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닫기

특히 금감원은 즉시연금 분쟁으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삼성생명 등 대형사들에 주목하고 있다. 14일 간담회에서도 윤석헌 원장은 삼성생명이 즉시연금 관련 불복할 경우 종합검사 대상이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민원이 커지면 종합검사 판단 지표에 영향을 미쳐 검사 대상이 될 가능성은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금감원은 이미 올해 초 임원인사를 통해 ‘자살보험금 저승사자’로 통했던 이성재닫기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상품은 처음 가입 때 고액의 보험료를 일시에 납부하고, 보험사가 매달 보험료를 굴려 얻은 이자를 가입자에게 연금으로 지급하며, 만기시 최초에 낸 보험료 전액을 돌려주는 상품이다. 그러나 매월 일정 금액을 떼 준비금으로 적립하는 상품구조에 대해 약관에 제대로 명시되지 않았고, 가입자에게 고지조차 되지 않았다는 부분이 논란이 됐다.
올해 초 삼성생명은 상품 약관에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매달 가입자에게 주는 이자에서 만기 보험금 지급을 위한 재원을 공제했다는 분쟁에 휘말렸으며, 해당 분쟁에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민원인의 손을 들어줬다.
삼성생명 역시 이 결정을 수락하고 과소지급된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사태가 마무리되나 했으나, 금감원이 해당 결정 내용을 생보업계 전체로 확대하면서 논란이 일파만파로 퍼졌다.
삼성생명은 즉시연금 미지급금을 일괄지급하라는 금감원의 권고에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거절의 의사를 밝혔다. 생보업계 ‘맏형’격인 삼성생명이 이처럼 총대를 메자 한화생명, 미래에셋생명 등 다른 생보사들도 같은 입장을 보이며 사태는 장기화되어 해를 넘기게 됐다.
금감원은 가입자의 소멸시효 중단을 위해 즉시연금 민원을 받으며, 보험사에 보험금 과소 지급액 지급 계획을 포함한 세부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한 상태다. 즉시연금 관련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한 사람은 1700여 명이고, 민간단체인 금융소비자연맹을 통해 소송을 제기한 사람도 21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 보험업계, ‘관 출신’, ‘법조인 출신’ 사외이사 선임... ‘소송’ 대비?
주요 보험사들은 3월 주주총회 시즌과 더불어 기존 사외이사들의 임기 만료를 맞이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보험사들은 신규 사외이사로 ‘법조인 출신’ 인사들을 불러모으며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성생명은 오는 21일 주주총회를 갖고 신규 사외이사 및 기존 사외이사 재선임에 대한 안건을 논의한다. 이번 사외이사 추천 후보로는 이근창 영남대 국제통상학부 교수, 이창재 아미쿠스 대표변호사 등이 새로 이름을 올렸다. 이 중 이창재 법무법인 아미쿠스 대표변호사는 전 법무부 차관으로 2016년 말부터 6개월간 장관 직무를 대행한 바 있는 ‘관 출신’ 인사이자 법조계 인사로 눈길을 끌었다.
삼성생명은 올해 초 금융감독원 출신 박병명 전 국장을 상품 담당 상임고문으로 신규 임용하기도 했다. 박 고문은 금융감독원 상품계리실장·보험검사2국장·조사2국장·보험감독국장을 역임했다. 이후 전북은행 감사와 KB손해보험(구 LIG손보) 상근감사위원을 지낸 경력이 있다. 다만 이와 관해 삼성생명 측은 “상품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인사일 뿐, ‘바람막이’ 인사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선을 그었다.
오렌지라이프의 새 사외이사로 합류한 김범수닫기

이 밖에 즉시연금 이슈와는 관련이 적으나 현대해상은 김태진 전 서울중앙지법 판사(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신규 선임했으며, 한화손해보험 또한 재정경제부 국세심판원 조사관 출신인 서정호 법무법인 위즈 변호사를 선임할 예정이다.
이 같은 트렌드를 두고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당국 기조를 생각하면 보험사들에게도 ‘보험’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평했다. 반대로 보험사들은 이와 관해 “다양성과 전문성을 고려한 인선일 뿐, 소송을 대비한 ‘바람막이’로 사외이사를 선임한다는 것은 지나친 추측”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