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전 세계는 미증유의 경제위기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경제 봉쇄(shut-down), 이동 제한, 교역 위축 등으로 세계 각 국의 경제활동은 전례 없는 수준으로 경색되고 있습니다.IMF가 금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4.4%로 전망하는 등 1930년 대공황 이후 최악의 상황을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금년 1분기(△1.3%)에 이어 2분기(△3.2%)까지 역성장을 경험하고 있으며, 특히 자영업자와 임시직ㆍ일용직 등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위기 극복을 위해 G20 등 주요국들은유례없는 확장적 재정‧통화정책을 추진하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도더 과감하고 선제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310조원 이상의 직접 지원 대책과 260조원의 간접대책 등 GDP의 1/3를 차지하는 과감한 경기 보강 대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양호한 재정건전성을 바탕으로 59년만에 처음으로 네 차례의 추경을 편성하는 등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과거 글로벌 경제위기 때와는 달리 역대 최고 수준의 국가신용등급과 역대 최저 수준의 CDS 프리미엄을 유지하는 등 우리나라에 대한 국제사회의 굳건한 신뢰를 지켜오고 있습니다.
IMF, OECD 등 국제기구들도 우리나라를 그 어느 나라보다 위기를 효과적으로 극복하고 있는 국가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한국 국채시장의 과거와 현재 |
내외 귀빈 여러분!
정부의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위기 대응의 밑바탕에는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한 우리 국채시장이 있습니다.
대내외 경기 위축으로 세수 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 국채를 원활히 소화하면서 국가재정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해 주었습니다.
1950년 1월 100억원의 건국국채 발행으로 태동된 국채는 지난달 말 기준 잔액이 800조원(804조원)을 넘어 전체 상장채권(2,022조원)의 40%를 차지하고,
거래량(일평균 약14조원)은 전체 채권 거래량의 70%에 이르는 등 명실상부한 우리 금융시장의 근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우리 국채시장이 이렇게 양적‧질적으로 크게 성장해 온 발판에는 1998년 외환위기 극복이라는 계기가 있었습니다.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국채 발행과 유통 규모가 급증하면서 국채시장의 중요한 전환점을 맞았습니다.
이를 계기로 국고채 통합발행 및 국채발행 정례화, 국채전문유통시장 개설, 국고채 전문딜러(PD) 제도 도입 등 현재 국채시장의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었습니다.
2020년 현재,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전대미문의 위기 속에서 우리 국채시장은 또 한 번의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크게 확대된 정부와 재정의 역할 속에서 급증한 국채*의 원활한 소화와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시장 운영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 것입니다.
* 연간 국고채 발행규모(조원) : (‘18)97.4 → (‘19)101.7 → (‘20)174.5 → (’21e) 172.9
특히, 코로나19 등으로 침체된 실물경제를 회복시키고 인구구조의 변화 등에 구조적으로 대응하는 과정에서 국채 발행규모가 증가할 가능성에 대비하여 보다 체계적인 제도 개선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이환위리(以患爲利)’라는 말처럼 우리는 그동안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언제나 이를 빠르게 극복하고, 오히려 한 단계 더 도약하는 잠재력을 보여왔습니다.
이번 국채시장의 “새로운 도전” 또한 “또 한번의 도약”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이 중요한 시점을 실기하지 않고 적극 활용하고자 지난 몇 달 간의 고민을 거쳐 국채시장 역량 강화 대책을 마련하였습니다.
국채시장 역량강화 대책 |
내외 귀빈 여러분, 그리고 국채시장 참가자 여러분!
정부는“일류 선진 국채시장으로의 성장”을 도모하고자 ➊ 탄탄한 수요기반 확충, ➋ 효과적 공급전략 마련, ➌ 안정적 국채시장 운영, ➍ 전문적 지원기반 구축 이라는 4대 전략 하에 실효성 높은 과제를 중점 추진하겠습니다.
첫 번째 전략으로, 국고채전문딜러(PD)의 인수역량을 보강하는 한편, 외국인과 개인 등 새로운 수요처를 발굴해 탄탄한 수요기반을 확보해 나가겠습니다.
국고채전문딜러(PD)가 국채 핵심 인수기반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인수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PD 평가제도를 개편*하겠습니다.
