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국회 정무위원회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5년간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금융실명법)’에 따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에 요구해 제출받은 금융거래정보는 총 8만 6594건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도별로는 2015년 1만 5799건, 2016년 1만 5449건, 2017년 1만 4595건, 2018년 2만 179건, 2019년 2만 572건의 금융거래정보 조회가 있었다.
대부분의 정부기관은 금융실명법상 금융거래정보 조회를 위해 사전적으로 법원의 영장심사를 받고, 사후적으로 금융정보조회에 응한 금융회사가 계좌명의인에게 조회사실을 통보해준다.
이와 다르게 금융당국의 조회는 어떠한 규제도 받고 있지 않아 공권력 남용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2015~2019년 사이 검찰은 총 1만 6885건의 계좌추적용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금융거래정보를 조회했고, 사법경찰은 총 62만 1786건의 영장을 발부받아 정보를 조회했다. 해당 금융거래정보의 조회사실은 사후적으로 명의인에게 통보되었다.
금융당국의 정보조회에 대한 유일한 견제장치인 특정점포 조항 역시 실무상 형해화된 것으로 밝혀졌다.
금융실명법 제4조 제2항에 따르면, 거래정보 등의 제공을 요구하는 자는 금융거래가 이루어진 금융회사의 ‘특정 점포’에 요구해야 한다.
이는 당국의 일괄조회를 허용하는 경우 금융거래정보가 무차별적으로 유출되어 금융거래의 비밀보장 원칙이 훼손될 우려가 있어 마련한 장치다.
금융거래정보 조회에 대한 실무지침인 ‘금융실명거래 업무해설’에 따르면, ‘(금융거래정보요구기관이) 특정점포 정보의 부족으로 거래정보의 요구가 어려운 경우에는 (금융회사의) 거래정보 보관·관리부서가 특정점포 정보만을 제공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금융당국 입장에서 약간의 불편만 감수하면 사실상 손쉽게 금융거래정보를 조회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는 셈이다.
김병욱 의원은 “금융실명법은 실지명의에 의한 금융거래와 그 비밀의 보장에 관한 법률이다”며, “아무런 제약 없이 금융당국이 금융거래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현행 제도는 금융실명법의 취지에 정면 배치된다”고 밝혔다다.
이어 “사법당국 등 기타 정부기관의 금융거래정보 조회는 철저하게 규율됨에 반해, 금융당국의 정보조회만 규제하지 않는 것은 규제 형평에도 어긋난다”며, “면밀히 검토하여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경찬 기자 kkc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