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한국금융신문
기준금리는 시장의 예상대로 현 1.25%로 동결했다. 지난 7월과 10월 두 차례 기준금리를 내린 만큼 연속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하기엔 다소 이른 시점이라는 판단에서다. 다만 아직 체력이 약한 우리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한은은 내년 상반기 추가 금리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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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이 올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것은 수출과 투자 부진과 소비 증가세 약화로 국내 경기 둔화가 이어진 데 따른 것이다. 이 총재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7월에 비해 0.2%포인트 낮춘 것은 당초 예상보다 수출과 투자 회복이 지연되고 소비 증가세도 둔화된 점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 내년 상반기 이후 성장세 개선…반도체 회복·무역분쟁 일단락 전망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은 지난해 7월부터 6차례에 걸쳐 이뤄지고 있다. 앞서 한은은 작년 1월 올해 경제성장률을 2.9%로 처음 제시한 뒤 7월과 10월, 올해 1월, 4월까지 0.1%포인트(p)씩 낮춰잡았다. 지난 7월 경제전망에서는 종전 2.5%에서 2.2%로 0.3%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건설투자 조정에 더해 수출과 설비투자 역시 위축되면서 경기 둔화가 지속됐기 때문이다.
한은은 재정이 확장적으로 운용되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 업황 및 제조업 경기 회복 등에 따라 내년 상반기 이후 수출과 설비투자를 중심으로 성장세가 개선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총재는 “국내 경기 흐름은 현재 바닥을 다져나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큰 경기 흐름은 현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움직임을 보이다가 내년 중반경부터는 글로벌 불확실성이 완화될 것으로 보이고 IT 업황 개선 예상도 지배적이기 때문에 수출과 설비투자를 중심으로 완만하게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의 내년 성장률 전망에는 반도체 경기 회복 강도와 시기, 미·중 무역분쟁의 전개양상이 크게 고려됐다. 우선 반도체 경기는 내년 미약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메모리 반도체 단가 하락세가 주춤해졌고, 반도체 경기 관련 선행지표도 개선되고 있는 점이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한다.
이 총재는 “반도체 경기가 활황을 보이던 지난해 수준을 보이지는 못하겠으나 내년 중반에는 회복되지 않겠느냐는 게 관련 전문기관들이 예측”이라며 “한은도 그런 전망을 기초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중 무역분쟁의 경우 최근 양국 간 1단계 협상 타결 여지가 생기면서 상당폭 점화된 데 이어 앞으로 더 악화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 총재는 예상대로 무역분쟁이 완화된다면 관련 불확실성도 해소되면서 투자증대와 글로벌 교역 확대, 수출 회복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내년 성장률 전망치가 잠재성장률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에서 보면 우리 경제 성장 모멘텀이 강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분석했다. 한은이 추정한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 2.2%, 2.3%는 잠재성장률인 2.5%~2.6%를 밑도는 수준이다.
◇ 이르면 내년 1분기 금리인하 관측 우세
한은은 이날 기준금리를 현 1.25%로 동결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2016년 6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운용된 역대 최저치인 1.25%로 유지된다. 기준금리 동결은 이미 시장에서 전망한 바다. 뚜렷한 경기 개선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는 않지만, 대내외 정책 불확실성이 더 고조되고 있지 않고 한은이 당분간 기존 인하 효과를 지켜보기로 했기 때문이다.
앞서 한은은 지난 7월과 10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내렸다. 이 총재는 “오늘 금통위는 성장률과 물가전망치를 하향 조정했지만 지난 7월에 이를 어느 정도 예상해 기준금리를 인하한 점, 앞으로 거시경제와 금융안정이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볼 것이 있는 점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신인석 금통위원은 기준금리 인하 소수의견을 제시했다. 금융시장에서는 경기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성장 모멘텀이 약한 우리 경제의 회복을 위해 한은이 내년 상반기 중 0.25%포인트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저물가 기조가 지속되고 있는 점도 한은의 금리인하에 명분을 더할 전망이다.
이 총재는 아직 기준금리 인하로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언급하며 완화 기조를 유지했다. 그는 “향후 금리정책 여력이 소진된다면 금리 이외의 정책 수단 활용방안을 준비해 둘 필요가 있다고 보고 관련 연구를 준비하고 있다”며 “그러나 현재 기준금리 1.25%는 아직 금리정책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수준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금리인하 시기는 1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김명실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금통위를 통해 내년 한은의 금리인하 가능성은 이전 대비 높아진 것으로 평가된다”며 “추가 지표 부진이 확인될 경우 1분기 인하도 무리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대외적으로 미·중 무역분쟁을 비롯해 대외 불확실성 요인들이 지속되고 있고 아직 본격적인 해소 국면 진입을 논하기는 이르다고 판단된다”며 “여전히 단기간 내에 경기 저점 확인이 쉽지 않고, 향후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요구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내년 1분기 추가 금리인하를 전망한다”고 내다봤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금통위 결정에 소수의견도 있었고, 통방문 문구에서 ‘두 차례 인하 효과를 지켜보면서’라는 문구를 삭제한 점을 감안하면 한은은 내년 1월의 무역협상 과정을 살펴본 후 2월에 금리인하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고 전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