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한국투자증권
고성장 전망을 등에 업고 내달리는 주가의 적정 가치를 주가수익피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 등의 과거 잣대로 설명하려는 시도는 더 이상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4일 기업의 꿈에 가치를 매기는 지표인 '주가꿈비율'(PDR)을 개발하고 이에 기반을 둔 기업의 가치평가를 시도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PDR 지표를 특허청에 상표 등록 출원했다.
PDR(Price to Dream Ratio)은 한국투자증권이 기업의 비전인 ‘꿈의 가치’를 측정해 비율로 만든 개념이다. 제약·바이오, 인터넷·게임, 2차전지 등 PER로 설명되지 않는 회사들의 꿈을 수치화 한 후, 시가총액을 계산된 꿈으로 나눠 회사의 PDR 평가가치를 추산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투자자들은 기업의 순이익이나 자산가치가 아닌 기업의 성장성(꿈)을 보고 투자할 수 있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맞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발표한 'PDR 해몽서' 리포트에서 “시가총액이 큰 인터넷·바이오·2차전지 관련 회사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고평가 논란이 불러졌지만, 어느 누구도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못한다”라며 “주가가 언제까지, 그리고 얼마까지 오를지 예측해 볼 방도가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코스피가 저점을 기록한 지난 3월 19일 이후 미래 가치와 높은 성장성이 기대되는 카카오, LG화학, 네이버 등의 주가는 대체로 두 배 이상 올랐다”라며 “이런 회사들의 주가 수준을 PER과 PBR로 평가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짚였다.
그러면서 “코로나19로 세상의 많은 것들이 변해가고 있고, 이 과정에서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라며 “증시 반등을 주도한 대표 종목이 이전과 달라졌다면, 성적을 평가하는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리포트에 따르면 PDR은 기업가치(시가총액)를 기업의 꿈으로 나눈 값이다. 이때 기업의 꿈은 해당 산업의 10년 후 ‘전체 시장 규모(TAM·Total Addressable Market)’에 해당 기업의 예상 시장점유율을 곱해 산출한다.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PDR은 기업의 주가를 정당화하기 위해 제시하는 지표가 아니라 새로운 가치평가 모델을 찾는 과정에서 나타난 패러다임의 변화로 봐야 한다”라며 “인수합병(M&A)과 기업공개(IPO) 등에서의 성장성은 높지만 아직 이익이 나지 않는 비상장사들의 가치를 평가할 때 기존 방법의 한계를 보완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메리츠증권 또한 최근 두 차례의 리포트를 통해 ‘스토리’ 기반의 기업가치를 측정하는 시도를 담은 보고서를 냈다.
해당 보고서는 가치투자 연구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꼽히는 애스워드 다모다란(Aswath Damodaran) 뉴욕대 교수가 제시한 스토리 넘버(Story Number)를 설정할 것을 권장했다. 그래야 본인만의 합리적인 기준을 세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성장주를 판단하는 스토리 넘버로는 크게 ▲향후 5년 간의 장기 매출 성장률 ▲영업이익률 ▲순자산 회전율 ▲자본비용 등 네 가지를 꼽았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는 궁극적으로 성장주가 진출할 시장의 크기를 가늠하고, 그 과정에서 얼마나 경쟁우위에 있을 것이며 효율적으로 돈을 벌 수 있을 것인지를 가늠하기 위한 지표”라고 말했다.
성장주 평가에 있어 ‘현금흐름’과 ‘연구개발(R&D) 비용에 대한 자본화’ 또한 고려해야 할 요소라고 강조했다. 결국 성장주도 미래의 현금흐름을 가정해야 하며, R&D 비용은 미래의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재원이기에 단순 비용이 아니라 영업현금흐름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연구원은 “R&D 비용에 대한 자본화는 단순히 현재의 높은 주가를 정당화하려는 목적이 아니다”라며 “기존 방법으로 설명이 어려운 사안에 대해 대안을 찾는 시도는 지속돼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홍승빈 기자 hsbrobi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