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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복 입은 은행계 CSI 하나은행 위폐 감별사

정선은 기자

bravebambi@

기사입력 : 2020-08-31 00:00

은행권 유일 전담 위변조대응센터 운영…전문성 인정
슈퍼노트 적발 전문성…신뢰 쌓아 20억 수수료 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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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 전면. ‘건강한 혈액공급, 화폐 신뢰보증’이 적혀있다. / 사진= 한국금융신문(2020.08)

△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 전면. ‘건강한 혈액공급, 화폐 신뢰보증’이 적혀있다. / 사진= 한국금융신문(2020.08)

[한국금융신문 정선은 기자] 하얀 연구복을 입고 원화와 외화를 들여다보는 뱅커들이 있다.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의 모습이다.

‘CSI급’ 첨단 영상분석 장비를 갖춘 은행권 유일 전담 센터에서 화폐 파수꾼들이 위폐와 진폐를 가리는 ‘조용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

◇ 현찰 취급 집중 ‘파격’…노하우 축적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는 국내 금융권 유일의 위조지폐 전담 독립부서로 2014년 11월 설립됐다.

김정태닫기김정태기사 모아보기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외환은행을 거쳐 국가정보원에서 근무한 위폐 대응 권위자인 이호중 현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장을 전격 영입하면서 센터 설립이 본격화됐다. 통합 은행 이후 국가기관급 위변조 분석 장비를 구축하는데 전폭적인 자금 투입도 이뤄졌다.

8월 둘째주에 직접 하나금융지주 명동 본점에 위치한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 방문해 보니 왼편에 원화 현찰, 오른편에 외화 현찰 방식으로 한 곳에서 집중적으로 현찰을 취급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처럼 전담 부서를 만든 것은 은행권에서 “파격”으로 꼽힌다.

현재 위변조대응센터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전문역 5명을 포함해 총 13명으로 구성돼 있다. 6개월 코스 행내 연수를 센터에서 주관하고 있는데 모두 교육과정을 통과한 직원들이다. 인사부의 협조를 받아 연수를 수료한 직원만 발령이 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한다.

10명 내외를 선발하는 교육과정 평균 경쟁률은 10대 1 수준으로 상당히 높다. 필기시험도 보지만 2분 안에 통화 당 100매씩 주고 위폐를 찾도록 하는 실물 테스트가 가장 핵심으로 꼽힌다. 물론 위폐가 몇 장인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유현철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 차장은 “연구복을 입고 있어서 오로지 지폐 연구만 할 것 같은 분위기이지만 사실 주된 업무는 현금의 원활한 유통을 달성하는 것”이라며 “그 기반에 위변조 감정 업무가 깔려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폐를 걸러내려면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환전이나 거래가 이뤄지는 화폐 수량이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우선 기계가 ‘읽도록’ 하는 게 첫걸음이다.

고성능 감별 장비가 답을 내리지 못하면 다음은 사람의 몫이다. 지폐가 제작되는 원리와 그 안에 포함된 위변조 방지 요소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 가운데 ‘이상이 있다, 없다’ 최종 판단을 하게 된다.

현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는 37개국 215개 권종을 취급하고 있다. “최근 수 년간 해외로 수출한 외화 중 위폐는 단 한 장도 발견된 적이 없을” 만큼 오랜 기간 축적된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하나은행의 위조지폐 적발량은 금액 기준 91.9%(2018년) 수준으로 수 년간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영상분석 장비로 외화를 들여다보고 있는 모습. / 사진= 한국금융신문(2020.08)

△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영상분석 장비로 외화를 들여다보고 있는 모습. / 사진= 한국금융신문(2020.08)

◇ 건전한 통화 유통 향해 뛴다

위변조대응센터는 2017년 10월 진폐처럼 정밀한 미화 100달러 위폐인 ‘슈퍼노트’ 신종 버전을 세계 최초로 발견하는 쾌거를 거둔 바 있다.

슈퍼노트는 보이는 각도에 따라 색이 변하는 특수 잉크와 용지를 사용하고 지폐 표면에 오돌토돌한 느낌이 구현된 볼록 요판 인쇄기술이 적용돼 국가급 제조시설과 기술력을 갖춰야만 만들 수 있는 초정밀 위조지폐로 꼽힌다.

위변조대응센터에서도 슈퍼노트 최종 판정에 대한 권한은 충분한 경험을 갖춘 일부에게만 부여하고 있다.

이미지 처리 소프트웨어 성능이 업그레이드 되고, 인쇄 기술 해상도가 좋아지고 보편화 될수록 위폐 발생 여지도 커진다. 위폐는 얼마나 정교하냐가 가장 중요할 것 같지만, 사람들을 어떻게 하면 잘 속이느냐가 판가름하는 “심리싸움”이라고 표현했다.

실제 위변조대응센터 직원들은 지속적인 연구와 경험 축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위조지폐라는 것도 결국은 인쇄물이므로 최근 새롭게 출시되는 인쇄장비와 인쇄기법을 공부하기 위해 인쇄소를 방문해 새로운 업계 동향을 듣기도 한다.

또 새로운 지폐가 출시되면 가장 먼저 구입해 어떤 요소가 들어갔는 지 살펴보고 어떻게 모방할 수 있을 지 공유하고 토론하고 있다고 한다. 기존에 발견했던 위조지폐 기록들을 꾸준히 들여다보면서 “감을 잃지 않도록” 하고 있다.

센터는 언뜻 보면 “돈이 꽤 많이 들어가는 사업”이지만 “건전한 통화 유통”이라는 목표에 닿아 있다. 금융그룹 신뢰도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위변조대응센터에서 걸러낸 지폐를 재사용해도 영업점에서 믿고 손님에게 판매할 수 있고, 이로 인해 하나은행은 연간 20억원에 가까운 외화 현찰 수출입 수수료를 절감하고 있다고 했다.

유현철 차장은 “현찰 취급 업무는 은행업의 가장 기본이 되는 업무이고 국가적으로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 시스템이 다른 은행들의 롤모델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이 ‘위폐청정국’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위폐 대응 전문가 그룹도 가동하고 있다. 2018년부터 은행연합회와 국가정보원의 지원으로 하나은행을 비롯해 은행권 위폐 관련 업무 경력자들이 함께 모임을 하며 머리를 맞대고 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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