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의 일격…우리·하나, 비은행 승부수 진행형

[한국금융신문 정선은 기자] 시장의 예상과 다르게 롯데카드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사모펀드(PEF)가 선정되면서 참전한 금융그룹 입장에서는 허탈하게 됐다.

그럼에도 지주사로 올해 재출범한 우리금융지주, 옛 외환은행 인수 이후 건전성 관리에 집중해오다가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는 하나금융지주 모두 '은행형' 포트폴리오 해소에 힘을 싣고 있는 만큼 비은행 인수합병(M&A) 인수주체로 계속 등장할 예정이다.

3일 금융투자(IB) 업계에 따르면, 롯데 금융계열사인 롯데카드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가 선정됐다.
한앤컴퍼니는 롯데카드 지분 80%를 1조440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 100%의 가치를 1조8000억원으로 본 것인데, 이는 시장에서 예상해온 가격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한화그룹이 불참한 뒤 전략적투자자(SI)로 우세한 평가를 받았던 하나금융지주도, 투자은행 관점에서 지분인수에 참여했다고 선을 긋긴 했으나 막판에 유력설이 떠돈 MBK파트너스-우리금융 컨소시엄도 주인공이 되지는 못했다.

일단 매력도가 높은 카드 매물로 꼽힌 롯데카드를 놓친 게 아쉽게는 됐지만, 그정도까지 베팅을 하지는 않을 자체 기준에 맞게 가격을 써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카드업계의 경우 신한, KB국민, 삼성, 현대 등 기존 4강 체제도 유지된다. 의욕적으로 나선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롯데카드를 인수할 경우 하나카드와 합치면 자산 기준 업계 2~3위를 내다볼 수 있었다.

그동안 금융당국의 심사와 자금조달 여력 등에서 재무적투자자(FI)인 사모펀드보다 금융그룹의 우세를 내다보는 인식도 변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에는 사모펀드가 먼저 인수해서 기업가치를 올려 포트폴리오 보강이 필요한 금융그룹에 더 비싸게 다시 파는 방식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MBK파트너스가 오렌지라이프를 신한금융지주에 되판 경우가 그렇다.
아울러 롯데그룹의 경우 금융계열사 매각을 두고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 공정거래법에 따른 지주회사 요건 충족을 위한 부득이한 절차"라고 명시한 점도 주요했다. 롯데카드는 매각 이후에도 20% 소수지분 투자자로 남아 롯데카드와 롯데그룹 유통계열사 간의 다양한 제휴 관계를 유지해 나간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어쨌든 업계 3위를 다투는 우리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의 비은행 포트폴리오 보강 의지는 변함 없이 진행형인 상황이다.

올해 1월 지주 출범 후 비은행 M&A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손태승닫기손태승기사 모아보기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자산운용(동양·ABL), 부동산신탁(국제)으로 포문을 열었고 캐피탈, 저축은행도 선순위로 꼽았다. 지주사 전환으로 출자 한도 제한이 풀린 만큼 표준등급법에서 내년 내부등급법으로 바뀌면 향후 증권, 보험 등 대규모 M&A도 더욱 가속화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역시 '은행형' 포트폴리오를 해소해야 하는 하나금융지주도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3기 경영 2년차로 "균형 잡힌 사업포트폴리오 구축"을 강조하고 있다. 김정태 회장은 "2025년까지 비은행 계열사 이익 비중을 그룹 전체 30%까지 늘리겠다"고 제시했다. 통합 은행 비용 부담을 털어낸 하나금융지주는 그동안 하나캐피탈 완전자회사화, 하나금융투자 유상증자, 하나생명 자금 수혈 등을 순차적으로 진행해 왔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