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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신도시 후폭풍 맞는 김현미 장관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기사입력 : 2019-05-28 11:27 최종수정 : 2019-05-30 07:52

김의석 부장

김의석 부장

[한국금융신문 김의석 기자] ‘가자니 태산(泰山)이요, 돌아서자니 숭산(崇山)이라’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고 뒤로 물러설 수도 없는 딱한 처지에 놓였을 때를 일컫는 우리말 속담으로, 어렵고 힘든 상황이 한꺼번에 밀려와 연이어 어려움에 빠질 때를 비유하는 말이다.

3기 신도시 발표 이후 각종 악재들이 몰리면서 사면초가(四面楚歌) 위기에 처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지금 심정이 이러하지 않을까 싶다. 1기 신도시 일산과 2기 신도시 파주 운정, 인천검단 주민들은 서울에 훨씬 가까운 곳에 3기 신도시가 들어서면 기존 신도시는 황폐화될 수밖에 없다며 반발하면서 수도권이 시끌시끌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교통 인프라 부족에 도시 발전이 더딘데 주변에 또 다른 신도시를 조성한다는 정부 계획에 대한 1·2기 신도시 주민들의 불만은 일리가 있고, 문재인 정부가 자초한 일이라 생각한다.

사실 이달 초 신도시 발표 자리에는 계획대로였다면 김 장관이 아닌 최정호 장관이 앉아 있어야 했다. 국민들과 약속한 신도시 발표를 하지 않으려고 김 장관이 장관직을 빨리 그만두려고 했다는 이야기까지 들린다. 결과적으로 그는 발표했고, 지역구(일산 신도시) 주민들은 김 장관을 거세게 비판하고 있는 중이다. 당장 지역구인 일산 주민들도 ‘결사반대’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왔고, 내년 총선에서 투표로 심판하겠다는 얘기마저 나돈다고 한다. 예상보다 강한 반발에 그야말로 '진퇴양난(進退兩難)' 형국이다. 그렇다고 해결책을 미룬 채 시간만 끌 수는 없는 일이다. 이럴수록 정도(正道)로 가야 한다. 그것만이 그가 살고 문재인 정부도 사는 길이다.

그러려면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필자는 서울 집값을 잡겠다고 목표를 세운 진단이 잘못됐다고 본다. 건설사들이 아파트 개발을 검토할 때는 사업지에서 반경 8㎞ 이내에 있는 기존 주택의 노후도, 공급 추이, 분양가와 분양률을 샅샅이 조사한다. 이 범위가 전체 수분양자의 70~80%를 확보하는 1차 상권이기 때문이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서 주택 개발을 할 때 시장권역(market area)은 4~5마일(6.5~8㎞)을 넘지 않는다고 한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새 집을 살 때는 대개 원래 살던 동네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러한 시장 분석 기준을 가지고 판단한다면 3기 신도시의 입주자들은 사업지 인근 주민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3기 신도시 개발은 서울로 이사하려는 일산 및 인근 지역의 수요를 흡수하는 효과는 있을지언정 서울 집값 시세를 주도하는 강남 4구 및 마용성(마포구·용산구·성동구)의 집값을 잡을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서울의 ‘지옥고(지하방·옥탑방·고시원)’에 사는 일부 주민들은 3기 신도시로 전입할 수 있다.

서울 집값 상승의 발원지인 강남 집값을 잡기 어려워 보이는 3기 신도시 건설은, 인구가 줄고 있는 시점에서 재고해 봐야 한다. 어렵다면 우선 속도조절부터 하자. 2기 신도시를 마무리 짓는 게 순서다. 서울의 주택 수요는 재개발ㆍ재건축 등의 규제 완화와 도심 재생을 통해서 대응해야 한다. 배 아픈데 얼굴에다 반창고 붙이는 정책을 언제까지 지속할 건가. 지방은 인구 감소로 몰락하게 하고, 수도권은 인구 폭증으로 숨 막히게 하는 게 신도시 건설이다. 모든 국민들을 수도권에 살게 할 작정이 아니라면 수도권 신도시 건설은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한다. 또 서울 강남권 집값을 잡으려면 강남에 집을 더 공급하거나 강남에 버금가는 도시를 서울 시내에 제공되면 될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강남에 살 필요는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살 필요가 있는 사람은 살아야 한다고 본다.

우리는 정부 정책이 종종 의도와 달리 시장에 다른 잘못된 신호를 주어 큰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는 걸 지겨봐 왔다. 26세부터 정치를 시작한 정치경력 30년차 '직업 정치인'이며 헌정사상 첫 여성국토교통부 수장인 김현미 장관이 이번 신도시 논란을 잠재울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지켜보겠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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