* PD 평가시 국고채 인수 배점 대폭 확대 (거래ㆍ보유ㆍ교환 배점은 축소)
또한 국채의 위상 제고와 외국인 투자 확대를 위해 글로벌 채권지수(WGBI) 편입 여부 결정의 사전 단계로서 기대효과, 리스크 등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겠습니다.
그동안 수요가 적었던 개인의 국채투자 확대를 위해서는 장기저축 목적으로 10년이상 보유 시 금리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개인투자용 국채 상품을 새로 도입하겠습니다.
두 번째 전략으로, 대규모 국채 물량에 따른 시장 부담 최소화를 위해 효과적인 공급 방안을 마련하겠습니다.
중장기물 발행 증가에 따른 부담을 완화하고 단기 지표 금리를 안정적으로 설정하기 위해 내년부터 국고채 2년물을 정례적으로 발행하여 현재 3년물부터 50년물까지인 국고채 라인업(Line-up)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국고채 구성 변경 등을 감안하여 시장 수요에 맞게 연물별 발행비중도 면밀히 검토하겠습니다.
* 금년 연물별 발행비중 목표(%) : (3y+5y) 40±5, (10y) 25±5 (20y+30y+50y) 35±5
그동안 옵션 방식 비경쟁인수 제도 운영 과정에서 나타난 발행물량의 변동성*을 완화할 수 있는 보완책으로서 모집 방식의 비경쟁인수(Ⅳ) 제도를 신설하겠습니다.
* 옵션 방식 비경쟁인수(Ⅱ,Ⅲ) : 금리수준 별 옵션 행사 여부에 따라 발행량 변동모집 방식. 비경쟁인수(Ⅳ) : 사전에 목표한 물량을 확정적으로 발행 가능
세 번째 전략으로, 대내외 시장 불안요인 발생 시에도국채시장이 금융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안정적 국채시장 운영 기반을 강화하겠습니다.
국고채전문딜러(PD)의 효율적 시장조성을 지원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활용한 국채 매매가 가능하도록 2022년부터 국채전문유통시장에 자동 호가조성 시스템*을 도입하겠습니다.
* (현재) 지정된 단말기를 통해 수기로 호가 입력 → (개선) 각 PD가 자체 개발한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자동으로 호가 입력
시장변동성 확대에 대비한 시장안정 대응수단으로서 시장 수급상황에 따라 다양한 종목을 탄력적으로 매입하는 긴급 조기상환(바이백) 및 교환 제도도 마련하겠습니다.
* (현재) 만기분산 목적으로 짧은 잔존만기 종목만 상환ㆍ교환 → (개선) 필요시 시장안정 목적으로 잔존만기가 긴 종목도 상환ㆍ교환
네 번째 전략으로, 국채시장 정책 수립을 뒷받침하기 위한 전문적 지원기반을 구축해 나가겠습니다.
전문 연구기관들이 참여하는 자문단을 구성하여 국채정책 연구기능을 강화하겠습니다.
아울러 국채 관련 정보를 집중‧일원화하고, 사전 경보 기능을 제공할 수 있는 국채관리시스템*도 조속히 구축하겠습니다.
* ‘21년은 사전타당성 검토를 위한 정보화 전략 연구(ISP) 진행 → ’22년부터 구축
마무리 발언 |
최근 국채 발행 증가로 국채시장의 몸집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제 커져가는 체격에 맞는 넉넉한 새 옷을 마련해야 할 시기가 도래했습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우리 국채시장이 더욱 성숙하게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했으며, 앞으로도 국채시장 발전을 위해 쉼없이 노력해 갈 것입니다.
줄탁동시(啐啄同時), 즉, 병아리가 알 밖으로 나오기 위해서는 어미는 밖에서, 병아리는 안에서 껍질을 쪼아야 합니다.
선진 국채시장으로의 길은 정부의 노력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며, 병아리와 어미 닭처럼 정부와 시장 간의 긴밀한 협력이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정부는 이번 컨퍼런스를 비롯해 다양한 방식으로 시장과 소통해 가며, 시장참여자 분들의 목소리를 깊이 경청하겠습니다.
시장참여자 분들 또한 우리 국채 시장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적극 힘을 보태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아무쪼록 오늘 이 자리가 향후 우리나라 국채 시장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소중한 밑거름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