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롭게도 국내 뿐만 아니라 잘 통제하고 있는 나라들로 알려진 중국, 독일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재차 늘어나면서 긴장감이 커졌다.
한국을 포함해 이 나라들은 최근 경제활동 정상화 쪽으로 조금씩 움직이려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과 맞물려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섣불리 경계감을 늦출 경우 2차 감염 확산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국내에선 12일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는 27명이 늘어나면서 사흘째 30명 내외를 기록했다. 최근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자수가 한 자리수로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으나 분위기가 다시 바뀐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당국자들은 코로나19가 우한 연구소에서 유출됐을 것이란 의혹들을 제기하면서 긴장감을 키우기도 했다. 미국은 중국에 대해 무역 관련 '약속 이행'을 촉구하면서 미중 갈등 재연 가능성을 열었다.
■ 우연히 동시에 나타난 한국, 독일, 중국의 코로나19 재확산...그리고 백악관 감염
미국이 경제 재개 움직임을 보였으나 최근 백악관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긴장감이 커지기도 했다.
트럼프닫기

지난 주말 코로나 대응 모범국으로 꼽히던 한국, 독일 등에선 확진자가 다시 늘어나 경계감을 키웠다.
한국에선 서울 이태원 클럽에서 확진자가 빠르게 번졌으며, 독일에선 지난 8일 한 육류가공 공장에서 200명에 달하는 집단감염이 발생해 일대가 봉쇄되기도 했다.
중국은 오는 21일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를 준비하는 와중에 확진자가 다시 증가해 긴장했다. 우한시에서 확진 환자가 다시 나오고 북한과 접경지역인 지린(길림)성에서 확
진자가 늘어나기도 했다.
일본 시사주간지 슈칸아시히는 코로나19 대응에 실패한 아베 총리가 중진급 인사와 만나 자신의 거취에 관한 의견을 들었다고 보도했다. 이 잡지는 아베 총리가 물러날 때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는 보도를 내놓았다.
코로나19 발발 초창기에 중국의 대응을 칭송하고 뒤늦게 팬데믹을 선언해 많은 비판을 받았던 세계보건기구(WHO)는 한국 등의 대응을 칭송하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WHO는 한국, 중국, 독일에서 전염병이 재확산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세 나라는 대응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 나바로 중국에 '청구서' 거론..중국, 환구시보 내세워 자신감 표현
백악관 내 대중 강경파인 피터 나바로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의 발언이 나오면 미중 관계 악화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현지시간 11일 나바로는 중국에 '보상'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나바로는 CNBC 인터뷰에서 "중국에 청구서가 갈 것"이라며 "처벌이 아니라 코로나19 사태 책임을 묻는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
중국이 전염병 확산 초기에 이를 은폐해 전세계적인 재앙을 불러왔으며, 세계에 큰 피해를 줬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이 전투를 치르기 10조 달러에 가까운 엄청난 비용을 책정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나바로는 "중국이 미국에 수조 달러의 피해를 줬고 어떤 형태든 손해배상이 있어야 한다고 국민들이 믿고 있다"고 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다시 한번을 중국을 타겟으로 삼아 관세 보복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커진 상태다.
중국은 관영언론을 내세워 미국의 강경한 분위기에 강하게 맞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 환구시보는 "미국의 음모론 조장에 대해 중국 내부에선 1단계 무역합의 재검토 목소리가 커졌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1차 합의를 원점으로 되돌려도 미국은 경기부진과 대선 탓에 무역전쟁의 여력이 없다"면서 미국의 화를 돋웠다.
■ 코로나 계기로 미중 갈등 키울까...게임이론으로 보면
올해 들어 미국과 중국은 좋은 분위기에서 관계를 시작했다. 양강은 1월 15일 1단계 무역 합의에 최종 서명하면서 미국 대선까지 휴전 상황을 이어갈 듯한 분위기도 풍겼다.
하지만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세계를 감염시키면서 미중 관계는 틀어졌다. 급기야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와 사망자가 나온 국가가 됐다. 사망자만 해도 8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큰 피해를 입었다.
미국 입장에선 안 그래도 중국이 합의를 지킬지 불안하던 차에 바이러스 사태로 경제가 큰 타격을 입자 조바심을 낼 수 밖에 없었다.
중국은 1단계 합의를 통해 향후 2년간 2017년 대비 미국산 재화와 서비스를 2천억달러 더 구매하기로 한 상황이었다.
중국이 약속을 지킨다면 미국은 올해 1900억달러 이상을 중국에 수출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올해 1분기까지 중국의 미국 공산품과 에너지에 대한 수입액은 작년 같은 기간의 15%, 3%에 불과했다.
세계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중국이 무역 합의를 이행하기도 어려워 보이는 상황이다. 약속을 지키느라고 재고만 쌓아두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팜 벨트와 러스트 벨트의 지지를 바탕으로 재선을 노리고 있으나 지금은 지지율이 흔들리고 있다. 제조업과 농업 모두 상당히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선 경제적 성과와 함께 지지층 결집이라는 경제, 정치적 목표를 모두 신경 쓸 수 밖에 없다.
