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내 달러/위안화 시장환율이 최근 18~20일 3거래일에 걸쳐서 상승했다. 그래서 전일 시장금리 분을 반영해 중국인민은행이 적정 수준에서 고시환율을 절하 발표한 것은 이상한 부분이 없다.
다만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점이 나타났다. 이틀 연속 중국인이 좋아하는 숫자 8, 9가 고시환율 발표에 등장한 것이다.
21일 달러/위안 고시환율은 7.0217위안으로 전일대비 0.0099위안 상승(+0.14%), 20일 고시환율은 7.0118위안으로 전일비 0.0088위안(+0.13%) 상승을 기록했다.
이 부분을 흥미롭게 볼 수 있으려면 중국문화에 대한 이해가 우선 필요하다. 우리도 그렇지만 중국인은 미신에 집착하는 정도가 강한데 특히 숫자에 대한 호불호가 분명히 갈린다고 알려져있다.
중국인이 좋아하는 숫자 가운데 8과 9가 잘 알려져있다. 중국어 발음상 유사한 특징을 들어 '8'이 들어가면 재물운이 있다고 보고, '9'가 포함되면 장수한다는 속설을 믿고 있는 것이다.
물론 '까마귀 날자 배떨어진다'는 속담처럼 우연한 현상을 인과적 관계로 확대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2거래일 나타난 현상을 일반화 할 수 없고, 며칠 더 추이를 지켜보고 중국인의 숫자 '8, 9' 사랑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지적하고 싶은 것은 중국은 익히 알려진 듯이 중국인민은행이 관리통화 제도라는 방식을 바탕으로 기준환율 결정에 재량권을 상당부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당일 위안화 고시환율은 전일 위안화 시장 환율과 통화 바스켓 환율 움직임 두 가지를 중점 고려할 것이다. 하지만 환율시장을 비롯해 금융시장 안정화라는 명분 하에서 올해만 놓고봐도 시장환율과는 방향성이 다른 고시환율 발표를 여러차례 했었다.
즉 중국인민은행이 고시환율을 당국 의지대로 조정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고시환율이 연이틀 0.0088위안, 0.0099위안 상승하는 부분에서 중국인민은행이 의도적으로 '8,9'가 들어가게 했음을 추정할 수 있다.
■ 6월 이후, 45일 단위로 숫자 '8,9' 들어가..의도성 여부는 불투명
지난 6월 이후 일단위로 구분된 위안화 고시환율을 보면 환율 변화 등락폭에서 숫자 '8,9'가 특징적으로 동시에 드러난 일자는 평균 45일에 한번 꼴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20일 위안화 고시환율이 0.0088위안 하락한 6.8805위안으로 발표됐고, 7월 중에는 8과 9로 끝난 경우는 있었지만 '8,9'가 동시에 끝난 경우는 없었다.
8월20일 위안화 고시환율은 전일보다 0.0089위안 오른 7.0454위안으로 발표됐고, 9월 16일에는 전일대비 0.0189위안 내린 7.0657위안으로 발표됐다.
이후 10월 18일에는 0.0099위안 내린 7.0690위안으로 위안화 고시환율이 발표됐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6~11월 가운데 7월을 제외하고는 6월 20일, 8월 20일, 9월 16일, 10월18일 그리고 11월 20~21일 월별로 20일 전후해서 고시환율 등락폭이 숫자 '8,9'가 들어간 수준에서 조정됐다.
이런 데이터를 가지고 중국인민은행이 의도적으로 고시환율을 조정했다고 하면서, 중국 금융당국의 의도성 여부를 파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여러 복합적인 요인을 고려해 중국인민은행이 고시환율을 조정하는 상황을 배제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인민은행이 시장에서 익히 아는 바와 같이 시장환경 변화에 따라서 수시로 환율 조정에 당국 의지를 반영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 9월 18일부터 10월 15일까지 약 한달간 고시환율 추이를 보면 중국인민은행의 환율시장 개입은 명백해 보인다.
중국인민은행은 같은 기간 고시환율을 7.07위안 수준에서 고정시키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역내 달러/위안은 7.15위안까지 레벨을 높이는 등 고시환율과 시장환율간 격차가 상당했다.
위 사례를 보면 시장 안정화를 위한다는 목적으로 중국인민은행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환율시장에 개입을 할 수 있는 재량권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중국인민은행이 고시환율 조정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최근 이틀간 위안화 고시환율 등락폭 조정에 숫자' 8,9'가 동시에 들어간 것은 의도적인 조치였다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
■ 중국, 위안화 통제 방식으로 언제라도 미국 압박 가능
중국이 최근 이틀 위안화 고시환율 등락폭 조정에 '8,9' 숫자를 동시에 넣은 것은 중국인의 '8,9' 사랑을 이해하면 재미있게 읽힐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그것보다 더욱 중요하게 봐야할 것은 중국은 언제라도 고시환율 조정으로 환율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 재량권을 가졌다는 사실이다.
미중협상, 홍콩사태 등 사사건건 미중 양국간 갈등이 불거지는 등 양강 패권구도가 더욱 명확해지는 단계로 접어든 상황이다.
이번 위안화 고시환율내 '8,9' 등장 에피소드는 중국이 위안화를 통제하는 방식을 써서, 필요성에 따른다면 위안화 절하로 미국을 압박하는 카드도 언제든 꺼내들 수 있다는 점을 상기토록 한다.
물론 고시환율에 '8,9'가 동시에 등장한 것은 우연성이 큰 부분이다. 그래서 중국인의 문화를 안다는 차원에서 접근하고 그냥 웃고 넘길 수도 있는 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공산당이 국가 위에 있는 일당독재 국가로서 공산당의 정책이 곧 법이 되는 국가다. 중국 금융당국인 인민은행이 중국 거시경제 안정화를 위해서 절대적인 권한하에서 수시로 시장에 개입하고 있다.
중국은 앞으로도 위안화 국제화를 위한 절상 과정과 무역수지 개선을 위한 위안화 절하 등 필요에 따라서 위안화 고시환율을 통제하는 식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의 관리통화 정책에 불만인 미국이 지속해서 중국에 관리통화 방식을 포기하라고 압박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수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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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간 갈등이 심화되는 현 상황에서 중국은 언제라도 위안화를 통제하는 식으로 미국을 압박하려고 들 수 있다.
위안화 고시환율에서 나타난 숫자 '8,9'를 보면서 중국인이 좋아하는 숫자를 단순히 고시환율에 포함했다고 치부해 버리기엔, 그 숫자가 내포하고 있는 무게감이 크게 느껴진다.
김경목 기자 kkm3416@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