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불닭볶음면 제품군. 사진 = 삼양식품
삼양식품은 2012년 불닭볶음면을 출시한 이후 독보적인 매운맛으로 인기를 끌면서 꾸준한 매출 상승을 기록해오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매운맛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 사이에서 불닭볶음면 인기가 고공상승 중이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라면 매출이 껑충 뛴 데다 해외 수출 호조에 힘입어 올해 영업이익이 1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불닭볶음면 출시 주역인 김정수 총괄사장도 이달 경영에 복귀하면서 삼양식품 사업 확장에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 ‘매운맛’으로 비빔라면 시장 공략 성공
특히 올해는 삼양식품에 있어 기념비적인 해다. 지난해부터 해외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불닭볶음면 도전(fire noodle challenge)’ 덕분이다. 전 세계에서 유튜브를 통해 불닭볶음면 매운맛에 도전하는 영상을 게시하는 열풍이 불어 매출도 껑충 뛰었다. 그 결과 삼양식품은 올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 3305억원, 영업이익 56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0%, 55.7% 증가했다. 분기로만 보면 매출 1740억원, 영업이익 294억원을 기록해 6분기 연속으로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올 상반기 수출액은 186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53.3% 증가했다. 가장 큰 성장세를 보인 지역은 중국과 미국으로, 코로나19로 급증한 수요와 함께 해외 유통망 강화에 따른 적극적인 수출 확대 정책에 힘입어 전년 대비 매출이 각각 75%, 145% 늘었다. 증권가에서는 연간 영업이익이 1000억원을 넘길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삼양식품 연간 컨센서스(평균 전망치)는 매출 6686억원, 영업이익 1065억원이다.
숙제는 국물라면이다. 1963년 국내 최초로 삼양라면을 출시한 삼양식품은 60%가 넘는 시장 점유율로 라면 업계 1위를 지켜왔지만, 1989년 ‘공업용 우지(牛脂)’로 라면을 제조한다는 오명을 뒤집어쓴 뒤 급격한 매출 하락을 겪었다. 삼양식품은 8년 가까운 법정 싸움 끝에 1996년 무죄 판결을 받아냈지만 당시 꺾였던 매출은 아직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삼양식품이 ‘불닭’ 시리즈와 ‘간짬뽕’ 등으로 비빔라면류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지만 라면의 주류는 국물라면인 만큼 삼양라면의 고전이 아쉬운 상황이다. 삼양식품은 ‘삼양라면 매운맛’, ‘삼양라면 콰트로치즈맛’ 등 삼양라면의 확장 제품을 내놓는 한편 지속적인 연구 개발을 통해 본 제품의 맛을 끌어올리는 식으로 재기를 엿보고 있다.
◇ 바야흐로 ‘불닭’ 전성기…성장동력은 ‘소스·수출’
수출 확대에도 의욕적으로 나서고 있다. 불닭볶음면의 새로운 생산 거점인 밀양 신공장이 착공됐다. 당초 13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지만 투자 규모를 700억원 더 늘려 2000억원을 투입한다. 회사 매출액이 5000억원대인 것을 고려하면 투자 규모가 매우 크다. 2022년 준공을 목표로 연면적 6만9801㎡ 규모에 지하 1층~지상 5층으로 세워질 예정이다. 면·스프 자동화 생산라인 등이 들어선다. 밀양공장이 완공되면 연간 최대 6억개의 라면을 생산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삼양식품의 연간 최대 라면 생산량은 기존 원주, 익산공장의 12억개에서 18억개로 늘어난다.
밀양 신공장 착공식에는 횡령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이후 경영에 복귀한 김정수 사장이 모습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지난 3월 남편인 전인장 회장과 함께 횡령 혐의로 기소됐다가 집행유예형을 확정받으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현행 법에 따르면 횡령, 배임 등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관련 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지만 최근 법무부의 취업 승인을 받아 업무에 복귀했다. 김 사장은 불닭볶음면 출시를 이끈 주역으로, 오너의 경영 복귀 이후 삼양식품의 해외 확장에 속도가 붙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유선희 기자 ys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