이른바 '중국 때리기'를 통해 지지층 결집을 시도할 수 있으나 무역 마찰 문제는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 중국과 무역 갈등이 격화되면 경기 악화로 지지율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깔끔한 선택지가 없어 게임이론으로 이 문제를 접근하는 모습도 보인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미중의 선택은 죄수의 딜레마 상황"이라며 "미국은 무역합의는 유지나 파기, 중국은 수입 확대와 비확대 등 선택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각 선택에 따라 아주나쁨(-2), 나쁨(-1), 중립(0), 좋은(+1), 아주좋음(+2)이라는 관계가 도출될 수 있다고 봤다.
예컨대 미국이 합의를 유지하고 중국도 수입을 확대하면 미국은 경제적 성과를 내세울 수 있지만 반중 심리를 이용해 지지층을 결집하긴 어렵다고 봤다. 이 경우 미국은 +1, 중국은 무역분쟁이 심화하지 않지만 불필요한 수입을 늘리기 때문에 -1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무역합의 유지와 중국의 합의 불이행은 트럼프가 경제적, 정치적 성과를 모두 놓치기 때문에 -2라고 밝혔다. 이 경우 중국은 무역분쟁이 심화되지 않은 대신 불필요
한 수입도 없는 만큼 최상의 결과(+2)를 얻는다고 밝혔다.
미국이 무역합의 파기하는 가운데 중국이 무역합의를 불이행하면 미국은 경제적 성과를 얻지 못하나 정치적으로 긍정적이기에 +1점이다. 중국은 불필요한 수입은 없지만,
무역분쟁이 심화되는 만큼 -1을 얻는다.
또 미국이 무역합의를 파기하는 가운데중국이 무역합의를 이행하면 미국은 경제, 정치적 성과로 +2점, 중국은 불필요한 수입에도 무역분쟁 심화로 -2점을 얻는다.
하 연구원은 따라서 "미국 입장에선 중국이 합의를 이행하든 말든 합의 파기가 우월한 전략"이라며 "중국 역시 미국이 무역합의를 유지하든 파기하든 이행하지 않는 게 가장
최선"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미국이 1단계 무역합의 파기함에 따라 무역분쟁 불확실성은 커지지만 실제 경제적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며 "1단계 무역 합의는 추가 분쟁을 막기 위한 상징적 조치에 가까웠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1,200억달러 규모 4차 관세 부과 품목 관세율을 15.0%에서 7.5%로 인하했을 뿐이고 대중국 실효 관세율은 21.0%에서 19.3%로 내리는 데 그쳤다. 중국 역시 대미국 관세율이 20.9%에서 20.3%로 거의 비슷하다.
다만 무역합의 파기와 달리 추가 관세 부과는 경제적 충격이 훨씬 클 것을 봤다. 관세를 인상하더라도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이 이어져 관세 인상 부담을 미국이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 비틀거리는 일부 신흥국..그리고 한국
코로나 사태로 인해 일부 신흥국의 경우 자본 유출 등으로 위기에 몰려 있다.
남아공과 터키 등 외채의존도 높은 국가들의 경우 IMF 구제 금융 신청 등 외채 불이행과 국가 부도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까지 받고 잇다.
터키, 남아공, 칠레 등은 GDP대비 외채비율과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이 50%를 넘는 나라들이다.
브라질, 멕시코 등 큰도 올해 큰 폭의 통화가치 하락을 경험했다. 다만 신흥국 상황은 국가별로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이승훈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신흥국들의 위험이 부각되고 있지만 신흥국들간의 상황은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면서 "일부 국가의 위기가 경상수지 흑자국으로까지 전염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5월 8일 기준 CDS 프리미엄은 브라질(318bp), 남아공(403bp), 터키(642bp) 등이 상당히 높은 반면 구조적 경상 흑자국인 중국(50bp), 한국(34bp), 태국(64bp)의 프리미엄은 현저히 낮다.
그는 "신흥국 통화를 접근할 때 항상 염두에 둬야 하는 것은 경상수지의 구조적 흑자/적자 여부에 따라 달러대비 통화가치가 장기에 걸쳐 차별화된다는 사실"이라고 조언했다.
전염병 위기와 미중 갈등 재연 가능성, 유가 폭락 등으로 신흥국들도 전반적으로 어렵지만, 차이가 적지 않음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성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원자재 노출이 높은 신흥국의 외환 건전성을 점검한 결과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남아공 등은 경우 외환건전성이 상대적으로 취약해 주의가 필요하다"면서 "브라질 경제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당분간 부진할 것으로 판단되나 외환위기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그는 다만 "브라질 경제도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 사태와 정부의 미흡한 대처, 헤알화의 약세와 보우소나루의 탄핵 이슈 등 여러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한국의 경우 이달 초순 꽤 긴장될 만한 수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5월 1~10일 수출은 46.3%, 수입은 37.2% 감소했다. 조업일수를 감안할 때 일평균 수출은 30.2% 감소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이달 초순 수출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고 외국인도 주식을 계속 팔고 있다"면서 "하지만 지속된 채권 매수 등을 볼 때 국내 펀더멘털은 상대적으로 괜찮다는 평가를 받는 중"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코로나19, 미중 파워게임 등을 감안할 때 대내외 경제상황이 상당히 불투명한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