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1분기 GDP 성장률은 전년대비 6.4%, 전기대비 1.4% 증가했다. 이는 전망치(6.3%, 1.4%)와 비슷하거나 소폭 나은 것이다.
이 수치들은 또 지난 분기(6.4%, 1.5%)와 비슷하다. 1분기 고정자산투자도 전년비 6.3% 증가해 예상치에 부합했다.
지금 시점과 좀 더 가까운 3월 지표는 예상보다 좀 더 좋았다. 3월 산업생산은 전년비 8.5% 늘어나 예상치(5.9%)를 크게 상회했고 소매판매는 8.7% 늘어나 예상치(8.3%)를 웃돌았다.
■ 중국 유동성의 힘, 실물 지표 개선 기대 키워
최근 수출 지표를 비롯해 중국 경제지표가 예상치를 웃돌거나 나아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유동성 관련 지표들의 개선세가 두드러져 실물경제 호전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중국 당국이 지난 2015~2016년부터 레버리지 축소에 정책적 주안점을 두면서 부채 증가세 제어에 힘을 쏟았으나 지금은 성장 촉진으로 방향을 적지 않게 바꾼 상태다.
장기적으로 보면 부채가 계속해서 중국 경제를 옥죌 수 있지만, 일단 올해 들어선 정책 방향을 적지 않게 전환하면서 유동성을 풀어 놓고 있다. 이 부분이 계속해서 중국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올해 1분기 중국의 누적 신규대출은 전년에 비해 20%나 급증했다. 통화량 지표인 M1, M2가 4.6%, 8.6% 늘어나는 등 시중 유동성이 크게 늘어났다.
지난 3월 위안화 신규대출은 시장 전망인 1.25조 위안을 훌쩍 넘은 1.69조 위안에 달했다. 예상보다 35% 이상 늘어난 것이며 2월 규모인 8858억 위안을 크게 넘었다. 이 지표의 변동성이 크다고 하더라도 전달에 비해 2배 가량 급증한 것은 최근 돈이 그 만큼 많이 풀렸다는 의미다.
아울러 1분기 신규대출은 5.8조 위안에 달해 작년 1분기보다 85%나 급증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중국 당국이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돈을 풀어헤쳤던 시절 이후 가장 두드러진다.
이런 대출들은 제조업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3월 중국의 기업 대출이 1.1조위안에 달했으며 설비투자로 이어지는 중장기대출이 6,500억위안으로 작년 평균인 4,665억 위안을 크게 웃돌았다.
지난 달 사회융자총액은 2.86조위안, 1분기 전체 사회융자총액은 8.2조위안에 달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40%나 증가한 것이다.
유동성 관련 지표들이 크게 좋아진 뒤 중국 경기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이후 3월 중국 수출이 14.2%나 급등한 것은 기대감을 더욱 확대했다. 물론 3월 수출이 급증한 데는 긴 춘절 연휴 이후 3월에 조업이 집중된 영향 등 '특수요인'이 컸던 것도 감안해야 한다.
다만 최근 유동성 지표가 대폭 상승한 가운데 투자, 제조업 경기 등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고조된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 역대 최장기간 동안 상승한 KOSPI..중국 민감 섹터 이미 약진하며 주가 견인해
중국 주식시장은 올해 다른 나라들보다 후끈 달아올랐다. 작년말 2500선 내외를 기록 중이던 상하이지수는 이미 3200선을 넘어섰다. 당국의 정책 등에 힘입어 주가지수가 30% 뛰어오른 것이다.
물론 최근 중국의 대출 증가는 금리에 대한 경계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부채를 통한 성장은 금리라는 변수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의 통화정책 스탠스 전환 등은 중국 당국에게 정책 여력을 부여했으며, 글로벌 경기 둔화 흐름에 큰 타격을 입은 한국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인식이 강화됐다.
코스피지수가 전일까지 13일 연속으로 상승한 것 역시 최근 중국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전일 코스피지수는 2248.63으로 장을 마쳐 작년 10월 8일 이후 가장 높은 지점으로 올라섰다.
코스피지수 13일 연속 상승은 1980년 지수 산출 이후 가장 긴 기간이다. 1984년 1월 19일부터 2월 2일까지 13일 연속 상승 이후 두 번째다.
특히 중국 경기 반등시 유리한 섹터들의 주가 상승이 두드러져 최근 중국 지표의 개선 기대감이 국내 주식시장에 상당히 반영됐음을 알려주고 있다. 최근 중국 PMI지표 개선 등으로 중국 관련 섹터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던 것이다.

자료=현대차증권
강재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기 개선에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섹터들이 견고한 모습을 이어갈 것"이라며 "중간재, 산업재 수요 확대 기대감이 커질 수 있는 철강, 반도체, IT하드웨어, 디스플레이 섹터 등을 계속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강 연구원은 "화학의 경우 화학제품이 대중국 수출 주요 품목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4월 들어 시장에 언더퍼폼 하고 있다"면서 "최근 1분기 실적 눈높이가 낮아진 영향 등이 있었겠으나 실물 경기 반등까지 확인이 되면 화학 섹터 전반의 어닝모멘텀도 개선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어서 관심을 가질 것"을 권했다.
또 주식시장에선 성장 지원에 무게를 두는 중국 정책 효과를 더 즐기되 장기적으로 금리 리스크를 유의하자는 조언도 보인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3분기 주식시장의 상승 흐름 전망은 여전히 유효하다"면서 "중국 경기 모멘텀을 향유 할 수 있는 업종들, 예컨대 철강·기계·소비재에 대한 관심 역시 유효해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경계심을 가질 부분은 존재한다. 부채를 통한 경기부양은 금리의 상승이라는 변수에 태생적으로 취약할 수 밖에 없다"면서 "미국의 금리 급등이 나타날 경우 중국이 발작적인 반응을 나타내왔던 것도 여기서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 시점에서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미 연준 역시 완화적인 통화정책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 조건의 변화가 발생한다면 상황은 변화될 가능성이 있다. 금리 환경의 변화를 유발할 수 있는 인플레이션 지표들에 대한 꼼꼼한 확인은 계속 필요한 상황"이라고 조언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