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은 28일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0.2%로 2.3%포인트(p) 하향 조정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3.1%로 제시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0.3%, 내년 1.1%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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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이 마이너스(-)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은 건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7월 –1.6% 이후 11년 만이다. 그해 실제 성장률은 0.8%를 기록해 역성장은 면했다.
한은의 전망대로 올해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이후 22년 만에 처음이자 역대 세 번째가 된다. 국내 성장률이 마이너스였던 적은 국내총생산(GDP) 통계 작성 이래 1980년(-1.6%), 1998년(-5.1%) 두 번뿐이었다.
한은은 “국내경제는 소비가 부진한 흐름을 지속하고 수출도 큰 폭 감소한 가운데 설비투자 회복이 제약되고 건설투자 조정이 이어지는 등 성장세가 크게 둔화됐다”며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당분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성장 전망경로의 불확실성도 매우 높다고 봤다.
한은이 지난달 23일 발표한 1분기 실질 GDP(속보치)는 전분기보다 1.4% 감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4분기(-3.3%) 이후 11년 3개월 만에 최저 수치다.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1.2%로 제시했고, 지난 20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코로나19 장기화 등 최악의 경우 성장률이 -1.6%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해 ‘0.50% 금리 시대’를 열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침체가 본격화된 데 가운데 경기와 물가가 장기간 동반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데 따른 조치다.
이로써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기존 연 0.75%에서 0.50%로 낮아졌다. 앞서 한은은 지난 3월 16일 임시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75%로 0.50%p 전격 인하했다. 기준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0%대 진입한 가운데 지난달에는 금리가 동결됐다.
한은이 이날 금리를 한 차례 더 인하한 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출 급감과 내수 부진 등 경제지표가 악화된 데다가 디플레이션 우려도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수출액은 369억2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4.3% 급감했다. 이는 2016년 2월(359억3000만달러) 이후 4년 2개월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이다. 수출 부진에 4월 무역수지도 99개월 만에 적자로 전환했다. 이달 1~20일 수출액 역시 203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3% 줄었다. 지난달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0.1%에 머물러 1999년 12월(0.1%) 이후 20년 4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한은은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을 통해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국내 경제의 성장세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수요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도 낮은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금통위는 지난달 21일 새로 취임한 서영경·주상영 금통위원이 처음으로 참여하는 금리 결정 회의였다. 조윤제 위원의 경우 보유하고 있는 주식이 공직자윤리법에서 정한 상한액 3000만원을 초과해 이날 금통위 의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한은법 23조에 따르면 금통위원은 ‘자기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사항’에 해당하면 금통위 심의·의결에서 배제된다. 금통위는 이날 본회의 안건 의결에 앞서 조 위원에 대한 제척 여부를 먼저 결정했다.
한은 관계자는 “조 위원은 인사혁신처 주식백지신탁 심사위원회에 보유 주식에 대한 직무연관성 심사를 청구했고, 그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아 금일 통화정책방향 의결에서 제척됐다”고 설명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