 2종 ‘미라클 버거’와 ‘스위트 어스 어썸버거’를 선보였다. 스위트 어썸버거에는 달걀 대신 대두를 사용했고 식물성 패티를 넣었다. 롯데리아는 대체육 버거 ‘스위트 어스 어썸버거’ 출시에 앞서 지난 2월 잠실권 3개 매장에서 사전 테스트 판매를 거쳐 패티의 배합 함량 조정 및 소스 맛 개선하며 대체육 버거 출시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스위트 어스 어썸버거’ 출시로 ‘미라클버거’와 함께 친환경·윤리적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 트렌드를 반영하고, 미래 먹거리로 주목 받는 대체육 시장을 지속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사조대림은 지난 4월 대림선 ‘0.6 채담만두’를 출시했다. ‘0.6mm 만두피에 채소를 듬뿍 담았다’는 뜻으로 부추, 대파, 양배추, 당근, 마늘 등의 5가지 신선한 채소와 두부로 만든 소를 채워 넣었다. 만두소를 구성하는 채소 함량이 40% 이상이며, 육류를 일체 사용하지 않고 100% 순식물성 단백질로 만든 것이 특징이다.

◇ 동물실험·가죽 NO, 친환경·재활용 원료 주목

화장품도 제조 과정에서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고 불필요한 동물 실험을 하지 않는 비건 친화적 상품이 인기다. 포장재와 재활용 용기를 줄이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콜마는 일부 제품에 동물 실험 배제는 물론 원료부터 패키지까지 동물성 성분 사용을 금지하는 엄격한 기준의 절차를 거쳐 비건 인증을 받았다. 아로마티카는 최근 포장재부터 원재료까지 업사이클링 과정을 거친 ‘비누바’ 4종을 출시하기도 했다.

지난 9일 출시한 비누바에는 화장품을 제조 후 남은 티트리, 로즈마리 원물을 업사이클링한 알갱이가 들어있다. 패키지는 사탕수수 잔여물로 만든 재활용지를 사용해 만들었다. 패션업계는 친환경 소재를 활용해 옷을 만드는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페트병에서 원사를 뽑아내 옷을 제작하는가 하면 패딩에 들어가는 충전재 역시 친환경 인공 충전재를 활용한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과일과 채소 등을 활용해 가죽 느낌을 구현해 내는 인조가죽 제품들도 주목받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전문기업 한섬은 타미힐피거(Tommy Hilfiger) ‘애플스킨 스니커즈’ 제품을 선보인 바 있다. 동물 가죽을 사용하지 않고 사과 껍질을 재활용해 가죽을 구현했다. ‘비건 가죽’은 동물 가죽이나 털을 사용하지 않고 합성 피혁이나 과일 껍질 등의 대체 소재가 적용된 가죽을 의미한다.

플리스로 인기를 끄는 아웃도어 스포츠 브랜드 파타고니아도 생산 과정에서 친환경을 추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재활용 소재나 천연 섬유가 혼합된 합성소재를 사용해 일반 폴리에스터 플리스보다 공정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등 제품 공정 과정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채식과 관련한 자체가 성장 과정에 있고, 소비의 주류에 포함되지 않다 보니 생산이 적자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도 기업들이 친환경과 채식주의를 강조한 제품을 내놓는 건 차별화 요인과 시장 성장성이 맞물려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설명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비건 소비층이 특수하다 보니 판매금액이나 판매량 자체가 크지는 않다”며 “다만 국내외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고, 비건 소비자들이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상품군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ysh@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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